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의 나쁜 습관, 어떻게 할까요?
Case 1 뒷정리가 뭔데? 지나간 자리마다 흔적만 가득, 치우지 않는 남편
나의 정리 기준과 남편의 정리 기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정리가 내게 왜 그렇게 중요한 요인인지 생각해보고 나는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지도 돌이켜본다. 똑같은 행동도 괜찮을 때가 있고, 더 거슬릴 때가 있다. 똑같이 옷을 의자에 걸쳐놨는데 어느 날은 “그래도 걸어는 놨네”라고 넘어갔는데, 또 어느 날은 “내가 옷장에 걸어놓으라고 했지! 걸쳐놓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럴 때는 사실 내 안에 불편한 다른 뭔가가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 객관화시켜볼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내 욕구에 대해 전달한다. “여보, 나는 당신과 있는 공간이 깨끗하고 정리돼 있는 게 좋아. 어질러져 있으면 다 내가 해야 되는 일 같아서 부담스럽고 짜증이 나기도 해. 그래서 당신을 편하게 대하지 못하게 돼.” 이런 식으로 정돈이 안 된 상태에 대해 느끼는 자신의 솔직한 욕구를 말하면 좋다. 부탁 내용도 구체적으로 전하자. “깨끗하게 정리해줘”라고 하면 모호하다. “옷은 의자에 걸쳐놓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Check! 역효과를 부르는 말
V 저걸 또 저기다 놨어?
V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V 내가 치우라고 했지?
V 칠칠찮게 왜 자기 물건을 못 챙겨?

남편의 나쁜 습관, 어떻게 할까요?
남편이 게임을 하는 것이 왜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이런 경우 아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 대개 남편이 쓸데없는 걸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때가 많다. 소외감 때문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럼 남편에게 그 마음을 전하자. “당신이 게임하고 있을 때 나는 좀 외로워. 당신이 퇴근하면 나는 같이 산책을 좀 하고 싶어”라는 식으로 감정과 원하는 바를 비난하지 말고 전달해라. 왜 게임을 하냐고 물었을 때 의외로 할 게 없어서 그냥 습관적으로 게임을 한다고 답하는 남편도 많다. 그 말을 듣는 아내는 ‘할 게 왜 없어? 빨래고 청소며, 할 일이 천지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치밀기도 한다. 그런데 남편이 이야기하는 할 게 없다는 말은 지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뜻이다. 무조건 “게임하지 마”라는 말 대신 그 시간에 남편과 함께하고 싶은 것을 말하거나 하고 싶은 걸 생기게 해주는 게 좋다.
Check! 역효과를 부르는 말
V 프로게이머라도 되시게?
V 그만 좀 해!
V 애도 아니고 한심하다!
V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게임이나 하고 있어?

남편의 나쁜 습관, 어떻게 할까요?
이런 경우에는 필시 물건을 모으는 이유, 남편만의 의미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아내가 수집품을 쓰레기 취급하면서 갖다 버리라고 윽박지르면 남편은 이 물건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투지가 활활 불타오른다. 자기 자신과 다름없는 수집품에 대해 아내가 의미를 무시하고 버리라고 공격했기 때문이다. 대개 이런 습관을 가진 남편의 경우 집 안에 자기 공간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수집품이라도 모아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수집을 하는 것이 남편에게 어떤 의미인지 꼭 물어봐라. 설령 내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그 생각을 존중해줘야만 나중에라도 절충점이 생긴다. 남편의 공간을 작게라도 마련해주는 것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Check! 역효과를 부르는 말
V 이것들 제발 좀 갖다 버리라고!
V 당신 물건들 때문에 집이 더 좁아졌잖아!
V 대체 이런 쓸데없는 것들을 왜 모으는 거야?
