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잡솨봐.”
최근 1년간 개고기 취식 경험이 있는 한국인 중 절반 가까이가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개고기를 먹어야만 했다. 이러한 경험은 20대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것(53.6%)으로 확인됐다. 또 전체 응답자의 84.6%가 앞으로도 개고기를 먹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해 개고기 취식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이하 한국 HSI)이 시장조사 기관 닐슨코리아에 의뢰해 한국의 개고기 소비와 인식 현황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국민 1500명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근 1년간 개고기를 먹은 사람 중 45.2%는 ‘개고기를 먹고 싶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2명 중 1명은 본인 의지가 아닌 타인의 권유나 분위기에 의해 개고기를 섭취했던 것이다. 이는 특히 20대층에서 53.6%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개고기를 권유했던 상대는 아버지(29.2%), 직장 상사(22%) 등 순으로 윗사람의 영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개식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은 작년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향후 개식용을 하지 않겠다는 답변은 84.6%로 지난해 대비 3.9% 증가했다. 그중 한 번이라도 개식용 경험이 있지만 앞으로는 먹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38.7%로 나타났으며, 먹어본 경험도 없고 앞으로도 먹지 않겠다는 비중도 45.9%로 지난해 대비 5.6% 대폭 증가했다. 응답자의 53.1%는 ‘개고기가 안전하고 위생적인 식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에 대해 한국 HSI 이상경 팀장은 “이미 대다수의 국민들이 개고기를 먹지 않고 또 기존에 소비하던 인구도 앞으로 먹지 않겠다는 사회에서, 개고기를 섭취해야만 하는 분위기나 자리가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는 게 안타깝다. 20대는 절반 이상이 가족 어르신이나 직장 상사 등의 결정에 따라 개고기 소비를 하게 됐다고 답했다. 비윤리적, 비위생적 그리고 불법적으로 도살 및 유통되어 식탁 위에 오르는 개고기는 본인도 줄이고 남에게 권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식약처가 비위생적인 불법 개고기 산업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개는 축산법상 가축으로 규정되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으로 관리되는 축산물이 아니다. 식품위생법상은 개고기는 식품원료에 포함되지 않아 가공·유통·조리 모두가 불법이다. 그럼에도 식약처가 이를 단속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라며, “비위생적으로 도살·유통되는 개고기에 눈 감고 관리 감독을 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난 12월에는 개식용 금지를 위한 정부의 ‘개식용 문제 논의 위원회’가 신설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듯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반대하고 있다는 지속적인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위원회 결과 보고는 두 번이나 지연됐으며 지난 6월부터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채정아 한국 HSI 대표는 “해당 위원회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제 개식용 금지를 검토할 때’라는 입장을 내며 만들어졌지만 현재 위원회는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진돗개 ‘토리’를 키우고 있는 견주이기도 하다. 우리는 하루빨리 대통령이 개식용을 종식시키고 모든 개들이 ‘토리’처럼 새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홍콩,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개고기를 역사 속으로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SI는 2015년부터 개농장을 인도적 사업으로 전환하는 ‘변화를 위한 모델(Models for Change)’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개들을 구조하고 농장은 폐쇄하되, 농장주에게는 다른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윈윈 구조다. 올해까지 국내 17개 개농장을 영구적으로 폐쇄하면서 약 2500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구조된 개들은 미국, 캐나다, 영국 등 해외로 입양을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