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누구나 가슴속에 고래 한 마리를 품고 살지. … 푸른 바다를 유영해 제 갈 길을 찾아가는 고래. … 우린 언제든 어디든 길을 찾아 나설 거야.”
“싹수 노란 놈” 소리를 듣던 불량 학생부터 일반 학교에서 답을 구하지 못한 아이, 꿈을 찾지 못한 아이. 소위 문제아로 분류되던 학생들이 두물머리가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인 ‘날개학교’로 모여든다. “결코 패배자나 문제아들의 집결소가 아니라”고 했던 교장 선생님의 학교 설립 취지는 지나치게 개성이 강한 아이들의 일탈로 인해 ‘범죄소굴’이라는 동네 어르신들의 손가락질을 받기에 이른다.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를 뿐인 아이들에게 자기 길 찾기를 해주는 학교”라고 항변하던 나침반 선생님과 누구보다도 학교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 사연을 가진 교장 선생님의 따뜻한 가르침에 꽁꽁 얼어붙었던 아이들은 마음을 하나 둘 움직인다.
대안학교에서도 숨이 막혀 무작정 유학을 가려고 하던 유주는 은우의 조언을 받고 인생 궤도의 방향을 스스로 짚어간다. 누군가에겐 도피 유학 실패자로 불릴 은우가 유주에게는 가장 도움이 되는 친구가 된다. 자칫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삶을 포기할 뻔했던 수호는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의 주인공이 된다. 적극적인 성격으로 수호의 지원군이 되는 나은이의 존재도 든든하다.
“흔들리며 자라는 아이들의 세계를 그리고 싶었다”는 박경희 작가는 우연히 발견한 시골 마을의 아름다운 집에서 신작 <사막 고래>의 스토리를 착안했다. 폐가를 수리한 흔적이 역력한 이 집에서 질풍노도를 지나 성장하는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발견한 듯하다. <사막 고래>는 ‘학교 밖 아이들’이라 불리는 아이들의 유주, 은우, 나은, 수호라는 이름으로 소환해 믿음과 애정으로 그려냈다. 사막이라는 척박하고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현실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청소년들의 희망이 고래라는 형상으로 유유히 흐른다.
20년간 방송 구성 작가로 활동한 박 작가는 탈북학교인 하늘꿈중고등학교에서 10년간 인문학 수업 지도를 해왔으며 역사, 탈북 이야기 등을 주제로 쉽지 않은 성장의 터널을 지나오는 청소년들의 생생한 고뇌를 조명해 왔다. <리정혁의 백두산 하이킹>, <리루다네 통일밥상>, <난민 소녀 리도희>, <류명성 통일빵집> 등이 대표작이다. 다년 간 청소년 문학에 천착하며 그들의 언어를 가장 잘 쓰고 이해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