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카라 멤버들과 홍윤혁 PD. 그는 특히 먼저 간 故 구하라와 친분이 깊었다. 본인 제공
K팝 가요계에 홍반장이 있다. 어디선가 전·현직 K팝 아이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가는 홍반장, 홍윤혁 PD다. 그는 전 Mnet과 MBC플러스를 거쳐 현재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쓰리덕스’의 이사로 재직 중이며 한양대 대학원 뮤직컨텐츠비지니스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그는 태동부터 지금까지 옆에서 지켜봐 온 K팝 산증인이다.
홍 PD는 1990년대 ‘철이와 미애’의 멤버 신철과 알고 지낸 인연으로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미국 유학 중 한국 노래방 기계실에서 레이저 디스크를 갈아 끼우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신철과 인연이 닿았다.

가요계 산증인 홍윤혁 PD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쓰리덕스’의 이사로 재직 중이며 한양대 대학원 뮤직컨텐츠비지니스학과에 출강 중이다.
“대학교 2학년 때 미국에 있는 한국어 전용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때 한 외국인을 알게 됐는데 그가 신철 형과 아는 사이였던 거예요.”
마침 방학이라 귀국을 앞둔 그에게 외국인이 신철에게 전할 선물 배달을 부탁했다. 그 기회가 계기가 돼 만난 신철이 “형 따라다니면서 놀래?”하며 방송국도 데려가 주고 PD들도 소개해줬다. 그 만남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너무나 화려해 보이는 직종이라 Mnet에 원서를 냈고 PD일을 시작했죠.”
그는 신입 같지 않은 신입이었다. 신철과 함께 다니며 이미 가요계 인맥은 쌓일 대로 쌓였기 때문이다.
“조성모, 터보 등을 키워낸 김광수 대표(현 MBK엔터테인먼트 대표)를 ‘광수 형’이라고 부를 때였어요. 방송국에 온 그를 두고 ‘광수 형!’이라고 부르니 선배 PD며 가수 매니저며 저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죠.”
그는 공연과 사업 기획 PD로 승승장구했다. Mnet에서 MBC플러스로 이직하면서 다양한 아이돌을 만났다. 방송국에 협찬 들어온 음료수 같은 먹거리를 살뜰하게 대기실에 넣어주면서 아이돌들과 친해졌다. 제작 PD가 아니다 보니 오히려 그들도 스스럼없이 홍 PD를 대했다. 그에게 ‘홍반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이 즈음이었다.
“잘된 아이돌보다 잘 안 된 아이돌, 시쳇말로 ‘망돌’이라고 하죠. 그런 아이들이 더 관심이 가요. 노래와 춤만 알고 살던 그들은 계약이 끝나면 사회에 무방비 상태로 나오거든요. 보호해주는 사람 없이 이용하려는 사람만 그득한 곳이에요. 그러다 유혹에 빠지고 잘못된 길로 가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그는 현재 일부 연예기획사들의 아이돌 육성은 착취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본인 제공
그는 과거보다 팍팍해진 아이돌 활동의 현실도 전한다. 일부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육성은 착취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과거 1990년대 연예 기획사들은 가수를 데뷔시키는 데 필요한 학비나 교육비를 투자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철저한 계약관계라는 미명 아래 김밥 한 줄까지 정산하죠. 7년(통상 아이돌의 데뷔 시 소속사와 계약 기간)간 열심히 활동했어도 가수의 몫은 별로 없어요. 그리고 계약이 끝나면 맨손으로 사회에 방출되는 거죠. 너무 불쌍해요.”
가요계 잔뼈가 굵은 덕에 그는 ‘잘 되겠다’ 싶은 아이돌은 눈빛만 봐도 안다고 말한다. 유난히 초롱초롱한 눈빛을 가진 친구들이 있단다. 그는 트와이스를 일타 강사가 잘 가르친 모범생, 블랙핑크는 타고난 천재, 방탄소년단을 지독한 연습벌레라고 정의했다.

그는 K팝 그룹을 볼 때 무대 위 노래와 퍼포먼스도 좋지만 무대 뒤 그들의 땀과 눈물을 봐달라고 말한다. 본인 제공
“사실 고생 안 한 아이돌이 어디 있겠어요? 한 남자 그룹이 엇박자의 난해한 곡으로 춤을 추는데, 그중에 박자를 갖고 놀며 잘 추는 친구가 한 명 있더라고요. ‘내가 춤은 잘 모르지만 너 춤 추는 거 보니 진짜 연습을 많이 했구나. 박자가 어려운 데 대단하다’라고 칭찬했더니 사내자식이 제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려요.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고맙다’고요. K팝 아이돌들은 무대를 위해 정말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연습합니다.”
그는 K팝 아이돌의 글로벌 성공 요인을 ‘치열함’이라고 했다.
“해외에서 K팝 아이돌 그룹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많은데 쉽지 않을 거예요. 왜냐면 외국 친구들은 우리나라의 치열함을 못 따라가요. 정말 이를 악물고 사는 친구들이거든요. 팬들도 그들의 피 땀 어린 무대 뒤 모습까지 좋아하는 거고요. 무대 하나도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