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다다 뛰어다니는 위층 아이로 인해 괴롭다면, 그 아이를 직접 만나보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 그 아이는 단순히 층간소음 유발 요인이 아니라 한창 움직임 많은 천진한 이웃집 아이로 여겨질 거라고. 그러고 나면 그 소음도 한결 견딜 만해질 거라고 말이다.
김소영 작가가 2020년에 낸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는 그런 책이었다. 어린이와 접점이 없다며 외면했던 이들에게 어린이라는 세계를 열어주는 동시에 어른의 관점을 넓혀주었던 책. 김 작가가 4년 만에 새 에세이를 내놓았다. 이번엔 어른이 주인공인 <어떤 어른>(사계절)이다. ‘어린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어른은 자라서 더 나은 어른이 된다’는 책 뒷면의 문구는 어쩌면 책을 읽는 나도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겠다는 요만큼의 성장 욕구를 북돋워 준다.
“어린이들은 조심성이 없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면 조심성이 없다기보다는 서툴러서 실수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어떤 일에 서투르면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를 낼 수 있다. 초보 운전자들이 조심성이 없어서 사고를 내는 게 아닌 것처럼. … 그런 과정을 통해 자라는 것이 날마다 어린이가 하는 일이다.”
예능 프로그램에는 실수를 반복하고 ‘상식’이 부족한 어른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다 큰 어른들의 실수는 재능으로 포장된다. 심지어 당당하게 무식함을 뽐내도 나무라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실수 시한폭탄쯤으로 여겨지며 배제된다. 김 작가가 책에서 썼듯이 실수는 나날이 성장하는 어린이의 의무이자, 권리와 같은 것. 어린이 고유의 성장 서사까지 빼앗아 놓고 어린이를 ‘격리’하려는 일부 어른들의 작태가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 작가는 “어린이와 가까이 지낸다는 것이 나에게는 세상을 새롭게 배우는 일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전 책에서 들려줬던 독서교실 회원 어린이들의 에피소드는 한층 무르익었다. 경기도 어딘가 김소영 선생님이 이끄는 독서교실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내내 미소짓게 하다가도, 김 작가가 맞닥뜨리는 교실 밖 사회의 현실을 읽노라면 한숨도 절로 새어 나온다. 이건 공감의 한숨이다.
“나는 평소에 어린이를 ‘미래의 희망’ ‘꿈나무’로 부르는 것을 반대한다. 어린이의 오늘을 지우고 미래의 역할만을 강조하는 것 같아서다 … 어린이는 우리가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미래의 사람이다. 오늘의 어린이는 우리가 어릴 때 막연히 떠올렸던 그 미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어린이를 위한 어른의 지령을 내리지 않는다. 그저 더 나은 어른이 될 수도 있다고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당신도, 나도, 누구나 큰 힘을 주지 않고서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간단하게 어린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방법이 있습니다. 평소에 멋있는 척하는 것입니다. 편의점 직원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는 어른,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어른,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어른이 되어주세요. 여러분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어른이 되어주세요. 그런 어른을 만난 적이 없다면, 여러분에게 필요했던 바로 그 어른이 되어주세요. 미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어린이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