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래된 CD장에도 희귀 음반이?

당신의 오래된 CD장에도 희귀 음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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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음반이 고가에 거래되는 것은 외국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요즘 가요 음반에도 이런 현상이 일고 있다. 절판돼 구하기 쉽지 않은 음반들이 정가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0배 이상의 가격이 책정돼 중고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이다.

당신의 오래된 CD장에도 희귀 음반이?

당신의 오래된 CD장에도 희귀 음반이?

기사를 준비하면서 몇 년째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나의 CD장을 뒤집어봤다. 음원 사이트 이용으로 CD는 더 이상 듣지 않게 됐지만 청소년기에 부모님이 주신 용돈을 아껴가며 한 장 한 장 사 모았던 추억 서린 물건들이라 쉽게 버릴 수 없었다. 소장 음반 중 가장 의외의 것은 배우 차태현의 가수 데뷔작 「Accident」 앨범이다. 참고로 ‘이미 넌 그에게 갔잖아~’라는 가사의 곡 ‘I Love You’가 들어 있는 음반이다. 그다지 팬은 아니었는데 언제 샀는지, 왜 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소장하고 있었다. 재미 삼아 차태현 1집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와! 2만5,000~3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었다. 괜히 횡재한 기분이 든다.

현재 가요 음반 중 가장 구하기 어려우며 고가에 거래된 것은 바로 록 그룹 넬(Nell)의 인디 시절 1집 음반 「Reflection of Nell」이다. 그야말로 ‘레전드 희귀 음반’으로 불리고 있다. 30만원에 거래된 적이 있지만 갖고 싶어도 음반이 없어서 구하지 못하는 상황. 1년 전 12만원에 다른 이에게 양도했다며 아쉬움에 울분을 토하는 어떤 이의 블로그 글도 찾아볼 수 있다. 결국 해를 거듭할수록 음반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사실. 김연우의 1집 「그대 곁엔 나밖에」도 30만원을 호가하며 박효신의 1집인 「해줄 수 없는 일」 초판도 20만~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박효신의 1집은 이후 재발매가 됐음에도 재킷의 이미지가 다르게 출시돼 박효신 팬들은 초판의 가치를 더 높게 사고 있다. 뒤를 이어 케이윌의 1집 「왼쪽 가슴」은 15만~20만원, 임창정의 1집 「Rock&Razor Techno Music」과 2집 「Because I’m Not With You」는 15만원 선, 이승환의 세 번째 라이브 앨범 「반란」도 10만~1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가격이 높아지는 음반의 조건은 무엇일까? 오랜 대중가요 마니아로 절판된 음반을 다량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 ‘레이더 음반’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레이더씨는 그 첫 번째 조건은 일단 절판돼 더 이상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음반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한정판(Special Limited Edition)으로 발매된 음반. 애초에 500장, 1,000장 정도로 소량 발매해 음반 하나하나 넘버링이 매겨진 것들은 날이 갈수록 계속 가격이 오르게 마련이라는 것. 예를 들어 성시경의 화보집이 포함된 정가 2만원대의 6집 「여기 내 맘속에」 한정판이 현재 1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세 번째는 음악성을 지녔지만 다양한 이유로 활동을 하지 않는 뮤지션의 음반. 이 같은 이유로 신중현, 윤복희, 이선희, 고 김광석, 고 신해철 등의 음반 역시 꾸준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희귀 음반은 비단 추억의 가요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김예림 1집 「Goodbye 20」, 다비치 1집 「Amaranth」 등은 최근작이지만 절판됐고, 여전히 수요자가 있어 4만~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걸 그룹인 마마무 1집 「Hello」는 현재 재발매됐지만 그 전만 해도 5만원에 거래됐다고.

“희귀 음반의 가격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음악성이나 대중성 등 기준이 명확하진 않아요. 하지만 앨범을 꼭 구하고 싶은 마니아층이 있으면 가격은 충분히 높게 결정될 수 있죠.”

아무리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음반이라도 그 수록곡은 대부분 인터넷 음원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음반을 사려는 사람들이 느는 이유는 음악 팬들이 음반을 듣는 용도가 아닌 ‘순수 소장용’의 가치를 우선으로 두는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레이더씨는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예상한다.

“음반을 구하기 힘들수록 소장 욕구가 강해집니다. 요즘은 음반시장의 침체로 노래 발매가 음원 중심으로 돌아선 터라 제작사에서는 CD를 많이 발매하지 않죠. 그러니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음반들도 곧 희귀 음반이 될 수 있겠죠.”

5년 후, 10년 후에는 당신이 지금 흔하게 듣고 있는 아이돌 음반이 ‘추억’이라는 프리미엄이 얹어져 고가의 희귀 음반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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