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 석학들 역시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를 대비하는 포스트 코로나를 넘어 이제는 코로나19와 공생할 수밖에 없는 ‘WITH 코로나’ 시대가 열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를 중심으로 기존 사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4월 주요 사업 대부분을 취소하거나 축소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그 사이에도 우리 삶은 계속돼야 하기에 지자체들이 대주민 행정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도 행정에 언택트 방식을 적극 반영하며, 주민들이 건강을 챙기면서 최대한 불편 없이 생활을 꾸려 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성남시는 우선 직원조회와 간부회의 등 내부 회의와 모임을 최소화하는 대신 영상·화상회의를 활성화하고,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하며, 가능한 업무부터 비대면으로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또 성남시청 안에서 시민들이 이용하던 ‘공감갤러리’의 휴관이 장기화돼 전시활동 중단 조치가 길어지자 시는 예술가들의 활동을 장려하고 코로나블루(우울증)로 지친 시민들의 문화생활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감갤러리의 전시활동을 촬영해 성남시 공식 블로그 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감ON’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전국 최초로 관내 59개의 평생교육 강좌를 온라인으로 전환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강의 수강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울러 ‘모든 연령, 모든 분야에 걸친 언택트 행정서비스’ 방침 아래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치과주치의 서비스부터 고3 학생들 온라인 대학 입시전략 설명회, 어르신들 온라인 치매예방 비대면 인지·운동 프로그램, 중소기업 언택트 화상 수출상담회 등도 진행했다.
특히 ‘가상현실(VR) 면접체험관’과 ‘화상 면접 채용의 날’을 운영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구직자의 취업을 지원한다. VR 면접체험관은 기업별·직군별 모의 면접 시스템으로, 7일 성남시청 2층 일자리센터 상담실에 설치된다.
이 시스템은 고글 형태의 VR기기를 쓰면 가상의 면접관이 등장해 실제 기업의 직무별 기출문제를 질문하고 이에 응시자가 답변을 하면 대답속도나 시선 처리와 목소리 톤 등 객관적인 사항을 분석해 준다. 모의 면접 내용을 녹음파일로 제공해 자가학습을 돕기도 한다. 이 시스템은 면접에 관한 실전감각을 키워 취업 성공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VR 면접체험관은 성남일자리센터에 구직등록을 하면 사전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화상 면접 채용의 날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운영한다. 구직자와 구인기업이 시청 2층 성남일자리센터 상담실에서 오디오가 장착된 노트북 화면을 통해 1대1 비대면 면접을 진행한다.
경기도 안산시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공무원 채용 면접시험을 비대면 방식으로 치렀다. 지난 1~3일 열린 안산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의 면접에 참여한 응시자들은 안산시 중앙도서관에 시차를 두고 모인 뒤 1명씩 별도의 공간에서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면접을 봤다. 면접관들 역시 모여 있지 않고 별도의 공간에서 면접을 진행했다.
대전시의회는 스마트 영상 조문을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은 ‘대전광역시 장사시설의 설치 및 관리·운영조례 일부 개정조례’를 만들기도 했다. 조례의 핵심 내용은 ‘4차 산업혁명 선도 도시인 대전시가 장례문화를 개선하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스마트 영상 조문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스마트 영상 조문이란 상주를 위로하는 영상을 장례식장에 보내면 디스플레이 화면에 방영되는 것을 말한다.
이 밖에 강원도는 춘천 스카이컨벤션에서 중국 난징시와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 협약은 영상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서명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로 국내외 전시 박람회나 바이어 초청 상담회 등 대면 수출 마케팅이 잇달아 취소되거나 연기되자 언택트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 위기의 시대이지만, 지자체들의 행정은 이미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달려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