Case 4 휴일에는 종일 잠만 자는 게으른 남편
이것 역시 상대적인 문제다. 아내의 기준에는 정오까지 자는 것이 게을러 보일 수 있고, 남편 입장에서는 그 정도는 휴일에 당연한 거라 생각할 수 있다. 아내가 보기에는 남편이 많이 자는 것 같지만 정작 남편은 늘 부족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스스로 ‘먹지 마’라고 생각하니까 반대로 더 먹고 싶어진다. 평소에 안 먹던 것까지 먹고 싶어지면서 종일 음식에 더 집착하게 된다. 하루 종일 ‘나 못 먹었는데’라는 생각이 맴돌고 보상 심리가 생겨서 ‘밥’은 안 먹어도 대신 다른 간식을 조금씩 먹는다. 그러면서도 ‘밥은 안 먹었잖아’라고 합리화하는 일이 흔하다. 결핍감을 계속 느끼는 것이다. 잠도 이것과 유사하다.
평일에 늘 시간에 쫓기는 남편들 중에는 스스로 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나 못 먹었는데’처럼 ‘좀 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있는 거다. 이런 사람에게 몇 시까지는 일어나라고 조건을 달아서 침대로 보내면 자면서도 아내의 말이 걸린다. 자도 자는 게 아니고 계속 잠에 집착하게 된다. 차라리 “피곤할 텐데 오늘은 실컷 자라”라고 하는 편이 낫다. 이런 경험이 몇 번 반복되고 나면 잠에 대한 결핍감이 충족된다. 사람에 따라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충족되는 기간은 다를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이제 다른 것도 눈에 들어온다. 다른 걸 좀 해볼까? 싶은 생각도 생겨서 침대를 박차고 나온다.
Check! 역효과를 부르는 말
V 휴일인데 운동도 좀 해야지, 잠만 자니?
V 제발 잠 좀 그만 자라고!
V 어떻게 하루 종일 잠만 잘 수 있어?
V 당신처럼 게으른 사람도 없을 거야!
Case 5 욕설·거친 말투를 즐겨 쓰는 남편
욕설과 거친 말을 쓰는 습관은 고쳐야 하는 것이 맞다. 무턱대고 고치라고 하지 말고 그 전에 남편이 왜 저런 말을 쓰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는 온갖 물건을 수집하는 습관과 본질이 비슷하다. 이런 남편 역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거친 말을 더 쓰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더 강력하게 표현하려고 하는 속성이 있게 마련이다. 통화를 하는데 내가 있는 장소가 시끄러우면 목소리가 커진다. 상대는 조용한 곳에 있어서 잘 들리는데도 말이다. 그것과 비슷하다. 남편이 살고 있는 세계가 힘들고 버거운 것이다. ‘이 사람 말을 받아주는 환경이 없구나. 그게 혹시 나는 아닐까?’ 하고 들여다보자.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서 푸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당신이 얼마나 힘들면 그러겠어. 근데 나는 당신이 부드럽게 말해도 충분히 알아들어. 무섭고 힘들어. 편하게 해주면 좋겠어”라고 내 욕구를 전달해라. 이런 거친 언어 습관은 남편의 노고를 알아주면 확 바뀐다. ‘나 이만큼 힘들어’, ‘내가 밖에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어’라는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Check! 역효과를 부르는 말
V 아빠 맞아? 애들이 배우면 어쩌려고 그래!
V 무식하게 그런 말을 쓰니?
V 그 입 좀 다물어!
V 어디 가서 그러지 마. 창피해 죽겠어!
Case 6 경제관념 희박! 좀처럼 돈을 아껴 쓸 줄 모르는 남편
돈에 대한 기준을 공유하고 서로 명료하게 알 수 있는 기준으로 구체화시킨다. 또 경제관념이 희박하다는 말은 이미 평가가 들어간 말이란 걸 명심하자. 나는 아껴 쓰는데 남편은 잘 못하고 있다는 그 프레임부터 걷어내라. 돈을 아껴서 쓴다는 것은 사람들마다 기준이 다르다. 아주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해서 말하자. “여보, 나는 우리 돈을 좀 더 계획적으로 쓰고 싶고 미래를 준비하고 싶어. 그래서 아껴 쓰고 싶은 거야. 그러려면 당신은 용돈 안에서 해결해줘야 돼. 자꾸 카드를 써서 100만원을 넘기면 내가 정말 힘들고 어려워.” 이런 식으로 명확한 나의 기준과 돈의 액수까지 말해주면 좋다. 무조건 아껴서 쓰라고 하면 서로 아껴 쓴다는 것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이 안 된다. 대신 남편이 정해진 용돈 안에서 커피를 사 먹는 데 많이 쓰든, 술을 마시는 데 많이 쓰든 간섭하지 않는다. 상대의 영역을 존중해줘야지 모든 걸 내가 통제하려고 하면 답이 안 나오는 법이다.
