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음이 아니라, 삶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염수정 추기경, 정순택 대주교 등 서울대교구 주교단이 22일 서울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향년 88세로 선종했다. 그는 서거 전날 자신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Christ is risen)!”라는 말로 시작되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며,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성찰하게 했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교황은 폐렴으로 병세가 악화된 가운데 로마에서 치료를 받던 중, 현지 시간으로 21일 아침 7시 35분 숨을 거뒀다. 교황의 선종은 아일랜드 출신의 바티칸 카메를렝고인 케빈 파렐 추기경에 의해 공식 발표되었으며, 파렐 추기경은 차기 교황 선출 전까지 교황청의 행정을 실질적으로 이끌게 된다.
서거 하루 전, 교황은 SNS 플랫폼 X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 존재의 모든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을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생명을 위해 창조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은 부활절 일요일 오전, 그의 짧은 공개 연설에서 발췌된 내용으로, 교황의 생애 마지막 메시지이자 믿음의 고백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의 평화를 위하여
교황은 생애 마지막 부활절 메시지에서 중동의 분쟁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보좌관을 통해 낭독된 연설에서 가자지구의 상황을 “극적이고 개탄스럽다”고 표현하며, “전쟁 당사자들에게 휴전을 촉구하고, 인질들을 석방하며, 굶주린 국민을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의 이 메시지 역시 SNS 계정을 통해 전 세계에 공유되었다.
교황은 중재자로서의 입장을 고수하며, 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지역에 평화의 가능성을 심어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다. “평화가 가능하다는 우리의 희망을 새롭게 하기를 바란다”는 그의 발언은, 인간 존엄성과 공동체 연대에 대한 깊은 염원을 담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동안 난민, 기후 위기, 빈곤 등 현대 사회의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섰다. 그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민자 단속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부통령 JD 밴스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밴스 부통령은 2019년 가톨릭으로 개종한 인물로, “많이 아프셨지만, 그를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회고했다.
“우리는 죽음이 아니라, 삶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가자지구의 평화를 촉구한 교황의 마지막 메시지는 그가 평생 강조해온 ‘사랑과 봉사,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