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레이디] ‘이야기 치유꾼’, 도대체 작가의 본격 이야기집](https://img.khan.co.kr/lady/2024/03/05/news-p.v1.20240305.b0dfc1b42ebd439a8dbac683b2e45ce4_P1.png)
카툰 ‘행복한 고구마’와 대범한 강아지 시추 태수 누나로 잘 알려진 도대체 작가의 신작 <기억을 먹는 아이>(유유히)는 전에 없던 장르이자, 새로운 직업의 탄생을 알리는 조용한 선언이다. 만약 ‘이야기치유꾼’이라는 직종이 생긴다면 말이다.
“나는 은행나무”로 시작하는 이 이상한 이야기집은 <기묘한 이야기> 혹은 <환상특급>을 연상시키는 상상 이상의 전개로 독자의 얕은 예감을 무너뜨린다. 도대체 작가는 마치 셰에라자드처럼 거침없이 이야기의 가지를 뻗어 나간다. 시대도 국경도 가뿐히 초월하는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가슴 한구석이 묵지근해지는 느낌이 전해진다. 제아무리 책을 빨리 있는 독서가라 할 지라도, 한 편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조용히 책장을 덮고 생각에 빠지게 된다.
허무맹랑하기 그지없는 기억을 먹는 아이도, 풍선을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는 사내도, 기억을 먹혀버린 사람도, 한눈에 사랑에 빠져버린 도공도 … 모두 나의 한 조각과 닮아있다는 기시감이 전해진다.
저마다 짊어진 근심과 고민에 대해 어쭙잖은 위로를 건네는 것은 도대체 작가의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범우주적 공감대와 다종다양한 생물들의 존재 방식에 대한 거시적인 접근이 어쩐지 피부로 와닿으며 작은 미소를 짓게 하는 위안이 된다.
![[책 읽는 레이디] ‘이야기 치유꾼’, 도대체 작가의 본격 이야기집](https://img.khan.co.kr/lady/2024/03/05/news-p.v1.20240305.8a32f3f6134440ce8f276238d36f4cb3_P1.png)
도대체 작가는 “몇 곳의 출판사와 여러 공모전에 원고를 내밀었지만 매번 반려되거나 탈락했죠”라고 저자 후기를 통해 밝혔다. “낙담은 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던” 작가의 글은 이리저리 다듬어져 “점점 더 제 마음에 드는 방향을 찾아갔”다고 했다. 힘들고 지친 상황일 때 떠오른 것들을 담은 이 이야기를 작가는 무척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힘겨운 시절에 쓰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았듯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태수는 도련님> <그럴수록 산책> <이왕이면 행복해야지>을 통해 도대체 작가의 팬이 된 이들에게 색다른 독서 경험이 될만한 책이다. 도 작가의 그림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반길 일러스트와 카툰 부록도 수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