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스필버그가 이제야 이 영화를 만든 이유? ‘파벨만스’①

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거장 스필버그가 이제야 이 영화를 만든 이유? ‘파벨만스’①

박성근 윤병문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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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파벨만스> 공식 포스터

<파벨만스> 공식 포스터

어린 새미 파벨만은 부모님과 함께 난생처음으로 영화관에 간다. 무서워하는 새미에게 아빠는 영화의 광학적 원리를 설명해주고, 엄마는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말해준다. 영화에서 기차가 충돌하는 장면을 본 새미는 너무 놀라 무서워서 밤잠을 설친다. 새미는 아빠께 장난감 기차를 사달라고 해 밤에 몰래 기차를 충돌시키는 놀이를 한다. 이 모습을 본 엄마가 카메라로 찍어서 여러 번 보면 덜 무서울 거라며 안심시켜준다. 이때부터 새미는 카메라로 여동생들과 촬영을 하며 논다. 어느 해 아빠가 피닉스로 직장을 옮기면서 아빠의 동료 베니 아저씨도 파벨만스 가족과 함께 이사한다.
수년 후 새미는 친구들을 배우로 써서 전쟁 영화를 촬영하는데,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총격 장면에 특수효과를 넣는 등 재능을 보인다. 파벨만 가족과 베니 아저씨가 함께 간 캠핑장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행복에 벅찬 엄마가 자동차 라이트 앞에서 춤을 추다가 몸이 다 비치는 모습을 보고 가족들은 당황한다. 이날의 추억을 새미는 필름에 고스란히 담는다. 얼마 후 엄마의 삼촌 보리스 할아버지가 문득 찾아와 새미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며 ‘예술에 미친 삶’에 대해 조언해준다. 그러나 캠핑 날을 촬영한 필름을 편집하던 중 새미는 엄마가 베니 아저씨와 불륜관계에 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을 발견하고는 충격을 받는다. 이후 싸늘하게 대하는 새미에게 엄마가 이유를 묻자 새미는 그 필름을 보여주며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한다.
아빠는 다시 IBM에 스카우트되어 가족은 모두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하는데 이번에는 베니 아저씨와 함께 가진 않는다. 새집으로 이사 온 엄마는 마음을 잡지 못하다가 결국은 베니에게 떠나면서 가족은 해체된다. 새 학교로 전학한 새미는 불량배 로건과 채드에게 찍혀 괴롭힘을 당하고, 첫사랑 모니카와도 뜻이 달라 이별을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 행사를 촬영해보라는 제의에 응했고, 완성된 영화에서 로건을 영웅처럼 묘사해 로건과 친구가 된다. 1년 후 아빠와 둘이 할리우드로 이사한 새미는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해보려고 알아보던 중 우연한 기회에 거장 존 포드 감독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흥미로운 조언을 들으며 희망찬 발걸음을 내디딘다.


박성근 : 오늘은 지난 시간에 윤 원장이 <기생충> 얘기할 때 잠시 언급했던 <파벨만스> 얘기 좀 해봅시다.

윤병문 : 네, 연결해서 이야기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박 : <기생충> 설명할 때 윤 원장이 말한 게 그런 거잖아. 영화를 만들 때 감독의 무의식이 반영이 되는 거라고. 첫 시간에 <스즈메의 문단속>에 대해 얘기할 때에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여러 작품을 보면 일관되게 나오는 어떤 패턴이 있다고, 그것이 감독의 무의식이 투영된 결과라고. 그런 점에서 <기생충>은 아버지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정영화라는 건데. 그런 식으로 보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파벨만스>도 아버지께 바치는 영화라는 거네?

윤 : 맞아요. 근데 <파벨만스>는 또 <기생충>과 달라요. <기생충>은 은연중에 감춰져서 그런 심리가 반영된 거라면 <파벨만스>는 ‘아예 대놓고’예요. 영화 자체가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인 내용이잖아요? 영화 내용 그대로가 아버지와의 관계를 보여주니까요.

