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왜 실패했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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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막을 내렸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때도해외 직구 열풍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국내 소비자들은 그 기대감이 컸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되면서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가전제품 전문 매장에 많은 고객들이 몰리긴 했지만 실제 구매 열기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왜일까?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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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서 파격 할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업체가 대규모 할인 이벤트라는 명목에 걸맞지 않은 매우 낮은 할인율을 제시했기에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다렸던 소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 심지어 일부 업체는 가격표를 뻥튀기해 할인율을 높이는 꼼수를 부리기도 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블랙프라이데이는 블랙코미디’, ‘블랙구라데이’, ‘대국민 사기극’ 등 이번 이벤트를 폄하하고 비꼬는 의견을 쏟아냈다. 그렇게 이벤트는 시작의 기대감과 달리 유명무실한 결말로 끝을 맺고 말았다. 너무 많은 걸 바란 것일까? 왜 한국은 애초 기획 의도대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파격적인 할인을 하지 못한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첫 번째 한국과 미국의 근본적인 유통 환경의 차이
블랙프라이데이의 실효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먼저 두 나라의 유통 환경의 차이를 비교해봐야 한다. 미국은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을 사들이는 구조다. 상품이 팔리지 않을 경우 유통업체가 재고를 떠안게 되는 것. 파격 할인을 해서라도 재고를 털어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유통업체는 매장을 빌려주고 수수료로 이득을 얻는다. 재고 부담도 제조업체가 진다.

게다가 미국은 하나의 주가 웬만한 나라의 전체 면적일 정도로 영토가 크다. 자연스럽게 유통의 원활한 수급이 쉽지 않다. 대형 매장들은 매년 초에 그 해에 판매할 공산품들을 한꺼번에 받아놓는다. 미국에서 유통 전문가로 활동 중인 김인성씨는 미국에서는 비싼 배송비와 인건비를 들여가며 보관하는 것보다 재고를 50~9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값에 고객에게 파는 것이 더 이익이기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인건비와 배송비가 엄청 비싸요. 재고를 떠안고 있는 것 자체가 모두 비용인 거죠. 게다가 내년 구입 목록들이 확정되면 재고 창고도 비워야 하니 배송비 부담 없이 고객에게 싸게 물건을 넘기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 거죠.”

이것이 연말부터 시작되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자연스럽게 생겨난 이유다. 그에 비해 한국의 유통 사정은 어떨까? 일일 생활권이라고 할 만큼 비교적 좁은 영토라서 미국처럼 일시에 물건을 받아놓을 필요는 없다. 판매되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주문하면 그만이다. 또 혹여 재고가 남더라도 급하게 처리할 필요는 없다. 백화점이나 브랜드 매장에 옷을 사러 갔던 사람들은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 매장에 나의 사이즈가 없는 경우 직원은 네트워크를 통해 해당 사이즈가 있는 다른 매장을 찾아낸다. 그리고 주문만 하면 집까지 옷이 공짜로 배달된다. 값싼 배송료는 원활한 유통 수급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렇게 기업들이 재고 처리에 목을 맬 필요가 없으니 블랙프라이데이 때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고 미미한 할인율로 생색만 내게 된 것.

두 번째 기업 주도 아닌, 정부 주도
애초에 블랙프라이데이는 정부가 유통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대규모 할인 행사다. 지난 광복절 대체 휴무에 이어 두 번째 소비 촉진 정책인 셈이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세일 시작 전부터 원활히 이번 행사 진행될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했다. 정부가 기획했지만 그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

“준비 기간이 한 달도 채 안 됐어요. 유통업체도 가을이 되면 정기 세일을 준비하고 대비하는데, 갑자기 10월 1일부터 하라고 하니 업체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은 촉박하고 정부 정책이니 안 할 수 없고 여러 가지로 어려웠던 모양이에요.”

또 조 대표는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시장경제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 코미디를 만들었다고 평했다.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정부의 추가 할인 방침에 소비자들과 유통업계들만 혼란을 겪고 신뢰가 깨진 꼴입니다.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죠.”

조 대표는 정부가 일단 행사를 정례화한다고 밝힌 이상 앞으로는 장기적인 정비를 통해 재래시장, 편의점, 제조업체 등의 참여를 독려하는 등 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왜 실패했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왜 실패했나?

블랙프라이데이, 모두의 인식 변화가 필요
업계 역시 세일 기간을 이용해 철이 지났거나 품질이 낮은 제품을 처리한다는 인식은 호객 행위에 불과하며 진정한 세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또 제품의 가격을 미리 올려놓고 ‘세일’ 표시를 붙여놓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상시 세일’ 문화도 없어져야 할 것이다.

또 소비자는 현명한 소비를 위해 꼼꼼히 따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소비 전에 본인에게 꼭 필요한 구매 리스트를 정해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다. 또 세일 기간에는 각 유통업체의 주력 상품들을 살펴보고 해당 매장에 가서 사면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할인 행사에서 구매한 제품들에서 빈번하게 생기는 문제가 AS와 교환, 환불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자가 관련 사항을 미리미리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전문가들은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해 공통적으로 입을 모은다. 국내 실정에 대대적인 할인 연례행사를 성공적인 치르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아래 업체의 대대적인 제도 정비 그리고 유통업계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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