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의외의 팬클럽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의외의 팬클럽

댓글 공유하기
웹툰 작가 무적핑크는 학창 시절 조선 제22대 왕 정조의 팬클럽을 결성한 적이 있다고 한다. H.O.T 오빠들도, 조용필 오빠도 아닌 정조 오빠 팬클럽이라니. 호기심이 생긴 기자는 곧장 탐색에 돌입했다. 아쉽게도 그녀가 만들었다던 ‘포에버 탕평’처럼 왕을 사모하는 모임을 발견하진 못했지만 의외로 흥미로운 팬클럽들이 많았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의외의 팬클럽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의외의 팬클럽

연예인만 있는 게 아냐
포털 사이트에 ‘팬클럽’을 검색하면 수많은 연예인의 팬카페가 쏟아져 나온다. 정치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카페도 더러 있다. 하지만 군데군데 생각지 못한 이름이 보인다. 특히 JTBC 손석희 앵커와 표창원 박사가 눈에 띈다. 2001년 개설된 ‘언론인 손석희 팬클럽’(다음)에는 방송에서 손 앵커가 남긴 말, 뉴스 오프닝·클로징 멘트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손 앵커는 3만 명이 넘는 회원 중 한 명이다. 지난 8월 그는 “MBC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JTBC맨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라며 안부 글을 올리기도 했다. 표창원 박사도 자신의 팬카페 ‘표창스타일’(다음)에 꾸준히 글을 남기고 있다. 이곳에서 그의 팬들은 여러 가지 사회 이슈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눈다.

TV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아도 꾸준히 사랑받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목소리로 연기하는 성우들이다. ‘로드오브보이스’는 성우 최덕희, 이선, 지미애, 엄상현, 문선희의 팬들이 함께 만든 연합 홈페이지다. 물론 각자의 팬클럽도 따로 있다. 특히 최덕희의 팬클럽 ‘덕희다솜’(네이버)이 활발한 편. 세일러문, 포켓몬스터 지우, 텔레토비 나나 등의 목소리를 맡았던 그녀는 ‘성우계의 레전드’로 통하는 베테랑이다.

1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BJ들의 팬클럽도 많이 생겨났다. 유튜브에서 ‘마인크래프트’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양띵’의 팬카페 회원은 무려 30만 명이나 된다. 팬들은 이곳에서 방송 일정을 확인하고 게임 팁을 얻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하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의외의 팬클럽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의외의 팬클럽


작품에 반한 사람들
인물이 아닌 ‘창작물’을 위해 모인 사람들도 있다. 그림체나 스토리가 좋아 작품 자체에 빠져든 것이다. 가장 뜨거운 건 웹툰 팬카페. ‘노블레스’, ‘연애혁명’, ‘놓지 마 정신줄’ 등 인기 있는 웹툰이라면 대부분 팬카페 하나씩은 갖고 있다. 회원들은 좋아하는 캐릭터를 소재로 삼아 그림을 그리거나(팬아트), 소설을 쓰면서(팬픽) 왕성하게 활동한다.
2013년 겨울, 전 세계를 휩쓸었던 영화 ‘겨울왕국’의 팬클럽도 존재한다. 얼어붙은 도시 ‘아렌델’이 다시 온기를 찾아가는 과정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 공식 팬카페’(네이버)에서도 수많은 창작 활동이 일어난다. 카페 매니저는 “저작권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회원들의 2차 창작이 이뤄지고 있다.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는 것도 활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우 심형탁의 무한한 애정을 받고 있는 ‘도라에몽’도 ‘도라에몽의 주머니’(네이버)라는 팬카페를 갖고 있다. 만화를 보다 보면 도라에몽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찌질이’ 노진구가 얄미워지기도 한다. 이에 분노한 팬들은 실제로 ‘노진구 안티카페’를 만들기도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진구가 도라에몽을 노예처럼 부려먹는다는 시각과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인물이어서 감정이입이 된다는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의외의 팬클럽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의외의 팬클럽


‘면 요리’에서 ‘대하사극’까지
이제 시야를 조금 더 넓혀보자. 명확한 실체가 있는 대상을 위해 개설되진 않았지만 충분히 ‘팬클럽’으로 불릴 만한 곳들이 있다. ‘면을 사랑하는 사람들’(네이버)은 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라면, 칼국수, 짜장면, 파스타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면 이야기들이 이곳에서 돌고 돈다. ‘라면’에서 출발해 ‘면 요리’로 범위를 넓혀온 카페 매니저는 “맛집 정보도 좋고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도 좋지만, 무엇보다 회원들이 직접 셰프가 돼 요리하고 레시피를 공유하는 점이 좋다”라고 말했다. 오로지 ‘떡볶이’라는 한 우물만 파는 곳도 있다. ‘떡볶이의 모든 것’(네이버)은 레시피는 물론 지역별 떡볶이 탐방기까지 만나볼 수 있는 떡볶이 커뮤니티다. 회원들끼리 번개 모임을 갖기도 하는데, 만남의 장소는 당연히 분식집이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사극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은 ‘대하사극 매니아 카페’(네이버) 안에서 소통한다. 회원들은 드라마의 고증이 제대로 됐는지 매의 눈으로 살피고, 평가가 엇갈리는 역사적 사안에 대해 토론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사극에도 관심을 돌리며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다양한 역사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JTBC, SBS ■일러스트 / 박채빈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