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을 넘어, 서늘하게 해줄 공포 영화로 떠나는 여름밤의 끝을 잠시 잡아보는 건 어떨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가 독특한 문법으로 호러 팬들을 사로잡은 공포 영화 5편을 추천한다. 미국 공포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과 H.P.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 예측 불가한 전개를 선보이는 영화 ‘미스트’와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를 비롯해, 최신 개봉작 ‘놉’을 연출한 조던 필 감독과 함께 차세대 공포 영화 감독으로 손꼽히는 로버트 에거스, 아리 애스터 감독의 작품들로 모두 올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릴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더 위치’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유전’, ‘미드소마 감독판’은 다수의 웰메이드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의 신흥 명가로 떠오른 제작사 A24의 작품이기도 해 수준 높은 영상미까지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 장면의 충격 ‘미스트’
SF 서스펜스 블록버스터 ‘미스트’는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출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과 원작자 스티븐 킹이 8년 만에 재회해 만든 코스믹 호러 작품이다. 폭풍우에 쓰러진 집을 수리하기 위해 아들 빌리(나단 겜블)와 함께 다운타운의 마트로 향한 데이비드(토마스 제인)는 바깥을 둘러싼 안개 속에서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사람들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윽고 마트에 고립돼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데이비드와 빌리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괴물들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대항에 나선다.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 ‘미스트’에 기반한 스릴 넘치는 서사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대담한 연출이 돋보이며, 결말은 영화를 본 모든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또한 외형만으로도 소름 돋는 미지의 괴물들 속에서 이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나약함에 대한 고찰까지 가감 없이 담았다.
■색채 그리고 광기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
미국 공포 문학의 아버지 H.P.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우주에서 온 색채’를 원작으로 한 코스믹 호러 영화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는 ‘색채’라는 낯설고 기이한 존재가 한 가족을 파멸로 이끄는 과정을 그린다. 유방암 치료를 받고 있는 아내 테레사(조엘리 리처드슨)의 요양을 위해 조용한 시골 마을에 정착한 네이선(니콜라스 케이지)과 가족들이 평온한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밤, 커다란 굉음과 함께 자줏빛 색채를 내뿜는 정체불명의 운석이 앞마당에 떨어진다. 이후 네이선과 가족들은 색채가 발산하는 영향력에 서서히 노출돼 끔찍한 변화를 겪게 되고, 결국 인간성을 잃어가며 광기에 휩싸이고 만다.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는 호러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재인 색채를 활용한 신비한 영상미로 시청자들의 낯선 공포심을 자극하며, 니콜라스 케이지와 조엘리 리처드슨을 비롯한 배우들의 광기 서린 연기로 한 가족의 파멸이라는 암울한 서사를 더욱 생생하게 조명한다. 제15회 판타스틱 페스트에서 공포 부문 작품상을 수상해 뛰어난 완성도를 입증했다.
■17세기 호러 ‘더 위치’
공포 미스테리 영화 ‘더 위치’는 풍부한 상상력과 전위적인 연출로 호러 장르에 한 획을 그은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데뷔작이다. ‘잇 컴스 앳 나잇’, ‘언더 더 스킨’ 등 걸출한 공포 영화를 배급한 A24와 함께한 작품이며, 1692년 미국에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사건인 ‘살렘 마녀재판’을 소재로 한다. 종교적 신념의 차이로 몸담았던 공동체를 떠나 뉴잉글랜드의 외딴 숲으로 향한 윌리엄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화 ‘더 위치’는 이들을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이한 사건들과, 그 속에서 추악하게 변해가는 가족의 모습을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그려낸다. 17세기 당시를 놀랍도록 재연한 세트와 의상으로 제31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감독상을 수상했다. 청교도들의 종교적 독선과 경직된 사회 분위기를 현실감 있게 반영한 서사로 제59회 런던 영화제, 제23회 제라르메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등에서 수많은 상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오컬트 마니아라면 꼭! ‘유전’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에 선정되는 등 웰메이드 호러 영화로 손꼽히는 ‘유전’은 기존 공포 영화의 틀을 벗어난 신선함으로 개봉 이후에도 꾸준히 주목받아왔다. ‘유전’은 유수의 단편영화를 통해 천재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아리 애스터 감독과 제작사 A24의 만남으로 완성도를 높인 하우스 호러물로, 할머니로부터 시작된 저주에 사로잡힌 그레이엄 가족의 비극을 다룬다. 두 아이의 엄마인 애니 그레이엄(토니 콜렛)은 언제부턴가 돌아가신 엄마 ‘엘렌’의 유령이 자꾸만 집에 나타나는 것을 느낀다. 이윽고 애니는 자신에게 접근한 수상한 이웃 조안(앤 도드)을 통해 엘렌의 비밀을 발견하고, 마침내 아들 피터(알렉스 울프)와 딸 찰리(밀리 샤피로)에게까지 이어진 저주의 실체를 깨닫게 된다. 평범한 가정을 배경으로 하지만 빙의, 강령술 등의 기이한 소재를 통해 오컬트적 분위기를 완벽히 구현하며, 제31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토니 콜렛과 알렉스 울프가 그려내는 살벌한 모자 갈등이 기저에 깔린 공포를 한층 부각시킨다.
■감독판은 봐야지요 ‘미드소마’ 감독판
영화 ‘유전’을 연출한 아리 애스터 감독과 A24의 또 다른 화제작 ‘미드소마’는 90년에 한 번, 9일 동안 이어지는 한여름 ‘미드소마 축제’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포크 호러다. 일반적인 호러 작품들과 구별되는 따스하고 밝은 화면으로 호러 팬들의 호기심을 자아냈으며, 신체적 고통이 아닌 심리적인 고통과 공포를 섬세하게 표현해 이목을 끌었다. 마음의 상심을 겪은 주인공 대니(플로렌스 퓨)가 스웨덴 북부의 외딴 마을에서 열린 기괴한 공동체 문화를 접하면서 그동안 어긋난 관계를 극복하고 새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린 ‘미드소마’는 밝은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공포뿐만 아니라 관계와 믿음에 대한 이야기, 전통 등의 주제를 다소 낯설지만 흡인력있게 다룬다. ‘미드소마 감독판’은 기존 작품에 개연성과 긴장감, 유려한 영상미를 더해줄 장면들이 다수 추가돼 더욱 강렬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