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정신과 의사에게 재미없는 이유? ‘웡카’①

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이 영화가 정신과 의사에게 재미없는 이유? ‘웡카’①

박성근 윤병문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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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웡카> 보도 스틸

<웡카> 보도 스틸

# 찰리와 초콜릿 공장
초콜릿 업계의 큰손 윌리 웡카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어느 날 5명을 뽑아 공장을 견학시켜주겠다는 그의 얘기에 세상은 흥분한다. 찰리를 비롯한 5명의 어린이가 당첨되어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공장 안에는 갖가지 신기한 것들이 많았는데, 아이들은 참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다가 난처한 처지에 빠진다. 하지만 찰리만은 끝까지 솔직하고 착한 모습을 보여 공장의 후계자로 낙점받는다.
# 웡카
7년간의 항해를 마치고 윌리 웡카는 육지에 도착한다. 돈이 없어 길에서 자야 할 처지가 되었을 때 웬 남자가 다가와 여관으로 안내한다. 하룻밤을 보내고 달콤 백화점에 가서 자신의 초콜릿 제품을 사람들에게 선보이지만 초콜릿 연합은 웡카를 방해한다. 빈손으로 여관에 돌아온 웡카를 여주인은 함정에 빠뜨려 지하 세탁실에 갇혀 죽도록 일만 하도록 만든다. 입양 소녀 누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려 하지만 움파룸파가 초콜릿을 다 훔쳐가는 바람에 뜻대로 안 된다. 초콜릿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기린 젖이 필요해 동물원에 가서 젖을 구하고, 그걸로 만든 초콜릿으로 비밀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 달콤 백화점에 상점을 열지만 초콜릿 연합의 음모로 엉망이 되어 버린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웡카는 세탁소 직원들과 함께 초콜릿 연합의 비리를 파헤치려 하지만 도리어 초콜릿 탱크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때 움파룸파가 나타나 구해주고 비리에 가담한 자들은 모두 경찰에 붙잡힌다. 용기를 얻은 웡카는 마을에 초콜릿 공장을 짓는다.


박성근 : 우리가 계획한 10편의 영화, 그 마지막이네.

윤병문 : 어떤 영화를 고를 것인가가 제일 고민이었어요. 우리가 얘기하고 싶은 영화들이 사실 사람들이 아주 많이 본 영화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들은 보기가 편한 것들인데 대개 속이 시원하고 단순하죠.

박 : 대표적인 게 마블 영화들이나 ‘범죄도시 시리즈’ 같은 것들인데, 하지만 이런 영화들을 사람들이 많이 보는 데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봐.

윤 : 오늘 할 영화는 그 중간쯤으로 잡아서 대중의 인기를 끈 오락영화이면서 동시에 저희가 얘기할 거리도 있는 <웡카>에요. 아무래도 요즘 제일 핫 한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 덕분에 흥행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요.

박 : 사실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그 배경부터 짚고 들어가야 해. 원작은 로알드 달이 1964년에 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동화이지. 영어권의 안데르센, 그림형제라고 불릴만한 아동작가이고, 대표작인 이 동화는 아이들이 영어 배울 때 필독서라고 하더라고. 1971년에 영화화돼서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이라고 개봉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초콜릿 천국>이라고 제목이 달렸어.

<찰리와 초콜릿 공장> 보도 스틸

<찰리와 초콜릿 공장> 보도 스틸

윤 : 영화 제목이 바뀐 건 웡카 초콜릿을 만들어서 팔기 위한 상품화 전략이었다고 하죠.

박 : 그런 식으로 이름이 헷갈리니깐 편의상 1971년작을 1편이라고 부르자고. 그러다가 개성 넘치는 영화로 유명한 팀 버튼 감독이 재해석을 해서 2005년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제작했고, 이게 우리가 잘 아는, 가장 유명한 영화이지. 이게 2편. 사실 1편과 2편의 스토리는 거의 같아. 다만 1편은 찰리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 반해 2편은 웡카가 주된 인물로 그려지지. 그의 배경에 대해서도 나오고. 그러다가 이번에 3편 <웡카>가 개봉한 거야. 여기서는 1, 2편의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배경, 그러니까 웡카가 초콜릿 공장을 만들게 된 사연을 설명하면서 전편들과는 다른 이야기가 전개돼.

