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희가 제77회 로카르노 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서 홍상수 감독의 <수유천>으로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김민희는 홍 감독의 2017년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 영화제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데 이어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다시 한번 수상을 하게 됐다.
로카르노 영화제는 어떤 영화제일까? 1946년 제1회를 시작으로 스위스 북동부 휴양도시 로카르노에서 매년 8월에 개최된 권위 있는 영화제다. 주로 실험적인 작가주의 영화들이 경쟁하는 영화제로 영화 업계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영화제다.
이 영화제에서 특히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2013년 영화 <우리 선희>로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2015년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이 영화제의 최고상 국제경쟁부문 황금표범상을 수상했고 배우 정재용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018년 작품 <강변호텔>로는 배우 기주봉이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영화 <수유천>은 네 번째로 로카르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 <수유천>의 내용은 이렇다. 여대 강사인 전임(김민희)은 자신의 외삼촌 시온(권해효)에게 촌극(짧은 단편 연극) 연출을 부탁한다. 외삼촌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몇 년째 일을 못 하고 있는 배우 겸 연출자다. 40년 전 이 학교에서 대학생 신분으로 촌극을 연출했던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다 시온은 촌극을 하는 전 연출자와 출연진 학생들 사이에 성적 스캔들이 일어났고 자신이 백업 감독임을 알게 되며 불쾌해한다. 이 일과 별도로 시온은 자신의 오랜 팬이었던 텍스타일과 여교수 정(조윤희)과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전임이 아침마다 수유천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데….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영화 <수유천>을 두고 영화 속에서 과거 홍상수와 김민희의 불륜 스캔들이 한국 언론에 공개됐을 때 받았던 대중의 외면(cancel culture)을 슬쩍 암시하는 교묘한 메타포(암시)를 감지할 수 있다고 전한다.
이어 버라이어티는 <수유천>에 홍 감독의 주특기인 술 기운이 흥건한 식사 장면이 또 등장하는 것에 주목하며 “(홍 감독은) 인물의 친밀감과 적대감이 그들이 먹는 음식과 음료 등 식탁의 역학 관계를 재치있게 묘사하는 몇 안 되는 감독”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도 홍상수 감독의 자기 패러디에 가까울 정도로 일관된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점점 확장되는 스펙트럼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어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변하지 않았지만 변했다”는 말로 평을 마쳤다.
영화 <수유천>은 오는 9월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