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 가을이다. 전국 곳곳에 요란한 가을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 이번 주말, 고요한 문화 산책을 떠나보면 어떨까.
돈의문박물관마을은 12월 31일까지 ‘어떤 공간: Odd Space, Common Place’ 전을 선보인다. 박물관 내 외벽에 설치된 대형 LED미디어아트 월을 통해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색 전시다. 영상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사이 매시 20분과 43분에 7분 40초씩 상영된다.
이수진의 ‘불과 얼음의 노래-How to make a Song with Opposite Value?’ 작품은 우연과 예측불허의 불협화음에 대한 상상을 다양한 사진, 퍼포먼스, 영상 등을 한 작품 내에서 중첩해 초현실적인 중간세계를 넘나드는 신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
또한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연출가인 김제민, 인공지능 연구자인 김근형으로 이뤄진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의 작품 ‘Ludenstopia’는 실제 20대의 방을 촬영한 사진 1천 장과 놀고 즐기는 장소로 선정한 극장, 카페, 호프집, 파티장 등의 사진을 아카이브 했다. 인공지능이 상상해 낸 제 3의 공간을 재배치한 ‘루덴스토피아(유희적 세계)’를 보여준다 .
이외에도 돈의문박물관 시민갤러리 1, 2관에서는 김진혁공작소와 공동 기획한 ‘이별 박물관’ 전이 진행된다.
전시는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아프고 힘든 이별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생애 첫 이별인 ‘쪽쪽이와 이별하는 쌍둥이’의 영상, ‘70년 해로했던 아내의 유품’,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의 휠체어’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호암미술관은 ‘소장품 특별전-자연/스럽게’를 내년 1월 21일까지 1, 2층 전관에서 개최한다. 국내외 작가 5명의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총 6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아이슬란드 고원의 남쪽 계곡 도마달루를 12시간에 걸쳐 찍은 서른다섯 장의 사진 작품으로 구성된 올라퍼 엘리아슨의 ‘도마달루 일광 연작(북쪽)과 아이슬란드 빙하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로니 혼의 유리 작품 ’열 개의 액체 사건’은 태초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고요한 풍경 속에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대자연의 변모를 보여준다.
빙하에서 활화산에 이르기까지 흙, 물, 불, 바람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담은 김수자의 영상 작품 ‘대지-물-불-공기’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요소 간의 깊은 연관 관계를 제시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떼놓을 수 없는 유대를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무제2020(정물) 연작’은 지구상에서 사라진 동물 20종을 알루미늄판에 새긴 작품으로 마치 동물들의 묘비처럼 전시장 바닥에 설치돼 자연과 생태계의 위기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인류의 변화와 각성을 촉구한다.
끝으로 문경원의 공원 프로젝트 ‘프라미스 파크 서울’은 국가 간 경계와 학문 간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노력만이 새로운 영감을 가져올 수 있음을 상기시키며 과거와 현재, 지역과 세계를 연결함으로써 찾을 수 있는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전시를 마무리한다.
타파이 작가의 개인전 ‘Bird Watcher’가 11월 9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는 원주에서 터를 잡고 탐조를 취미로 두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타파이 작가가 관찰하고 탐구하고 느끼고 해석한 것들을 판화와 다양한 인쇄 기법으로 표현된 작품을 보여준다.
도시의 메말라가는 감정 속 따뜻하고 천진난만한 느낌이 가득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바탕은 로컬 전문 디자인회사 바탕에서 운영하는 갤러리 카페다. 한 달에 한 번 지역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이달의 작가’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달의 작가’ 열두 번째 프로젝트다.
올해는 ‘세기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의 대표작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개봉 70주년이다.
이랜드 박물관은 이를 기념해 11월 2일까지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마릴린 먼로 특별전’을 개최한다.
전시에는 먼로의 상징으로 유명한 ‘환풍구 장면 의상’과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 의상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트라비아의 리메이크 드레스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생전 먼로가 보유하고 실제 사용했던 와인잔과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7년 만의 외출> 등 대표작 원본 포스터를 실물로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