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리본 광고는 길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의 모습을 시종일관 보여준다. 폐지 수레를 끌고 힘겹게 오르막길을 오르고, 아슬아슬 쌓여 있는 폐지가 무너지고 굴러떨어져 길 한복판에서 난감해하는 그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이며 국내 폐지 수거 노인은 약 175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오렌지 리본 캠페인은 집 안에서 나오는 폐지를 리본으로 묶어 버려 노인들의 수고를 덜어주자는 취지다. 이 광고는 우리의 1%가 바뀌면 세상은 100% 바뀐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재단이 아이디어를 내고 HS애드가 재능 기부로 광고를 제작했다. 그리고 중고 서점으로 유명한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고객들에게 오렌지 리본을 무료 배포하면서 캠페인을 널리 알렸다. 배송 책과 함께 ‘책은 잘 받아보셨나요? 택배 박스는 어떻게 버릴 생각이세요?’라는 메시지가 적힌 오렌지 리본을 동봉한 봉투를 고객에게 보낸다. 리본으로 묶어 내놓는 작은 변화는 타인을 배려하는 세상으로 바꾸는 첫걸음인 것. 그야말로 단체와 기업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완성한 착한 광고다.
삼성전자 ‘룩앳미(Look at Me)’ 광고는 자폐를 겪는 어린이들의 소통을 돕기 위해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룩앳미는 자폐 아동이 타인과의 대면 접촉은 어려워하지만 디지털 기기와는 쉽게 친숙해지는 성향에 착안해 스마트폰을 통해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치료용 애플리케이션이다. 임상 실험 결과, 실제로 훈련에 참여한 자폐 아동들 중 60%가 눈 맞춤 개선 및 표현 이해 능력이 향상됐다고 한다. 광고에서는 실제 훈련 과정을 바탕으로 자폐 아동과 엄마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냈다. 디지털이 사람과 사람의 교감을 도와주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광고는 올해 국제 칸광고제에서 금상을 포함한 5개의 상을 수상했다.
최저임금제라는 사회적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변화를 준, 그야말로 사회적 인식 면에서 큰 영향을 끼친 광고라면 알바몬의 최저임금제 광고를 빼놓을 수 없다. 기존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대응할 수 없었던 사회적 약자인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용기와 위안을, 최저임금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던 일부 사업주들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건강한 구인구직 활동에 기여했다. 또한 해당 기업의 이름을 긍정적으로 알리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기도. 이 광고는 한국광고협회의 ‘이달의 광고상’을 수상했고, 광고 모델이었던 걸 그룹 걸스데이의 혜리와 알바몬은 고용노동부에서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임금 체불 사업주 명단을 사이트 전면에 공개해 또다시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Mini Interview
아르바이트 정보 사이트 ‘알바몬’ 안수정 과장
Q 최저시급제 광고를 기획한 계기는? 사실 이번 캠페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아르바이트생의 부당 대우 사례들은 과거에도 많이 발생했기에 해마다 바뀌는 근로기준법이나 처우와 관련한 캠페인 광고는 늘 진행하고 있었다.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지만 업종의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최저시급제를 광고 전면에 내세워 광고를 기획했던 계기는 정말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말은 뭘까?’ 그것은 최저시급 문제였다. 정작 사업주들 중에서 최저시급 기준을 잘 모르는 분도 계시기 때문에 광고를 하는 김에 정확히 알려보자는 취지였다.
Q 그 전에 했던 캠페인은 어떤 내용이었나? 2012년 ‘알바 구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알바를 구하소서’라는 타이틀이었다. 한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아 갔는데 옥장판을 팔아야 했던 상황을 코믹하게 표현한 광고였다.
Q 알바몬 입장에서는 사업주도 고객이다. 광고 기획 당시 내부 반대 의견은 없었나? 좋은 내용을 담은 캠페인이고 어려운 걸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서 문제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부에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냐?”, “법제처도 아닌데 왜 최저시금을 언급하나?”라고 대중이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의견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큰 반향과 이슈를 불러올지는 몰랐다.
Q 실제로 몇몇 사업주들은 광고 내용에 반발해 알바몬 불매운동을 벌였다는데? 그런 분들도 있었는데, 실제 상황으로 이어졌는지는 파악이 되지 않는다. 이미 관련 문제는 해소된 시점이라 이 자리에서 또다시 언급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Q 최근에는 임금 체불 사업주를 공개해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2015년에 개정된 직업안정법 25조의 유료직업소개사업자의 준수 사항에 나와 있는 부당 대우를 한 업주들의 명단을 공개, 게시해야 한다는 의무 사항을 시행한 것뿐이다. 대단한 사명의식이나 일부 사업주를 벌주자는 취지는 아니었다. 단지 구직구인 업체 중 제일 먼저, 비교적 눈에 띄게 명단을 공개한 것뿐이다.
Q 앞으로도 공익에 부합하는 광고들을 기획하고 있나? 올해도 한 언론사와 함께 ‘착한 알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부당 대우 하지 마세요’라고 주장하기보다 ‘이런 좋은 사장님도 계시다’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업주와 아르바이트생의 사례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알바몬은 앞으로도 건강한 구직구인을 위한 관련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제공 / 삼성, 아름다운 재단, 알라딘, 알바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