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머리를 본 순간부터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외국인 시청자가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속 ‘추 선생’을 보고 남긴 시청 후기다.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장발과 ‘언젠가 사고 제대로 칠 듯한’ 말투, 눈빛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일명 ‘하남자의 농담’이라고 불리는 추 선생이 글로벌 빌런으로 주목받고 있다.
‘추 선생’은 복수를 위해 사립초등학교로 부임한 문동은(송혜교 분)의 동료 교사다.
문동은이 학창 시절 교내 동급생으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하며 빌런이 됐다면, 추 선생(허동원 분)은 문동은이 성인이 된 이후 학교에서 만난 새로운 빌런이다. 웃는 얼굴로 말을 걸어오지만 유쾌하지 않은 질문만 연신 내뱉고 무례함을 농담으로 치부한다. 그런 추 선생에게 문동은 역시 ‘넝~담(농담)’으로 반격을 가하며 팽팽한 기 싸움을 펼친다. 모욕적으로 남겨진 패자는 추 선생이고 이를 본 시청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문동은의 여유로운 반격에 평정심을 잃고 떨리는 입술과 눈빛 화를 삭여내는 숨결까지 표현하며 무너지는 추 선생, 시청자가 통쾌함을 느끼는 지점에 배우 허동원이 있다. 여유만만하던 빌런의 멘탈 붕괴가 선사하는 즐거움은 국내외 시청자로부터 통쾌한 <더 글로리>의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다.
허동원은 추 선생의 비주얼부터 맛깔스러운 대사 톤까지 빌런의 ‘캐릭터화’를 완성도 높게 그려냈다. 눈에 띄는 단발머리에 더 눈에 띄는 꽃무늬 스카프와 줄무늬 니트를 한 번에 소화하는 범상치 않은 극악 비주얼부터 음침하고 은밀한 눈빛에 더해진 조곤조곤하면서도 여유로운 말투와 “넝~담” 같은 얄미운 대사의 맛까지 캐릭터의 면면에 밉살스러움을 더했다.
1980년생, 183cm. 수영이 취미고 전라도·경상도 사투리 연기가 특기라고 밝힌 허동원은 연극 <짬뽕> , <가족입니다>, <섬마을 우리들>, <사건발생 1980>, <임대아파트>, <사건발생 일구팔공> 등 무대에서 연기 경력을 쌓으며 영화와 드라마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해왔다. 그에게 맞지 않는 옷이란 없었다. 재벌 회장에서 형사, 깡패, 양아치까지 기꺼이 퍼즐 한 조각이 되어 극을 완성했다.
영화 <베테랑>, <범죄도시>에서는 2% 부족한 듯하나 정의로운 형사였고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위태로운 향미를 더 낭떠러지로 모는 ‘김낙호’ 역으로 시청자에게 긴장감을 안겼다. 드라마 <인사이더>에서는 도박판 최강 빌런 ‘더스킨네이션’ 양준 회장 역을 맡아 서늘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가 하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로또 당첨금 분할 소송 에피소드 주인공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12월에 공개된 Disney+의 < 카지노>에도 등장한다.
지난 12월 30일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시리즈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 코리아 한국 콘텐츠 1위에 오른 데 이어 단 3일 만에 254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단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3위에 올라 연일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더 글로리> 파트 2는 오는 3월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