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 매일 쓰기 도움 될까?

공독쌤의 공부머리 독서법

‘독서록’ 매일 쓰기 도움 될까?

최승필|독서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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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독서 솔루션이냐, 나쁜 독서 솔루션이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그 독서 솔루션을 실행했을 때 독서를 더 좋아하게 만들면 좋은 솔루션, 싫어하게 만들면 나쁜 솔루션이죠. 예를 들어 책을 읽은 직후에 간단한 독서퀴즈를 내는 것은 좋은 솔루션일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잘 읽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아이에게 핵심 줄거리를 묻는 간단한 독서퀴즈는 자신의 독서 상태를 증명하는 재미있는 게임이나 다름없죠. 독서퀴즈를 다 맞추면 뿌듯해하고, 다음에도 잘 맞추려고 독서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좋은 솔루션은 이렇게 독서의 재미와 동기를 강화해 줍니다. 반면 나쁜 독서 솔루션은 독서의 재미와 동기를 약화시킵니다. 하면 할수록 독서가 싫어지는 거죠. 독서록, 독후감 쓰기는 어떨까요? 좋은 독서 솔루션일까요?

독서록, 독후감 쓰기는 가장 대표적인 독후활동입니다. 독서록, 독후감을 쓰면 그 책의 내용을 깊이 되짚어볼 수 있고, 독자 자신의 감정과 생각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했을 때는 두말이 필요없는 좋은 독후활동입니다. 문제는 똑같은 독서록을 숙제로 쓰게 됐을 때 정반대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책을 읽기도 바쁩니다. 한 권을 재미있게 읽고 나면 또 다른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고, 그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음 책을 또 읽고 싶어집니다. 그런 아이에게 독서록, 독후감 숙제는 독서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뿐입니다. 특히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라면 독서록 때문에 독서에 대한 흥미마저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나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더 심각한 악영향을 끼칩니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 독서를 부담스러운 과제로 느낍니다. 그런데 그 힘든 과제를 겨우 끝냈더니 독서록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이런 첩첩산중이 없는 셈입니다. 책만 보면 ‘이걸 읽고 글까지 써야 해?’ 하는 답답증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잖아도 싫었던 책이 독서록 때문에 더 싫어집니다.

물론 부모님께서 독서록 쓰기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는 잘 압니다.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독서관리를 하는 게 간단치가 않은데, 독서록 쓰기를 시키면 아이가 책을 읽었는지 아닌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독서만 하는 것보다 독서록까지 쓰는 것이 더 효과가 좋을 듯한 생각도 듭니다. 글쓰기 실력까지 늘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어디 독서록, 독후감뿐이겠습니까. 독서지도를 하다 보면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이런 방법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순간이 시시때때로 찾아옵니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을 재미있게 읽는 게 어디야. 그걸로 만족하자.’ ‘대단한 방법이 따로 있나. 독서 자체가 대단한 거지.’

독서효과의 99%는 재미있는 독서 그 자체에서 나옵니다. 독후활동은 하면 좋지만 안 해도 아무 문제없는 양념일 뿐입니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느냐’입니다.

[공독쌤의 공부머리 독서법] ‘독서록’ 매일 쓰기 도움 될까?

■‘공독쌤’ 최승필은?

독서교육전문가이자 어린이·청소년 지식 도서 작가다. 전국 도서관과 학교 등지를 돌며 독서법 강연을 하고 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쓴 책으로는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과 ‘아빠가 들려주는 진화 이야기, 사람이 뭐야?’(창비) 등이 있다. 교육 잡지 ‘우리 교육’에 독서문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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