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레인스토어 제공
각종 ‘오픈런(open run)’ 소식이 심심찮기 전해진다. 보통 공연의 폐막 날짜를 정해놓지 않고 무기한 상연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구하기 힘든 상품을 사기 위해 매장 문이 열리는 순간 입장하는 ‘쇼핑 용어’로 더욱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요즘 오픈런이 가장 활발한 업계는 술이 아닐까 싶다. 콕 집어 위스키. 지난 25일에도 위스키를 사기 위한 편의점 오픈런 사례가 기사에 등장했다. 연차를 써가며, 27도에 육박하는 기온에도 줄을 서게 할 정도로 강력한 위스키의 매력은 무엇일까.
<한국인을 위한 슬기로운 위스키 생활>(권동현·김유빈 저, 브레인스토어)은 알쏭달쏭한 위스키의 세계를 ‘위스키에 대한 10가지 오해’와 ‘10가지 포인트’로 짚어냈다. 이를테면 한글로는 ‘위스키’라고 표기하지만 라벨에는 WHISKY 혹은 WHISKEY라고 쓰는 제품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식이다. 보통 미국이나 아일랜드 증류소는 WHISKEY라고 적고, 일본과 스코틀랜드 및 기타 국가에서는 대부분 WHISKY라고 쓴다고 이 책은 전한다. 먼저 아이리시 위스키(WHISKEY)와 조금 늦게 위스키를 생산했지만 더 큰 시장을 형성한 스카치 위스키(WHISKY)가 차별화를 위해 e를 뺐다고 전해진다는 설부터 창립자 혈통의 뿌리에 따라 ‘e’를 빼기도 하는 등 업계의 흥미로운 ‘고집’에 대한 이야기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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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라벨이나 이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부터 곡류 비율에 따른 위스키의 이름과 풍미, 오크통의 크기와 숙성도의 상관관계 등의 정보도 담겨 있다. 생생한 현장 사진과 알기 쉽게 그려진 그림, 도표 등을 통해 위스키의 제조 공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주는 무섭다’는 얕은 선입견이 서서히 흐려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같은 위스키를 니트, 온더락, 물을 타서 3가지 방법으로 즐겨본다” 등 월드클래스 바텐더가 알려주는 위스키바 이용 팁, 국내외 대표적인 주류박람회 정보, 잔 선택법 등의 단계를 넘어가면 이제 본격적으로 모르는 영어의 나열과 같았던 긴 위스키의 이름이 조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역사책을 보는 듯 흥미진진한 삽화로 구성된 국내외 위스키의 역사 등도 가볍게 읽기 좋다. 남들이 마신다니까, 구하기 어렵다니까 한정판 위스키 오픈런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취향을 확인하려는 애호인이라면 읽어볼 만한 음주 생활 교양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