Check! 역효과를 부르는 말
V 돈 좀 아껴 써!
V 얼마나 번다고 그렇게 펑펑 쓰니?
V 당신은 돈 아까운 줄도 모르는 사람이야!
V 왜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하는 거야?
Case 7 아이 식습관 교육의 방해자! 편식이 심한 남편
남편이 채소는 싫어하고 고기만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런 식습관이 왜 싫은 건지 자신을 들여다보자. 아내는 자녀에게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가르치고 싶은데, 남편의 편식 습관 때문에 잘 안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예를 들어 아이가 밥을 먹다가 채소를 거부하면서 “아빠도 채소 안 먹잖아. 나도 안 먹을 거야!”라고 말하면 아내는 남편에게 비난을 퍼붓기 쉽다. 아이가 배우자의 습관을 따라 하는 것이 싫을 때는 이런 방법으로 훈육할 수 있다. “골고루 먹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야. 어렸을 때부터 골고루 먹어야 커서도 그럴 수 있는데, 아빠도 노력은 하지만 습관이 돼서 잘 안 되는 거야. OO는 엄마처럼 채소도 잘 먹고 아빠처럼 고기도 잘 먹었으면 좋겠어”라고 가르치면 된다. 비난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Check! 역효과를 부르는 말
V 제발 골라 먹지 좀 마!
V 애들이 당신 보고 뭘 배우겠어?
V 당신 때문에 애들도 편식하잖아!
Part 2 Expert Interview 지긋지긋한 내 남편의 습관, 나를 먼저 돌아보자
이성아(자람가족학교 대표)

남편의 나쁜 습관, 어떻게 할까요?
사람들의 습관은 제각각이에요. 남편과 아내의 습관은 다를 수밖에 없죠. 나와 다르다는 것 자체를 수용할 때는 갈등이 없어요. 하지만 다른 것에 대해 나쁘다는 생각이 솟아나면 그걸 존중할 마음이 없는 상태가 돼요. 그렇게 바라봐서는 절대 습관을 고칠 수 없어요. 상대에게 습관을 고치라고 비난하거나 요구하기 전에 나를 먼저 고찰해봐야 돼요. 또 내가 남편의 어떤 습관을 유난히 못 견딜 때는 사실 그게 자신이 못 견디는 것일 때가 많아요. 정돈하지 못하는 습관이 유독 나쁘게 느껴진다면 내가 정리에 강박이 있거나, 스스로가 게으를까 봐 불안한 것일 수 있어요.
Q 남편이 아니라 나부터 들여다보라고요?
맞아요. 제일 먼저 ‘그가 정말 나쁜 걸까?’라고 생각해보세요. 이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예요. 아내가 “내 남편은 나쁜 습관을 갖고 있어”라고 말할 때는 나쁘다는 평가가 들어가 있죠. 벌써 전제조건이 깔려 있는 거예요. 나는 옳고 남편은 틀리다, 내가 더 우월하고 남편은 부족하다, 하고 남편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의미예요. 이런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분명히 싸워요. “당신 나쁜 습관 좀 고쳐!”라고 하면 남편이 수긍할까요?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뭐가 나빠? 네가 더 문제야”라고 대답할 확률이 99%예요. 아내도 물러서지 않아요. 내가 옳고 남편이 틀리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합리화 도구를 찾기 시작하죠.
Q 어떤 식으로 합리화를 하나요?
대화에 아이를 등장시키는 거죠. “우리 둘이 살면 제가 참겠어요. 근데 아이가 보고 배우잖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자녀라는 존재는 남편에게도 무척 강력하잖아요. 아내가 이렇게 나오면 남편이 필시 지고 말죠. 남편이 나쁜 습관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아내는 이런 식으로 남편의 습관을 ‘나쁜 습관’으로 기정사실화해버리는 실수를 범해요. 남편을 바라보는 ‘나쁘다’라는 프레임부터 걷어낸 뒤에야 습관을 고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는 걸 잊지 마세요.
