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오드리 제공
“뉴욕에서 나는 매일매일 새로운 나를 찾는 느낌이었다. 뉴욕에서 나는 인류의 문화유산이 가득 담긴 보물창고를 초고속 열차를 타고 탐험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여행지에서 느꼈던 딱 감정을 이렇게 정제된 문장으로 써주다니! 이래서 좋은 작가를 찾고 책을 읽는 것이다. “일분일초가 아쉬웠”던 뉴욕에서의 “즐거운 조바심”을 이렇게 책으로 다시 마주하는 즐거움을 준 책은 정여울 작가의 신간 <여행의 쓸모>(글 정여울·사진 이승원·스튜디오 오드리)다.

스토리가 있는 사진이 여행 에세이를 읽는 재미를 더 한다. 스튜디오오드리 제공
2014년 40만 부가 판매된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을 쓴 정여울 작가는 잘 알려진 ‘프로 여행러’. 코로나 기간 동안 발이 묶였던 작가는 영문 백신 접종서를 들고 “팬데믹이 사라지면 떠나고 싶은 첫 번째 여행지”인 파리로 떠났다. ‘다시’ 떠나게 된 순간의 감동과 감격을 담아낸 신간이 바로 <여행의 쓸모>다.
작가는 “여행을 통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배웠다”고 썼다. “키가 커 보이고 싶은 열망, 예쁜 옷을 입고 싶은 열망”을 내려놓자 여행 가방에서 옷이 들어갈 자리는 줄어들었고 비로소 여행가방은 가벼워졌으며 몸도 가벼워졌다. 여행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지구인들에게 이런 ‘준비’는 더 없이 귀한 태세다.

스튜디오 오드리 제공
내가 이렇게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나열식 여행기는 절대 아니다. 작가를 매혹시킨 곳, 이야기가 있는 곳을 함께 돌아보는 데에 의미가 있다. 미국 뉴욕부터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이탈리아 코모 호수, 페루 마추픽추 등의 여행기가 담긴 ‘내가 사랑한 여행지’는 다음 여행지를 탐색 중인 이들에게는 상당한 정보 값을 주는 챕터이긴 하다. 이승원 작가의 힘 있는 여행 사진도 스토리의 밀도를 더한다.
늘 여행 준비의 마지막 절차는 읽을 책을 고르는 것이었다. 비록 다 읽고 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무엇을 읽을 지 고민하는 시간만큼은 아깝지 않았다. 풍부한 사진과 공감대, 어쩌면 가이드가 될 수도 있는 <여행의 쓸모>는 든든한 여행의 동행이 될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