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화가로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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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화가로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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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 A Han, Pointed Warmth Installation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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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작가’는 잘 섞이지 않는 단어다. 그래서일까. 두 단어의 경계에 서 있는 여성들의 고민은 언제나 무겁다. 이번 주말에는 두 여성 작가가 건네는 삶의 무게를 공유해봐도 좋겠다. 각자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여성 작가 2인의 개인전을 소개한다.

오는 12월 18일까지 용산구 바이파운드리에서는 한상아 작가의 개인전 ‘뾰족한 온기’가 진행된다. 작가가 자신의 내면으로 스며드는 경험과 기억을 광목 위에 먹으로 그리고 오려낸 다음 실로 단단히 꿰매고 이어내는 수행적 과정을 통해 사랑하는 대상의 평안을 바라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작가의 작업은 일상적 경험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감정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된다. 작가, 여성, 한 개인으로서 겪는 삶의 여러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작가는 종종 하나의 단어로 단순화되지 않는 복잡미묘한 정서가 “몸에 달라붙어 마치 무늬와 같이 피부에 스며드는 것”같다고 말한 바 있다. 작가는 이러한 감성적 기억을 논리 정연한 서사로 정리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파편적이고 모순적인 면모를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뾰족한 온기’라는 전시명은 어머니인 이중의 정체성이 촉발하는 모순적인 사랑의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평온한 나날을 염원하면서도 눈앞의 대상에 항상 예리한 날을 세울 수밖에 없는 긴장감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감정과 생각의 편린을 작가는 무언가를 향해 뻗어 있거나 합장한 손, 불꽃, 별처럼 신화적, 종교적 맥락을 연상시키는 상징들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거나 여러 갈래로 갈라져 나오는 선같이 유기적인 형태가 공존하는 초현실적 장면에 담아냈다.

어미 Mother, 123X140cm, Oil· acrylic on fabriano paper, 2022

어미 Mother, 123X140cm, Oil· acrylic on fabriano paper, 2022

정보경 작가의 작품들은 강렬하다. 한번 보고 나면 오랫동안 잔상이 남는다. 이번 전시도 마찬가지다.

정 작가의 개인전 ‘어미, 화가’가 24일까지 강남구 얼터사이트계선(ASK)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어미’이자 ‘여성’이자 ‘화가’인 정보경의 고민을 조금 더 적극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자리다. 기존의 드로잉과 대형 회화 작품, 새롭게 선보이는 설치 작품과 판화 등이 준비됐다.

특히 한 손엔 붓 꾸러미를 들고 나체로 서있는 전사 시리즈, 산속에서 어린 아들과 단둘이 살았던 때 느낀 감정을 그린 어미 시리즈, 천천히 돌아가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시각화한 바비 샹들리에가 인상적이다.

작가는 본인의 현재 위치를 ‘한국에서 일반적인 가정생활을 하며, 11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이자, 경제적인 독립을 유지하며 작업을 하는 전업작가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가사, 육아와 작업을 병행하며 늘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꼈고, 아이가 주는 행복감을 느끼면서도 늘 혼자만의 시간을 갈망했다. 또한 작업에 대한 사명감이 커질수록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 두 가지 사이에서 매 순간 갈등하고 고민한다고 했다. 전시는 그런 그녀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매 순간 고민하고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공유하는 장이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마주하면서 자신만의 경험에 비추어 여러 해석을 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꽃에서 실내 풍경으로, 실내 풍경에서 인물로 대상을 확장해 나아가며, 새로운 매체에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작가가 이번에는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전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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