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코끼리는 서로를 볼 수 있을까?

임영서의 창업 백서

개미와 코끼리는 서로를 볼 수 있을까?

죽이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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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는 마을에는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수령 200년쯤 된돌배나무가 있다. 돌배나무는 동네 아이들의 넉넉한 놀이터였다. 들에서 일하던 농군들이 땀을 식히며 새참을 먹는 곳이자 밭을 갈던 소들에겐 휴식 공간이도 했다. 그 옆에는 큰 바위가 있는데, 개미 떼가 봄부터 초겨울까지 분주하게 지나다녔다. 돌배나무에 묶여 있는 소의 뒷걸음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동하는 개미 행렬을 보면서 필자는 ‘개미들이 과연 소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때때로 소 발굽에 밟혀 죽는 개미가 있었지만 개미의 행렬은 멈출 기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며칠 전 산책을 하다 개미 행렬을 보면서 문득 ‘개미는 소보다 큰 코끼리를 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서울의 명문대를 나와서 정치인 보좌관 일을 하던 친구가 우리 회사에 들어왔다. 그 친구는 법무·인사·노무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직원들 복지에 신경을 많이 썼다. 문제는 직원들에게 과도한 선심을 베풀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사무용품이 필요하다고 품위서를 올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를 해 줘 똑같은 물품이 사무실에 넘쳐났다. 또 필자의 대학 친구가 회사의 중역으로 왔다. 그는 본인이 이뻐하는 신출내기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적용해 줬고, 이에 불만을 가진 선임 직원들에게도 인센티브를 줄 수밖에 없게 됐다. 아무런 기준도 의미도 없는 선심성 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회사는 지난해 서울 사무실을 정리하고 경기도 곤지암으로 이사를 했다. 이때 많은 짐을 버려야 했다. 모두 비싸게 산 것들인데, 버릴 때 또다시 큰돈을 써야 했다. 필자는 화가 났다. ‘직원들이 자기 돈으로 저 물건들을 샀다면 과연 저렇게 소홀하게 관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자금 없이 회사를 창업해서인지 회사 지출에 매우 인색하다. 자동차 유류비용을 아끼려고 도심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웬만해서는 택시도 안 탄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은 배고파 본 사장들의 마음을 잘 모른다. 직원은 회사가 망하면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그만이지만 오너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기업의 오너는 매일매일 생존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물론 경영자는 직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초 동곤지암IC 앞에 직영점을 오픈했다. 시골이라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본사 관리직원들이 주방에 들어가고 서빙을 했다. 나는 회사를 위해 당연한 일이라고 착각을 했다. 하지만 직원들로서는 큰 희생이다. 필자가 직원이었다면 필자 역시 큰 불만을 가졌을 것이다.

개미가 코끼리를 볼 수 없듯이 코끼리도 개미를 볼 수 없다. 직원이 오너의 마음을 알 수 없듯이 오너도 직원들의 마음을 알 수 없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한다”는 이심전심(以心傳心)과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이라는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 “상대의 미소만 보고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는 염화미소(拈華微笑). 그렇게 경영자와 직원이 서로의 얼굴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모든 경영자의 숙제다.

[임영서의 창업 백서] 개미와 코끼리는 서로를 볼 수 있을까?

■임영서 대표는 누구?

임영서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장사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성장했다. 대학을 마치고 체계적인 장사를 배우고 싶어서 일본유학을 경험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지난 25년간 1세대 창업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서경대학교 프랜차이즈학과 겸임교수, 연세대 상남경영대학원 프랜차이즈 과정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지금까지 1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기업과 500명 이상의 자영업자 창업 컨설팅, 1000회 이상 창업 강의, TV·라디오방송과 신문·잡지 등의 창업 칼럼니스트 활동 외에 다수의 창업 저서를 출간했다. 현재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죽이야기와 식품제조기업 ㈜대호가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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