윤 : 프리퀄이죠. 스타워즈로 치자면 에피소드 4부터 먼저 개봉했다가 인기를 끄니까 나중에 그 배경인 1, 2, 3편이 나온 것처럼요.

박 : 이런 배경을 감안해두고서 오늘 선정한 영화인 <웡카>, 그러니까 3편부터 얘기를 해보자고. 일단 나는 이 영화가 재미가 없었어.

윤 : 흥행은 했지만 실망스럽죠. 특히 전편들에 비해서… 너무 갈등이 없어요. 그냥 말 그대로 동화 같고, 있는 그대로 읽히는 영화죠.

박 : 맞아. 영화 같은 예술에는 뭔가 숨은 의미가 있고 상징이 있으면 좋은데. 대표적으로 우리 정신과 의사들은 엄마 아빠와의 관계를 굉장히 강조하는데, 3편에서 나오는 건 아버지는 없지만 엄마가 그냥 엄마야. 착하고 아들에게 헌신적인 전형적인 엄마, 좋은 엄마. 그러니깐 재미가 없어.

윤 : 원작 자체도 전형적이에요. 움파룸파가 부르는 노래를 보면 아주 상징계적이죠. 규칙을 따르라고. 그러지 않으면 풍선이 되거나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벌을 받는다고, 아주 교훈적이죠.

박 : 교훈적이지. 찰리가 영원히 씹는 껌을 되돌려주니깐 착하다며 상으로 공장을 물려주기까지 하고. 1, 2, 3편 모두 교훈적인데, 유독 3편만이 재미없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봐. 1, 2편은 애들만 재미있게 본 게 아니야. 어른들도 너무너무 즐거워했거든. 어른들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어린 시절의 유아적 소망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거거든.

윤 : 3편은 그러질 못했다는 거군요.

박 : 그렇지. 움파룸파의 노래나 동화의 결말은 상징계적이지만, 그 내용은, 특히 초콜릿 공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상상계적이지. 프로이트식으로 얘기하자면 상상계는 쾌락원칙을 따르는 1차 과정 사고이고, 상징계는 현실원칙을 따르는 2차 과정 사고라고 할 수 있어. 동화가 재미있으려면 그 사이를 미묘하게 왔다갔다 해줘야 해. 쾌락도 추구하면서 현실성도 주는 거지.

<웡카> 보도 스틸

<웡카> 보도 스틸

윤 : 다섯 명의 아이들은 쾌락만을 추구하는, 상상계적인 인물의 전형들이라고 볼 수 있죠. 식탐, 소유욕, 경쟁심 같은 거요. 융의 원형 개념과 비슷해요.

박 : 하지만 3편에서는 그러질 못했어. 쾌락원칙에 따르는 내용이 너무 약해. 일단 기본 설정 자체부터 등장인물들이 다 어른이야. 그리고 초콜릿을 좋아하는 것도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지. 그러다 보니 초콜릿 연합 같은 어른들이 벌이는 행동이, 이건 초콜릿이 아니라 꼭 무슨 마약상 얘기 같아. 마약을 둘러싼 음모와 암투, 그런 느낌을 준단 말이야.

윤 : 지나치게 상징계만을 다룬다는 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관여되어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3편에는 아버지가 없어요. 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전혀 안 나오죠. 그러면서 웡카는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하고는 타협을 못 해요. 초콜릿 연합들도 그렇고 경찰서장이나 신부님도 다 자기보다 나이 많고 기득권자들이죠. 다시 말해 권위주의가 있는 사람들은 다 적이고 깨부숴야 하는 존재들에요. 여관 주인 두 남녀한테도 그렇고요.

박 : 어떻게 보면 2편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묻어있는 것 같아. 우선 아버지가 하필이면 치과의사야.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곳이 어디? 치과지. 이빨 뽑는 걸 세상에서 제일 겁내. 발치란 신체에 대한 손상이지만, 한편으론 상징적으로 페니스가 뽑히는 거세를 의미하기도 하지. 그런 아버지는 웡카한테 단것을 먹지 못하도록 해. 그러고는 크고 괴상한 교정기를 씌우는데, 그게 치아를 교정하는 게 아니라 마치 억지웃음을 짓게 만드는 기계처럼 보여. 그러다가 웡카가 집을 뛰쳐나올 때 집들 사이에 아버지 치과건물 한 채만 쏙 빠진 장면이 나오는데 그 모습이 꼭 이빨 빠진 것처럼 보여.

