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만나는 가슴 시큰한 풍경…안셀 아담스 사진전  ‘딸에게 준 선물’

한여름에 만나는 가슴 시큰한 풍경…안셀 아담스 사진전 ‘딸에게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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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치솟은 능선 위로 서늘하게 걸린 하얀 달을 고스란히 담아낸 흑백사진. 아름답다 못해 등줄기가 선연해지는 완벽한 풍경 사진을 만나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빛의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풍경 사진가 안셀 아담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딸에게 준 선물_안셀 아담스 사진전’이 오는 8월 20일부터 10월 1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관에서 열린다.

안셀 아담스의 어시스턴트로 활동했던 알렌 로스가 촬영한 스승.

안셀 아담스의 어시스턴트로 활동했던 알렌 로스가 촬영한 스승.

자연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다
“미국만의 풍경을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해낸 안셀 아담스는 원시적인 자연과 풍경을 보존하는 데 선구자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가 이전에 환경운동가로서 그는 미래의 미국인들에게 뚜렷한 방향과 통찰력을 제시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안셀 아담스에게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하면서 한 말이다. 190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안셀 아담스는 풍경 사진의 대가로 잘 알려진 한편, 야생과 환경보호를 위해 꾸준히 활동해온 열정적인 환경운동가로서도 명성을 쌓았다. 자연과의 완벽한 동화를 이뤄낸 그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앵글에 걸린다고 나무를 베어버리거나 독점 욕심에 촬영 후 꽃을 꺾어버리는 일부 파렴치한 사진작가들의 작태가 떠올라 몹시도 부끄러워진다.

‘The Tetons and the Snake River’

‘The Tetons and the Snake River’

안셀 아담스가 사진보다 먼저 두각을 나타냈던 분야는 음악이다. 20대 초반까지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던 그는 나이가 들어 관절염으로 손가락이 굽을 때까지도 여전히 아름다운 연주 실력을 뽐냈다고 전해진다. 어린 시절 지진으로 넘어져 코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겪은 뒤 얻은 휘어진 코와 정규교육에 적응하지 못했던 콤플렉스가 있던 청년은 이후 지구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방문하면서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든다. 1991년 가장 오래된 환경운동 단체 중 하나인 시에라클럽에 가입하면서부터 그는 손에서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았다.

촬영보다 리터칭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이상할 것도 없는 요즘의 시각에서 보면 그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사진 그대로의 사진을 추구했다. 자연보다 더 자연적으로 보이는 그의 사진 탄생의 비결은 빈틈없는 사진 인화기술에 있었다. 본래의 사진을 변화시키는 모든 조작을 거부하고 ‘스트레이트 사진’을 완성해온 그의 노력은 노출과 현상의 조절 기술인 ‘존 시스템(Zone System)’을 만들어냈고, 이는 지금도 후배 사진작가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가 대표적인 풍경 사진작가로 불리는 이유도, 미국인이 사랑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웅장한 자연을 가장 사진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모두 자연 그대로를 숭배했던 신념 때문이다.

Church and Road

Church and Road

클래식 시리즈 72점 최초 공개
탐스럽게 턱수염을 기르고 백발이 성성한 그의 사진을 보면 넉넉한 자연의 품에서 세월을 보낸 노년의 평온이 느껴진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로서의 활약상에 비하면 그의 가족과 관련된 기록은 거의 전해지는 것이 없다. 딸인 앤 아담스 헬렌 역시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환경보호 활동으로 바빴기 때문에 기본적인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라고 전한 바 있다. 항상 부재중이었으며 디즈니랜드 같은 곳으로 가족 휴가를 함께 떠나본 적도 없었던 아버지였지만, 사랑했다고 말하는 딸. 그녀에게 안셀 아담스가 남긴 선물이 바로 이번 ‘딸에게 준 선물_안셀 아담스 사진전’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오는 8월 20일부터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안셀 아담스가 ‘존 시스템’으로 직접 인화한 클래식 시리즈 72점이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한편 그의 작품집, 그를 기록한 도서, 즐겨 쓰던 모자, 연주하던 피아노 등의 소장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또 그에게 사진을 배우고 이후 작품 세계를 공유해온 사진가 알렌 로스, 밥 콜브레더, 테드 올랜드의 작품 154점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Zabriskie Point, Death Valley National Monument’

‘Zabriskie Point, Death Valley National Monument’

전시 기간 중 특별한 만남도 마련된다. 1984년 작고한 그의 대외적인 활동 외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버지 안셀 아담스에 얽힌 이야기를 그의 아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예정돼 있는 것. 아들 마이클 아담스는 공군 조종사로 한국전쟁에도 참전한 바 있다.