박 : 스티븐 스필버그라면 이 시대 최고의 감독이잖아? 오락성뿐 아니라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흔치 않은 케이스지. 스필버그 영화가 올린 흥행수익을 다 합치면 12조라던데… 거기다가 수상한 상 목록만 해도 어질어질해. 도대체 이 사람 뭐야 싶어. 어떤 사람이길래, 그러니깐 어떤 배경을 가졌기에 이럴까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아 그래서였구나’ 했지.

<파벨만스> 보도 스틸

<파벨만스> 보도 스틸

윤 : 그래서라는 게, 어떤 거요?

박 : 영화 내용을 있는 그대로 본다면 말이지. 스필버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 “난 나의 모든 불안과 갈등을 오롯이 영화에만 쏟아부었답니다”라고. 어려서 처음 가본 영화관에서 기차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던 그 공포감을 영화로 만들어서 극복하고, 엄마의 외도 때문에 가정이 깨질 때도 영화에만 몰두하지. 그리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도 절대로 영화에서 손을 떼지 않아. 오히려 영화로 어려움을 극복하지.

윤 : 그런데 거기서 우리가 놓치고 지나기 쉬운 게 아버지에 관한 거예요. 동생들 얘기, 친구 얘기, 엄마 얘기, 베니 아저씨 얘기, 심지어 자기를 괴롭힌 동급생 얘기까지 다 나오는데, 정작 아버지에 대한 얘기는 빈약해요. 그래서 놓치기 쉽죠.

박 : 후반부에 아버지와 단둘이 할리우드로 이사 갔을 때를 보면 사실 아버지는 스필버그 감독, 아니 이제부터 새미라고 하자, 새미가 가장 의지하는 인물인 걸 알 수 있어. 엄마도 여동생도 다 떠났지만, 아버지만큼은 새미를 위해서 이사까지 하면서 끝까지 도와주잖아. 그 덕분에 마지막 장면에서, 꽤 상징적인 장면이긴 한데, 거장 존 포드를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되지.

윤 : 맞아요. 그런 아버지의 영향은 영화 초반에서부터 나와요. 새미가 영화관에 갔을 때 무섭다고 들어가기 싫어하잖아요. 그때 아버지는 ‘영화란 단지 초당 몇 프레임의 사진’ 이런 식으로 과학적으로 설명을 해줘요. 실제가 아니라고 안심시켜주죠. 그러니깐 이성적으로 보라는 거죠. 그런데 엄마는 달라요. 영화는 꿈이라고, 잊히지 않는 꿈이라고 해요. 처음에 장난감 기차를 영사기로 찍어보라고 한 건 엄마니까요. 아마도 아버지는 새미가처음 영화에 빠졌을 때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고요.

박 : 그런 배경 덕분인지 스필버그의 영화는 예술적일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뛰어나. 피아니스트인 엄마의 예술적 감각이랑, 공학자인 아버지의 기술지식이 합쳐진….

윤 : 그런데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엄마가 상당히 유혹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는 거예요. 감수성이 풍부하니까 어린 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죠.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로 그릴 때는 자신의 그런 오이디푸스적인 갈등을 새미에게 그려넣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로 전치시켜요.

박 : <기생충>에서 봉준호 감독이 4명의 아들들에게로 나눠서 전치된 것으로 봤듯이?

윤 : 아버지 동료, 그러니까 나중에 엄마랑 결혼하는 베니 아저씨요. 베니 아저씨를 보면 그 이미지가 철이 없어요. 결혼도 안 한 채로 계속 따라오려고 해요. 그러니까 다 큰 아들 같은 느낌을 줘요.

박 : 스필버그의 철없는 모습이 투영된 게 베니 아저씨다?

윤 : 내가 엄마를 원하면 그거는 좀 이상하잖아요? 금기된 거니까. 그래서 새미가 아니라 베니 아저씨를 통해서 자신의 그런 소망을 보여주는 거죠. 물론 그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니까 스필버그 감독에겐 베니 아저씨 같은 인물이 있었을 거예요. 실제로 있던 일이긴 하지만, 본심은 내가 엄마랑 살고 싶었던 거죠.

