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도 영화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국내 콘텐츠 업계, 숏폼만이 살아남고 있다. 숏폼 크리에이터 1세대로 왕성한 활동 중인 윤수영 작가를 만났다. 픽셀즈
영화 업계도 드라마 업계도 사정이 좋지 않은 요즘이다. “요즘 자본은 거의 숏폼과 웹드(라마)에만 몰린다”라는 업계의 이야기가 들린다. 유일하게 숏폼 콘텐츠 업계만 살아남고 있다. 숏폼 대세의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과 사용자들의 소비 패턴에 있다.
사람들이 짧고 즉각적인 정보를 선호하게 되면서, 짧은 시간 안에 핵심을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뉴미디어 신기술 스토리피아 랩>에서 드라마 시나리오 <동네사건일지>로 당선된 윤수영 작가는 숏폼 1세대부터 글을 써왔다. 그에게 숏폼 글쓰기에 관해 물었다.

숏폼 1세대 윤수영 작가에게 물었다 “숏폼 대본 어떻게 쓰나요?” 스토리피아 제공
숏폼 1세대라 불리는 윤수영 작가는 제작사 몬스터유니온과 숏폼 콘텐츠 한 편 계약을 마친 상황이다. 치정 로맨스의 고전 <위험한 관계>를 숏폼으로 각색해 제작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만 벌써 몇 편의 영화 리메이크작으로 활용된 고전이라 어떻게 ‘숏하게’ 탄생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인물 관계가 굉장히 많은 작품이지만, 그중 두 명이나 세 명만 캐릭터를 따오는 거예요.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인물과 관계의 특징만 따오는 레퍼런스를 토대로 현대식으로 재구성하는 정도예요.”
그는 2018년부터 쇼츠 극본을 써왔다. 웹드라마를 제외하고 1분짜리 쇼츠 콘텐츠만 따져도 여섯 작품을 썼다. 앞으로 써야 하는 작품이 4편 더 남아있다고 말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중국과 함께 제작을 했어요. 중국이 우리보다 쇼츠 콘텐츠 제작을 일찍 시작했거든요. 카카오페이지에서 공개됐던 <공감성 수치심>이라는 코미디 숏폼이 제 데뷔작이에요. 그러다 사드 문제가 터지고 점점 제작 편수가 작아졌는데, 요즘 다시 업계가 살아나는 분위기예요.”
그는 숏폼 대본의 첫 단추는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훅(Hook)’과 ‘엔딩’만 두세 줄 써놓고 일단 모든 회차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적은 신(Scene)에 많은 내용을 담아야 하는 만큼 감독과 협업이 중요하다. 장면마다 논의하고 그것에 맞게 글을 쓴다. 제작 과정에서 수정도 많다. 배우들의 대본 리딩 단계에서 연기 스타일을 보고 수정하기도 한다. 제작 과정 전반을 작가가 함께해야 한다. 그래서 장편 작가는 숏폼을 절대 쓸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윤 작가의 경우 반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드라마 대본인 <동네사건일지>로 스토리피아 랩에 당선되긴 했지만 장편을 쓰다 보면 너무 느린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쇼츠는 1분 안에 계속 터져야 하는데 장편은 브릿지도 있고 중간에 쉬어가는 느낌도 담고, 또 인물을 좀 더 심층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장르잖아요. 문체를 바꾸려 많이 노력 중이에요.”
그는 숏폼은 섬세한 묘사보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의외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희끼리 약간 우스갯소리로 ‘숏폼은 뇌를 빼고 써야 한다’라고 해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기존의 틀을 깬 창의력이라고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장편에서 인물이 죽는다면 심도를 기울여 극적으로 써야 하잖아요? 숏폼에서는 그냥 넘어졌는데 죽여볼까 하는 식으로 의외성을 담아야 사람들이 오히려 더 재밌어하는 장면이 되죠.”
현재 미디어 환경으로 숏폼이 대세라고 하지만 윤 작가는 더 큰 미래를 내다보려고 한다. 작법 자체가 다른 숏폼과 장편의 틈을 메워, 두 장르 모두 쓸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