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키워드 Go! Go!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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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질주하던 사람들이 복고의 유행으로 잠시나마 뒤를 돌아볼 수 있게 됐다. 마치 장롱 깊숙이 넣어둔 앨범을 꺼내보면서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것처럼.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복고 키워드는 단연 ‘1988’이다. 무엇이 1988년을 회상하게 하는 것인가.

복고는 항상 ‘먹히는 콘텐츠’다. 그 인기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 최근 몇 년 새 변화가 있다면 복고 콘텐츠를 즐기는 세대가 젊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복고 열풍이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다. ‘7080’이 복고의 대표 격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 문화를 향유하며 자라지 않은 젊은이들도 7080 콘텐츠를 즐겼다. 그들은 ‘쎄시봉’의 노래를 들었고, LP판이 가득한 카페와 술집을 찾았다.

이제는 20·30세대도 직접 경험하며 자란 1990년대 문화가 콘텐츠의 소재로 자주 쓰인다. 2012년 영화 ‘건축학 개론’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90년대에 대한 향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로 만개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은 특히 20대의 추억을 자극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방영이 확정되면서 복고의 트렌드는 1980년대 말로 더 깊숙이 들어갈 전망이다. 1988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88올림픽. 드라마에서도 올림픽이 주요 시대적 배경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온 가족이 도란도란 지냈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1988년을 떠오르게 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988년은 ‘한 지붕 세 가족’ 같은 분위기의 도시 생활이 가능했던 시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살았는데 지금은 없어져버렸다. 이번 드라마는 사라진 가치들을 1988년이라는 배경 안에서 찾을 듯하다”라며 “현재는 온 가족이 다 파편화돼 있다. 사회가 해체되고 디지털화될수록 복고는 이전의 아날로그적인 것들로 흘러간다. 이런 점에서 88년을 돌아보는 건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복고 현상이 문화적 퇴행 현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복고풍 드라마나 영화는 주로 낭만적인 과거를 그릴 뿐 당시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0월 방영을 앞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던 1988년을 어떻게 묘사할지 궁금해지는 것도 이 대목에서다. 그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어떻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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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로 방송가에 복고 열풍을 불러왔던 신원호 PD·이우정 작가 콤비가 다시 뭉쳤다. ‘응답하라 1997’은 가수 팬덤과 부산 사투리 등 그동안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았던 신선한 소재로 주목을 받았다. 이어진 ‘응답하라 1994’에서는 농구 열풍과 팔도 청춘의 사랑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시리즈의 세 번째인 ‘응답하라 1988’은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담는다고 한다. 2015년판 ‘한 지붕 세 가족’ 같은 느낌이라고. 걸스데이 혜리, 고경표, 박보검, 류혜영 등이 당시의 청춘으로 분한다. 이미 이전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췄던 성동일·이일화가 부부로 출연하며, 여기에 라미란·김성균 커플까지 가세한다. 중심 인물들은 1970년대 초반 출생으로 설정됐다. 앞서 공개된 스틸 컷에서 혜리는 당시 유행했던 브랜드 ‘니코보코’의 크로스백을 메고 있었다. 이번에도 깨알 같은 디테일을 잘 살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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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둥이 지드래곤의 올림픽 모자
‘Seoul Olympic 1988’이라는 글귀와 오륜기가 새겨진 스냅백은 지드래곤의 단골 패션 아이템이다. 지드래곤&태양이 ‘굿보이’로 활동할 때 둘이 함께 착용했고, 공항 패션에도 종종 등장한다. ‘2015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함께 팀을 이룬 광희에게 올림픽 모자를 선물하기도 했다. ‘황태지’ 팀을 이뤘던 광희, 지드래곤, 태양은 모두 1988년생 동갑내기다. 이들은 서울 올림픽의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무대 배경으로 사용하며 자신들이 ‘88둥이’임을 알렸다. 이에 발 빠른 온라인 쇼핑몰들은 지드래곤의 모자와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단시간에 품절되기도 했다. 오륜기와 호돌이가 그려진 맨투맨 티셔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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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스포츠 소년 성장기」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많은 것들 중 하나가 스포츠다. 오래전에 유행했던 노래가 길거리에 울려 퍼질 때 그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이 책은 스포츠를 통해 과거로 여행을 떠나게 한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대학에 입학한 ‘88학번’ 저자는 20세기 스포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김일, 김동광, 차범근부터 황영조, 허재, 박찬호까지 스포츠계의 전설로 불릴 만한 선수들이 속속 등장한다. 다만 선수에게만 주목하진 않는다. 차범근이 골을 넣는 모습을 TV로 봤던 시간을 회상하며 그즈음 자신의 삶도 되돌아본다. 박찬호가 마운드에서 불같은 강속구를 뿜어낼 때를 이야기하며 당시의 추억거리를 떠올린다. (이강원 저, 초록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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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988년 하면 제24회 서울 올림픽을 빼놓을 수 없다. 공식 주제가였던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 마스코트 호돌이, 굴렁쇠 소년 등 올림픽 자체만으로도 이야깃거리가 무수하다. 3 1988년 한국시리즈의 트로피는 해태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에게 돌아갔다. 해태는 빙그레이글스
(현 한화이글스)를 상대로 4승 2패를 거뒀다. 김응룡 감독이 이끌던 해태에는 에이스 투수 선동렬, 문희수가 있었다. 4 「레이디경향」 1988년 4월호. 중국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소식이 눈에 띈다. 드라마 ‘수사반장’의 홍일점 배우 노경주가 표지 모델이다. 5·6 그해 여름엔 강변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이상은의 ‘담다디’가 인기였다. 고 신해철이 보컬이었던 ‘무한궤도’는 ‘그대에게’라는 곡으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동물원의 ‘거리에서’, 조하문의 ‘이 밤을 다시 한 번’,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 등 지금까지 사랑받는 명곡이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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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1988년 모습. 건물 외관도, 도로의 자동차도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이소현,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매니아DB, tvN, 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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