Q ‘나쁜’ 습관이라는 프레임을 걷어낸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나는 대체 왜 남편의 그 습관을 나쁘다고 생각하는지 생각해보세요.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거예요. 예를 들면 갑자기 시어머니가 집에 오셔서 내 살림 습관을 간섭하는 경우가 있어요. 나는 깔끔해 보이는 게 좋아서 양파를 예쁜 바구니에 넣어두는데, 시어머니가 그걸 보고 “양파는 신문지에 펼쳐놔야 안 무르는데, 너는 이게 뭐니?”라면서 바꾸라고 해요. 둘 다 원하는 것은 양파를 싱싱하게 오래 먹는 건데, 방법을 두고 서로 기준이 다른 거죠. 근데 시어머니가 아는 방식은 그게 다인 거예요. 이때 단순히 시어머니가 간섭하니까 화가 난다고 생각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나는 왜 그게 싫지?’라고 구체적인 이유를 들여다보세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깔끔한 게 중요한 거예요. 그러면 바구니냐 신문지냐만 생각하지 말고 거기서 한 발 벗어나서 “그럼 가능한 한 양파를 빨리 먹을 수 있게 바구니에 깔리는 정도로만 조금씩 사올게요”라고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어요. 내 욕구가 뭔지 명료하게 알아야 내가 원하는 점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고 협의 지점도 찾을 수 있어요.
서로 생각이 다른데 협의해나가는 게 쉽지는 않아요.
문제를 다루는 시각, 태도의 문제인데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와 다른 습관을 갖고 있을 때 나쁘다고 전제하지 않고, ‘이 사람과 내가 많이 다르구나’로 시작하면 시작이 좀 수월할 거예요. 문제에 관해 나의 욕구를 알았다면 이제 남편의 욕구도 알아야 돼요. 남편의 기준은 무엇인지 물어보세요. 정리·정돈처럼 매우 일상적인 문제를 두고도 아내와 남편이 생각하는 ‘깨끗한 상태’의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꼭 들어봐야 돼요. 서로의 차이일 뿐 누가 옳고 틀리다의 문제가 아닌데 내 기준만 고집할 수는 없잖아요. 남편이 자신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건 아니지”, “그렇게 더럽게 사는 사람이 어딨어?” 이런 식으로 비난하면 안 돼요. “당신은 그렇구나”라고 인정하세요. 그다음에 ‘그런데 나는 이런 정도의 수준을 원해’라고 말하면 돼요. 서로 다르다는 것, 서로의 의견이 비난 없이 공유되고 나면 서로의 습관, 기준에 대해 이해와 존중이 가능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접점을 찾아갈 수 있어요.
Q 습관 문제를 다룰 때 비난하는 것이 나쁜 이유는 구체적으로 뭔가요?
사람은 비난을 받으면 방어기제가 작동해요. 나는 바꿀 생각이 없는 어떤 습관에 대해 타인이 무조건 바꾸라고 하면 그게 설령 굉장히 사소한 것이라도 반발심이 올라와요. 예를 들어 아내가 그렇게 게임만 하면 안 된다고 비난하면서 일방적으로 바꾸라고 하면 남편은 이걸 자기 존재에 대한 공격으로 느껴요. 그렇게 다가가면 남편이 ‘그래, 나도 좋은 방법으로 변해야지’ 이러는 게 아니라, 거꾸로 ‘습관=나’가 돼서 반드시 그걸 지키려고 해요. 그 행동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요. 그 습관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자신의 존재성이 돼버려요. 왜 남편의 습관이 잘 바뀌지 않는지 아시겠죠? 이걸 모르는 아내들은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안 고친다”라고 하소연하게 되는 거죠.
Q 설마 남편도 마음속으로는 나쁜 행동인지 알고 있겠죠?