박 : 가족 캠핑을 갔던 날 밤에 엄마가 흥에 겨워 춤을 추는데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속이 다 비쳐 보여. 물론 가족들한테야 상관없지만 베니 아저씨까지 있는 자리니까 상당히 부적절하고 유혹적이야. 그걸 본 새미뿐만 아니라 딸들도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지.

윤 : 그런데요, 새미는 그걸 또 열심히 찍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 엄마는 아들한테도 마찬가지인 거죠. 처음에 피닉스로 이사를 할 때 엄마가 베니 아저씨를 꼭 데려가야 한다고 설득하죠. 그래서 함께 이사를 한 건데 캠핑장에서처럼 그런 식으로 둘이 눈이 맞았죠. 아마 아빠도 그걸 눈치채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꿈에서 베니를 한 대 때렸다고 하니까 엄마는 기겁하고서 차에서 내리죠.

<파벨만스> 보도 스틸

<파벨만스> 보도 스틸

박 : 베니 아저씨는 스필버그가 투영된 인물이니까 그 얘기는 아빠가 아들을 벌주는 거라는 거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거세 불안 같은 거군. 엄마를 넘보는 나를, 아버지가 내 고추를 잘라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

윤 : 영화에 아버지를 상징하는 인물이 또 한 명 나와요. 캘리포니아로 전학 갔을 때 새미를 괴롭히던 애 있잖아요? 로건. 걔는 키도 크고 몸도 좋고 얼굴도 잘 생겼어. 아들의 시각에서 보면 아버지는 그런 존재죠. 키도 크고 힘도 세고 엄마도 차지했고. 그리고 로건 말고 그 옆에서 깐족대는 부하 같은 애 한 명 있어요. 걔는 어찌 보면 스필버그 감독 자신이에요, 어떻게 보면. 로건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까불다가 마지막에 한 대 맞잖아요.

박 : 새미는 그래서인지 학교 땡땡이의 날 행사 때 로건을 영웅처럼 묘사하잖아. 카메라로.

윤 : 실제로 로건도 그러잖아요? 왜 자신을 영웅처럼 연출한 거냐고, 현실의 자신과는 너무 다르다고. 그 이유는 새미도 모르지만, 새미의 무의식에서 로건은 아버지상이라는 거에요. 그러니깐 아주 영웅처럼 이상적으로 편집을 한 거죠.

박 : 로건도 세미한테는 아버지인 거고, 세미한테 아버지인 거라면 결국 스필버그 감독한테도 로건은 아버지 같은 사람, 멋지고 힘센 사람인 거네.

윤 : 그리고 또 한 사람, 아버지상이 있는데 맨 마지막에 나오는 존 포드 감독이요. 그 사람도 아버지 같은 인물이잖아요. 나중에 이제 아버지가 돌아가시잖아요. 스필버그 감독의 아버지가 이 영화를 찍기 2년 전엔가 돌아가셨어요. 실제 아버지는 죽었고, 영화에서 나오는 아버지상들은 거세됐잖아요? 새미의 아버지는 엄마, 그러니까 아내를 뺏겼어요. 힘이 없어. 로건도 그래요. 힘이 없어. 마지막 부분 말고 처음에 새미가 전학 가서 얼마 안 됐을 때, 새미가 로건이 바람피우는 걸 목격한 일을 두고 새미를 때리잖아요? 자신의 여자랑 헤어지게 만들려고 하는 거니까요. 로건한테 새미는 내 여자와의 관계에 방해가 되는 존재인 거죠. 어찌 보면 아버지한테 방해가 되는 아들. 그래서 새미를 때린 거라고 저는 보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로건도 아버지상이라고.