밥 콜브레너 ‘Cleqring Storm Monument Valley’

밥 콜브레너 ‘Cleqring Storm Monument Valley’

미묘하게 닮은 듯, 다른 느낌을 담아낸 안셀 아담스의 친구들의 작품을 비교해 보는 것도 감상의 묘미를 더할 듯하다. 안셀 아담스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그의 정교한 기술을 세심하게 익힌 알렌 로스는 흑백사진 예술의 전문가로 불리는 사진작가이자 교육자. 안셀 아담스가 요세미티 스페셜 에디션 네거티브 인화를 그에게 맡길 정도로 신뢰했던 후배다.

알렌 로스 ‘Church Ruin’

알렌 로스 ‘Church Ruin’

테드 올랜드 ‘Meteor’

테드 올랜드 ‘Meteor’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안셀 아담스 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만난 뒤 흑백사진의 세계에 빠져든 밥 콜브레너의 작품에서는 청출어람의 패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안셀 아담스의 암실 조수로 일했던 테드 올랜드는 디지털 작업 전문가로 이력을 쌓으며 초기 흑백사진 작업에 이어 컬러 이미지 변형 작업을 통해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안셀 아담스의 대표 작품

한여름에 만나는 가슴 시큰한 풍경…안셀 아담스 사진전  ‘딸에게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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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pens (북부 뉴멕시코, 1958년)
1937년 가을 남서부 여행을 떠난 안셀 아담스는 여러 장의 사시나무 사진을 찍었다. 그 후 1958년 뉴멕시코에서 찍은 사시나무 사진은 그때의 사진과 현저하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이유는 인화지와 콘트라스트의 차이 때문이었다. 1958년의 작품은 이전보다 훨씬 큰 인화지를 사용하고 또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색과 명암에 힘을 줬다. 덕분에 강한 햇빛 속에서 나무의 벌레 먹은 구멍까지 선명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사진에 만족한 그는 사시나무 작품을 인화할 때마다 직접 개발한 존 시스템을 활용했다고.

한여름에 만나는 가슴 시큰한 풍경…안셀 아담스 사진전  ‘딸에게 준 선물’

한여름에 만나는 가슴 시큰한 풍경…안셀 아담스 사진전 ‘딸에게 준 선물’

Moon and Half Dome (요세미티 국립공원, 1960년)
대가의 ‘도구’는 언제나 궁금한 법. 안셀 아담스는 20세기를 풍미한 핫셀블라드 카메라를 즐겨 사용했다. 1950년 스웨덴의 카메라 제조업체 핫셀블라드의 창업자 빅터 핫셀블라드가 자신이 발명한 카메라를 선물하면서부터 핫셀블라드와 인연을 맺은 안셀 아담스는 그 디자인과 품질에 매우 만족했고, 이후에는 이 브랜드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고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핫셀블라드 카메라는 그가 지금껏 사용한 직사각형 필름과 다르게 정사각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셔터를 누르기 전부터 크로핑(사진 자르기)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한여름에 만나는 가슴 시큰한 풍경…안셀 아담스 사진전  ‘딸에게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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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McKinley and Wonder Lake (알래스카 데날리 국립공원, 1947년)
한여름에 만나는 가슴 시큰한 풍경…안셀 아담스 사진전  ‘딸에게 준 선물’

한여름에 만나는 가슴 시큰한 풍경…안셀 아담스 사진전 ‘딸에게 준 선물’

안셀 아담스는 사진가와 환경활동가로서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넘치는 에너지로 매일 18시간씩 일했으며 친구들과 동료들에게는 ‘훌륭한 파티맨’으로 불릴 정도로 활동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족에게는 이렇다 할 추억을 남기지 않았던 그가 남긴 의미 있는 사진이 이 작품이다. 1947년 6월 구겐하임 재단에서 받은 장려금으로 아들 마이클과 알래스카 여행길에 오른 그는 산마루 위의 강한 바람에 맞서 대형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맥킨리 산과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호수의 절경을 촬영했다.

딸에게 준 선물_안셀 아담스 사진전
-기간 2015년 8월 20일(목)~10월 19일(월)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1층, 지하 1층
-문의 디투씨 0505-300-5117, anseladams.kr
-관람 요금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어린이 1만원
-주최 경향신문, SBS, 스포츠서울
-주관 사진기획 전문회사 디투씨

■정리 / 장회정 기자 ■사진 제공 / 디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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