머리로는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실제적으로 안 바뀌는 중요한 요인은 자신의 욕구에 대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마음속에서 ‘내가 그것까지 버려야 돼? 이것까지 당신한테 맞춰야 돼? 이거라도 내 맘대로 하고 싶다고!’라고 외치게 돼요. 외부에서 압력과 비난이 들어오면 아무리 잘 알고 있어도 안 바꾸고 싶은 게 사람 심리예요. 어찌 보면 무언의 힘겨루기일 때가 많아요. 그렇게 본질을 보지 않고 “습관을 어떻게 고치나요?”라고만 묻는 건 안일한 발상일 수 있어요.
Q 그렇다면 좋은 접근법은 뭔가요?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 움직여야 해요. 스스로 습관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 만약에 남편도 그 습관에 대해 고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면 동기부여가 되도록 도와주세요. 사람은 목표가 분명하고 긍정적일 때 에너지가 올라오는 존재니까 긍정적으로 말해주세요. 예를 들면 “늦지 마”라고 말할 때보다 “10시까지 꼭 와줘”라고 말할 때 훨씬 더 잘 들려요. 좋은 스킬보다는 태도가 중요해요. 설령 표현하는 말이 서툴더라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 상대방도 훨씬 더 수용적인 자세를 보일 거예요.
Q 습관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하면 포기하는 수밖에 없나요?
남편을 비난하지 않고 물었는데도 “나는 고치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이렇게 나올 수 있죠. 그렇다고 해서 아내가 무조건 참아야 된다는 말은 아니에요. 남편이 바뀔 의도가 없다고 할 때 이걸 존중하고 수용하느냐, 아니면 회피하고 포기하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다른 문제예요. 사람한테는 이런 속성이 있어요. A와 B가 만났는데 A가 “밥은 내가 살게”라고 해요. 자기 걸 먼저 공유한 행동이에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음에는 B가 “차는 내가 살게”라고 나오는 편이죠. 본인이 가진 어떤 걸 또 공유하는 거죠. A가 뭔가를 줬을 때, 그다음에 B가 또 뭔가를 내놓는 이런 행동이 돈을 포기하는 건 아니죠. 서로 공유하는 거라고 봐요. 포기와 공유는 달라요. 근데 만났을 때 밥을 사주기 싫은 사람이 있죠. 만날 때마다 항상 “네가 사줘. 네가 내는 거야. 너는 나이가 많잖아” 이런 식이고 도통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한테는 어때요? 공유하고 싶지 않죠. 내 돈을 지키고 싶어지죠. 남편과의 습관 문제도 똑같이 적용해볼 수 있어요. “네가 고쳐. 네가 바꿔야 하는 거야” 이런 식이면 남편도 고치고 싶지 않죠. 참지 말고 의견을 공유하세요. “당신이 왜 그러는지는 아는데 나는 이런 이유 때문에 좀 그래”라며 부탁하세요. 단, 부탁은 명령이 아니니까 남편이 거절할 권리가 있다는 것도 전제 조건으로 두시고요.
Q 남편의 나쁜 습관을 보고 아이가 배울까 봐 걱정돼요.
대부분의 아내들이 “남편이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아이 보기가 민망해요”, “그런 나쁜 습관을 보고 배울까 봐 걱정이에요”라고 말해요. 그런데 아이에게 진짜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엄마가 싫어하는 아빠의 습관이 아니에요. 아빠의 뒷정리 잘 안 하는 행동, 게임하는 행동 그 자체보다는 그 문제를 다루는 방식, 반응이 더 중요해요. 엄마가 아빠에게 비난, 분노 등의 행동을 할 때 아이는 거기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아요. 세상을 살다 보면 나와 다른 사람이 정말 많잖아요. 나와 다른 부분을 포용하고 흡수하는 방식을 가르치고 모델링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인데 그렇지 못한 거죠. 남편이 물건을 좀 흘리고 다니는 걸 보는 게 나쁜 건지, 아이와 가장 깊은 애착 관계에 있는 부모가 서로 다르다는 것 때문에 싸우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나쁜 건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Q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가장 나쁜 접근법은 뭔가요?
