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루다네 통일밥상>(한솔수북)은 박경희 작가의 고민과 배려가 오롯이 담긴 동화다. 주인공 루다는 서울 유명 중식당 출신의 요리사 아빠와 냉면으로 유명한 평양 옥류관 출신 요리사 엄마를 둔 청소년이다. 표지를 장식한 상차림은 정겹지만, 한발 더 들여다보면 루다는 재혼가정으로 결이 다른 남동생을 얻은 사춘기 탈북 소녀다. 먼저 한국에 정착한 엄마를 따라 어렵게 한국땅을 밟았지만, 새 아빠는 여전히 낯설고 어느 곳에도 마음 붙일 데가 없다.

200페이지 남짓한 동화에는 여전한 분단 현실뿐만 아니라 재구성가정이 품은 보편적인 고민, 그리고 서서히 성장하고 화합하는 가정의 모습이 담겨 있다.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의 힘은 탈북청소년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글쓰기를 가르쳐온 박경희 작가의 시간에 기반한다. 한국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과 북한의 대표 음식인 냉면의 조화. 익숙한 남북의 음식을 끌어온 것도 현실에 발을 딛고 그들과 함께해온 경험에서 비롯됐다. 작품 속에는 ‘딱친구(절친)’, ‘윗동네(북한)’ 등 실제 쓰이는 용어가 곳곳에 등장해 현실감을 더한다.
“탈북 친구들을 만나면서 남북 음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았어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피자를 사주었더니 별로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먹어온 음식이 달라도 입맛까지 다를 것이란 생각을 못 한 거예요.”
비싼 피자를 사줘도 입맛에 맞지 않다는 아이들을 보면서 받았던 충격과 미안함이 <리루다네 통일밥상>을 쓴 계기가 됐다.
루다의 모델은 여러 형태의 가족을 보면서 복합적으로 그렸다. 재혼 가정은 실제 “탈북 가정에서 흔히 있는 일상”이라고 했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힘을 모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박 작가는 “실제로는 불협화음이 많지만 동화에서는 따뜻하게 그렸다”고 했다. 루다의 동생이 된 대성이에게도 아픈 사연이 있다. 태어난 곳만 달랐을 뿐, 남녀노소 누구나 저마다의 삶의 무게가 있다. 루다와 대성은 그렇게 가족이 된다. 그들에게 “동정이 아닌 인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작가가 내내 글을 쓰면서 지키는 원칙이다. 가난한 탈북 아이가 아닌, 당당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삶을 응원하며 이름도 ‘리루다(이루다)’라고 붙였다.

박경희 작가가 쓴 <류명성 통일빵집>은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 수록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년 간 방송작가로 활동해온 박 작가는 하늘꿈중고등학교에서 ‘박경희 작가와 함께하는 인문학 수업’을 10년 간 진행했으며 <류명성 통일빵집>, <난민 소녀 리도희>, <리무산의 서울 입성기> 등 통일과 탈북을 키워드로 한 많은 작품을 써왔다.
박 작가는 저자 서문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머잖은 미래에 평양에 있는 친구들도 이 동화를 읽었으면”하는 바람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