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하면 반드시 카페나 유료 유원지, 극장 등을 떠올리는 한국인들의 패턴에 외국인들이 당황스러워한다는 얘기를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들었다. 공원 산책이라거나, 건축물 기행 같은 시간으로 채울 수는 없는 걸까.
“건물이 자리한 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로컬리티를 반영하고 공공성에 집중하여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좋은 경험을 주는 공간들”, “카페를 제외하고는 금액 지불 없이 누구나 방문하여 자신만의 안목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서울의 공공건축물을 소개하는 책이 출간됐다.
신효근 작가가 쓴 <서울은 건축>(효형출판)의 부제는 ‘걷다 보면 마주하는 설렘을 주는 공간들’이다. 저자는 좋은 공간이 주는 경험을 공유하고자 지난 5년간 500군데가 넘는 공간을 찾아다니며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치유’, ‘아름다움’, ‘청량함’, ‘쉼터’, ‘쓸쓸함’, ‘성찰’ 등을 테마로 서울의 곳곳을 소개했다.
차를 타고 지나는 길에 설핏 보았던 남다른 이름의 유적지에는 우리 도시의 어떠한 뼈아픈 상처가 새겨져 있는지. 요즘 밝은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꾸렸다는 복합공간은 어떤 이야기로 채워졌는지. 분주한 도시를 벗어나 휴식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관찰자의 시각에서 서울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준다.
흥미로운 것은 4개의 챕터가 사계절로 나뉘었다는 것. 포근한 봄바람이 볼을 간지럽히는 4월에 펼쳐 들고 참고할만하기 좋은 가이드가 담겼다. 그 밖에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공간 모임zip, 지식과 삶의 풍요로움이 쌓이는 도서관 모음zip처럼 ‘이런 코스로 다녀보는 건 어떨까요?’라는 이름으로 재구성된 작가의 큐레이션 코스도 활용하기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