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이 부장의 배임 혹은 횡령을 발견했을 때 징계를 주었다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질 못했다.
그 무렵 또 하나의 일을 겪었다. 경희대병원과 고양시 명지병원 직영점을 입점할 때의 일이다. 나의 절친한 대학선배인 김 모 전무가 허구의 브로커를 만들어 놓고 “그들에게 병원 입점 수수료를 주어야 한다”면서 2000만 원씩 갖고 가서는 개인적으로 착취했다. 나는 김 전무를 용서해서는 안 됐지만, 대학선배이고 그의 딱한 사정을 살펴서 용서를 했다. 그런데 그는 또다시 회사의 한 통장에서 26회에 걸쳐 돈을 빼갔다.
이 부장과 김 전무의 배임 혹은 횡령사건 후 나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한 배신감에 시달렸다.
그뿐 아니다. 나는 죽이야기 부산지사 임 모 지사장에게 13년 전 무상으로 부산·경남·울산 지역 지사권한을 주었다. 그는 본사에 가맹계약 관련 업무와 가맹점 관리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했지만, 여러 가지 핑계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2010년 부산·경남·울산 지사권한을 박탈하고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랬더니 임 지사장 부부가 서울 본사로 올라와서 눈물을 흘리며 “다시 기회를 주시면 본사의 방침을 잘 따르겠다”고 사정을 했다.
나는 또다시 마음이 약해져 부산지역 지사권을 다시 재계약해 주었다. 그런데 2014년이 됐을 때 가맹점들로부터 ‘부당하게 막대한 돈을 뜯겼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부산지사의 비리를 조사하다 보니 본사에 입금해야 할 비용을 수십 건 횡령한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임 지사장이 78건의 가맹계약을 하면서 부과세를 누락하는 바람에 본사는 2015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아야 했다. 여린 마음으로 베푼 인정이 세금폭탄으로 돌아온 것이다.
경영자 혹은 사회인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만나는 많은 사람이 다 좋을 수는 없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 약속을 어기는 사람, 돈 문제가 깨끗하지 못한 사람 등등….
한 번의 실수로 그를 판단한다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지난날의 경험으로 볼 때 ‘쓸데없는 인정은 곧 자신을 파괴시키는 무기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요즘 강태공의 교훈이 무척 마음에 와닿는다. 지금까지 뒤통수를 친 직원 혹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경영자인 내가 쓸데없이 과잉 인정을 베푼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나에게는 회복불능의 상처를 준다. ‘나의 인덕이 이 정도이다’라고 생각하기엔 그들은 나에게 너무나 치명적인 무기가 돼 돌아온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는 나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다. 우리 자신에게 회복불능의 상처를 주는 사람은 대부분 가까이 있는 직원. 친구, 형제, 거래처 등이다.
강태공의 ‘복수불반분’에서 얻는 교훈이라면 ‘땅에 쏟아진 물은 절대 다시 담을 수 없듯이 한 번 실수하거나 배신한 상대들은 두 번, 세 번 똑같이 한다’는 것이다.
■임영서 대표는 누구?
임영서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장사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성장했다. 대학을 마치고 체계적인 장사를 배우고 싶어서 일본유학을 경험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지난 25년간 1세대 창업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서경대학교 프랜차이즈학과 겸임교수, 연세대 상남경영대학원 프랜차이즈 과정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지금까지 1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기업과 500명 이상의 자영업자 창업 컨설팅, 1000회 이상 창업 강의, TV·라디오방송과 신문·잡지 등의 창업 칼럼니스트 활동 외에 다수의 창업 저서를 출간했다. 현재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죽이야기와 식품제조기업 ㈜대호가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