윤 : 나중에 치과건물이 다시 나타나는데 그땐 그 한 채만 딱 서 있어요. 꼭 페니스 같아 보이죠. 상징적인 이미지로요. 하지만 팀 버튼 감독의 다른 영화들, 그러니까 <가위손>이나 <배트맨>과는 다르게, 2편에서는 아버지와 화해를 해요. 그래서 이 영화는 좀 다르다고 생각됐어요.

박 : 실제로 감독 자신이 아버지와의 관계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해. 주로 할머니가 키워줬고 죽을 때까지 아버지랑은 말 한마디도 안 했다고 하니까.

윤 : 아버지가 없는 경우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아니라 그 대신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병적으로 될 수도 있어요. 엄마와의 2자 관계에서 제대로 분할이 안 된다면 성격장애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죠. 아이는 유기불안, 그러니깐 엄마마저 없다면 완전히 버림받게 될 거라는 두려움을 느끼기 쉬워요. 이런 아이들이 보이는 반응은 첫 번째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지는 거죠.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맞춰줘요.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는 말이 있죠. 여관에서 계약서에 서명을 강요받을 때 그게 부당한 데도 그냥 사인을 해요. 지하 세탁실에 갇혀서도 자기만 탈출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해방시켜주려고 하죠. 그들이 바라는 것을 위해서.

박 : 마지막에 엄마가 남긴 딱 한 개의 초콜릿마저도 나눠 먹지.

윤 : 또 다시 버림받지 않으려면 착한 아이가 돼서 남들의 욕망까지도 이뤄줘야 하는 거죠. 눈치도 보고, 언제나 밝고 명랑해야 하죠.

박 : 2편에서 보이는 괴팍하고 신경질적이고 심지어 어린아이를 싫어하는, 조니 뎁이 연기한 웡카와는 아주 다르게, 3편의 티모시 샬라메의 웡카는 해맑고 늘 웃지.

윤 : 유기불안이 클 때 벌어지는 두 번째 가능성은 경계선 성격이 되는 거예요. 집착하고 계속 상대방을 테스트하는 성격이죠.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안 버리는 사람을 원하잖아요. 1, 2편의 웡카는 5명의 아이를 불러다 놓고 자꾸 시험해요. 맛있는 걸 보여주고 먹지 말라고. 애들이 못 참고 먹어버리면 가차 없이 벌을 주죠. 처음엔 천사처럼 대하다가 자기 말을 어기면 ‘너는 악마야’ 하는 식으로 극단적인 경계를 왔다갔다해요.

박 : 그러니까 1, 2편의 비슷한 웡카랑, 3편의 다른 웡카 모두 공통적으로 그것이 아버지와의 관계 때문이든 엄마와의 관계 때문이든, 웡카는 기본적으로 유기불안을 가진 사람이라는 얘기네?

<웡카> 보도 스틸

<웡카> 보도 스틸

윤 :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웡카가 정말로 원했던 게 뭘까? 진짜로 초콜릿 공장을 물려줄 아이를 찾는 것일까 하는 거예요. 사실 전문적으로 경영할 어른을 뽑는 게 더 합리적이잖아요? 그런데 그러지 않는 것을 보면 공장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 양가감정적일 수 있다는 거죠. 원래 사람이라는 게 욕망을 꿈꾸면서도 그것이 충족되는 것을 두려워해요.

박 : 그렇지. 거기에는 초자아의 개념이 들어가지.

윤 : 툭하면 아프다는 소리를 하는 할머니는 병원에 데려가 주길 바라는 게 아니죠. 사실 원하는 건 자식들이 자기한테 좀 더 신경 써달라는 거잖아요? 그런 것처럼 웡카도 바라는 것도 공장을 물려주는 게 아니라 누가 같이 있어 주는 거죠. 그래서 2편에선 아버지를 찾아요.

박 :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1, 2, 3편 모두 웡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이든 유기불안이든 어떤 갈등과 관련된 스토리라는 거네. 윤 원장이 이 영화 자체에 대해 분석을 했다면, 나는 오늘 다른 쪽으로 얘기를 하고 싶어. 아이들은 왜 동화를 좋아하고, 어른들은 왜 영화를 즐길까 하는 얘기지.

윤 : 오늘 마지막 시간을 정리하는 얘기일 것 같네요.

정신과 의사처럼 영화 보기 ‘웡카’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에서 계속됩니다.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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