‘물랑루즈’, ‘리도’와 함께 파리 3대 쇼로 손꼽히는 아트누드 퍼포먼스 ‘크레이지호스 파리’가 베일을 벗었다. 금발의 미녀들이 펼치는 스트립쇼와 누드 퍼포먼스는 예술과 외설 사이를 팽팽하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쇼 크레이지호스 파리 관람기
파격이나 충격이란 단어를 기사에 쓰는 걸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크레이지호스 파리는 이 두 단어 외에는 딱히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특별한 쇼다. 프랑스 상류층의 유희에서 시작된 이 쇼는 지난 65년 간 전 세계 1천5백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사랑받아왔다. 존 F 케네디, 마릴린 먼로, 스티븐 스필버그, 나오미 왓츠, 비욘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이 찬사를 보냈을 정도.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쇼 크레이지호스 파리 관람기
아트누드 퍼포먼스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이번 공연은 여성의 몸을 주제로 하는 퍼포먼스로, 극히 일부분만을 가린 나체의 무용수들의 몸을 캔버스 삼아 그 위에 다양한 빛과 영상을 입혀 이야기를 풀어낸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무용수들이 야릇한 몸짓으로 말을 건넨다. 그림자극 형식으로 여성의 실루엣만을 보여주기도 하고 스트립쇼를 극화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다리 길이만 1m는 거뜬히 넘을 것 같은 미녀들이 헐벗은 자태로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머쓱해져 구한말 지식인처럼 새초롬한 표정으로 무대를 지켜본 게 사실이다. 머리를 넘기는 척, 자동 반사적으로 은근슬쩍 옆에 앉은 남자 기자의 표정을 관찰하기도 했다. 무용수들은 조명보다 더 반짝이는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를 신고 남자들의 모든 판타지를 충족시켜준다. 공연이 끝난 뒤 유독 남자들의 안색이 밝아진 것을 생물학적으로 해석하자면, 뇌 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것일 터.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쇼 크레이지호스 파리 관람기
그렇다고 여자들이 보기에 불쾌한 쇼는 결코 아니다. 처음에는 ‘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든 쇼를 본 뒤에는 아름답다는 느낌이 더욱 강렬하게 든다. 여성의 몸이 지닌 유려한 곡선미와 무용수들의 잘 단련된 움직임은 저급한 스트립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예술적 감상을 남긴다. 65년 만에 파리를 떠나 서울로 그대로 옮겨져 온 세기의 쇼. 뮤지컬과 연극, 콘서트라는 평범한 쇼에 지친 사람이라면 가볼만 한 가치 있는 공연이다.
샴페인이 제공되는 R석과 VIP석은 각 16만5천원, 22만원이며 최고급 샴페인이 제공되는 VIP 부스는 1백10만원(2인 기준), 15~30인 단체 VIP 박스는 5백50만원(15인 기준)이다. 샴페인이 제공되지 않는 S석 관람료는 11만원(26세 이하 7만7천원)이다.
일정 6월 30일까지
장소 워커힐시어터(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문의 02-517-0394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제공 / GEO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