박 : 거기다가 로건은 마지막에 자신이 영화에서 보이는 것만큼 멋진 존재가 아니라고 하면서 울거든. 되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윤 : 그래서 사실 저는 이 영화가 흥행하기 어려울 거라고 봤어요. 아버지와의 갈등이 좀 노골적으로 나타나니까요. 거기다가 더 하는 건 영화 초반부에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새미가 무서워하잖아요? 엄마는 괜찮다고 안심시켜주죠. 그런데 기차가 이렇게 지나가는 것 자체에서 성적인 의미가 보여요. 성기 모양인 데다가 그게 또 부딪혀요. 부딪힌다는 것은 성교를 뜻하죠. 어린 새미가 그 광경에 꽂힌 거죠. 근데 그걸, 성교를 상징하는 행위를 비밀스럽게 할 수 있게, 그러니까 영화로 찍어서 반복해서 재생하는 것으로 해소할 수 있게 엄마가 도와줘요.

박 : 그러니까 생각나는 건데, 엄마가 베니 아저씨랑 은밀한 시간을 보내는 걸 촬영한 영상을 새미가 엄마한테 보여주는 장면 있잖아. 엄마는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해달라며 무릎 꿇고 빌지. 윤 원장 말대로라면 베니 아저씨는 사실 스필버그 자기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니까 결국 새미도 베니 아저씨랑 같은 인물인 거고. 그 영상은 자신의 무의식이 원했던 근친상간적 소망이니깐 아버지한텐 비밀인 거지. 그렇게 보면 엄마가 굉장히 유혹적인 거야.

윤 : 그렇죠.

박 : 캘리포니아로 막 이사 갔을 때 공허한 마음을 달래려고 엄마가 원숭이를 데리고 들어오잖아. 그 원숭이가 나온 것도 엄마의 감정을 상징하는 거로 봤어. 원숭이가 완전히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잖아.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실제로 엄마도 굉장히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사람으로 나오잖아. 그런 면에서 엄마는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으로 그려지는 거지.

<파벨만스> 보도 스틸

<파벨만스> 보도 스틸

윤 : 실제 엄마가 그랬다기보다는, 그러니까 영화에서 나오는 엄마는 머릿속에서의 상상의 인물인 거죠. 스필버그의 오이디푸스적인 욕망에 부합하는 그런 성향이 있는 엄마의 이미지요. 첫사랑 모니카도 엄마의 그런 유혹적인 모습이 투영된 인물로도 보여요. 종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새미를 집으로 불러들이고 침대에서 스킨십을 먼저 시도하는 것도 모니카예요. 기도하자고 하면서 유혹하죠. 그런데 새미가 캘리포니아로 함께 진학해서 결혼하자고 하니까 그건 또 거절해요. 유혹적으로 느껴지는 엄마한테 다가가려 하지만 그게 이루어지진 않는 거죠. 그래서 보리스 삼촌, 그러니까 엄마의 삼촌이라는 그 유랑하며 극단하는 할아버지가 그러잖아요. 예술가의 삶은 가족을 힘들게 할 거라고.

박 : 이런 얘기가 스필버그 감독이 나이가 많이 들어서야 가능해진 건가. 그러니까 77살이 돼서야 자기 얘기를 털어놓잖아? 거장이 된 지는 이미 오래전인데. 5년 전, 10년 전, 20년 전에도 충분히 자신의 자전적인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기어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에 이 영화를 만들었지. 이 영화에 대한 인터뷰에서 이제야 자기의 창피한 가족사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말하더라고. 자기가 창피하다는 거는 말 그대로 그냥 수치심이지. 무의식의 언어로 근친상간적인 욕구에 대해 말하는 거니까. 엄마에 대한 근친상간적인 유아성욕에 대해 아이들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심을 함께 느끼니까 말이지.

윤 :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흥행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고 말한 거예요. 너무 노골적인 것은 도리어 불쾌감을 줘요. 영화도 마찬가지로 적절히 보여줘야 하는데, 이 영화는 오이디푸스적인 게 다른 영화들보다 너무 두드러지게 노골적으로 드러나요.

박 : 그러니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뭔가 불편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가족영화다 ‘파벨만스’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로 이어집니다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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