행동을 지적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아요. “게임 좀 그만해”, “이렇게 하라고 했지”, “이것 좀 갖다 버리라고”, “좀 씻어”, “그렇게 자고 싶냐?” 이런 식으로 행동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전혀 들리지 않아요. 의외로 이런 말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말이 듣는 입장에서 어떻게 들리는 줄 아세요? “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지”, “나는 널 바꿔버릴 거야”, “나하고 살려면 널 버려” 이렇게 들려요. 끔찍하죠? 아무리 배우자를 사랑해도 내 존재를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죠. 날 버리면 내 존재가 죽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겠어요. 지금부터라도 이런 행동 비난, 행동 지적은 그만둬야 해요.
Relation Tip
이성아 대표의 남편 습관 대처법
서로 다른 옷 정리 습관 → 옷걸이 마련으로 해결
남편이 항상 실내복을 제 화장대 의자에 던져놓고 출근하곤 했는데 그게 정말 싫더라고요. 화장을 하려고 보면 남편의 옷이 거치적거려서 마음에 안 들었어요. 저는 남편에게 옷을 여기에 두고 나가면 불편하다고, 안 보이게 옷장에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제 기준은 착착 접어서 옷장 안에 넣어두는 거였거든요. 근데 남편은 그렇게까지 하기는 싫어했어요. 알고 보니 세수하다 보면 옷이 젖으니까 펼쳐놓고 나갔던 거예요. 그래서 화장대 앞에 옷걸이를 하나 마련하고 거기에 걸쳐놓고 나가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죠. 제 입장에서는 좀 거슬릴 수도 있지만 그럴 때는 내 기준도 좀 낮출 필요가 있어요.
아이 교육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은 행동 → 비난하지 않기
아들의 교육 문제로 남편에게 대화를 시도한 적이 있었어요. 아빠로서 아들의 경제관념도 잡아주고, 흐트러진 생활 습관에 대해 기준을 공유하길 바랐죠. “여보 요즘 OO가 게임을 지나치게 해서 걱정이 많이 돼”라고 했는데 남편의 표정이 떨떠름하더라고요. 기분이 확 상했지요. 남편이 “당신 말이 맞다”라고 하는데도 편하지 않았어요. 결국 남편이 저한테 “당신이 말해” 하고 끝났죠. 남편이 무성의하고, 경제관념도 희박한 것 같으면서… 왠지 불편했어요. 나중에야 남편이 “사실 당신이 애들에 대해 얘기하면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되고 책임감이 느껴져서 불편해.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잘못한 게 있어서 혼나는 기분이야”라고 하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혼내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남편은 편하게 듣기가 어렵다고 고백했죠. 만일 처음에 제가 “당신 항상 그렇게 대충 넘어가더라”라는 식으로 비난했다면 이미 혼나는 기분이었던 남편의 방어기제가 더 올라왔을 거예요. “내가 못한 게 뭐 있어?”라고 화냈을지도 모르죠. 비난하지 않아야 나중에라도 서로 대화할 수 있어요.
늦게까지 자는 습관 → 그게 왜 싫을까? 생각하기
남편이 휴일에 오전 10시쯤 일어나더니 밥을 먹고 다시 자는 거예요. ‘그만큼 잤으면 됐지. 또 자?’ 하고 짜증이 났죠. 예전에는 저도 늦잠 자는 것이 나쁜 습관이라고 생각해서 남편을 비난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실 나도 자고 싶었던 거였어요. 그런데 나는 청소, 빨래에 밀린 집안일을 해야 돼서 못 자는 거예요. 나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하는 남편이 미웠던 거죠. 그러다가 저도 졸리면 설거지도 좀 미뤄두고 여유롭게 있어봤어요. 근데 신기하게 나도 내 맘대로 하니까 남편이 자든지 말든지 신경이 안 쓰이더라고요. 그러다 남편이 깨면 청소기 돌리자고 해서 같이하고요. 그러니까 더 이상 남편이 게을러 보이지 않더라고요. 내가 게으를까 봐 걱정하는 경우에는 상대에게 훨씬 강한 비난을 하게 돼요. 그 필터 때문에 남편이 더 나쁘게 보이는 거죠.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김석영, 김동연(프리랜서) ■도움말 / 이성아(자람가족학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