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난됐다가 회수된 나폴레옹 3세 황제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 AFP 연합뉴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19일(현지시간) 4인조 괴한이 침입해 보석류를 훔쳐 달아났다. 최근 프랑스에서 박물관 도난 사건이 이어지면서 보안 취약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FP·AP 통신과 프랑스 매체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강도단이 일요일인 이날 오전 9시 30분∼9시 40분쯤 박물관에 침입해 프랑스 왕실 보석류를 훔쳐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범행 수법은 대담했다. 범인들은 전동 사다리를 이용해 창문을 깨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강화유리나 금속을 절삭하는 휴대용 전동 공구로 보석들을 훔쳤다.
도둑들은 프랑스 왕실 보석이 전시된 아폴론 갤러리를 노렸다. 도난품에는 나폴레옹이 아내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부터 마리 아멜리에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의 사파이어 보석 목걸이, 마리 루이즈 황후 소유였던 에메랄드 귀걸이 한 쌍 등이 포함됐다. 도둑들은 도주하면서 1345개 다이아몬드와 56개 에메랄드로 장식된 외제니 황후의 왕관을 떨어뜨려 이 왕관은 회수됐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외벽에 절도범들이 사용한 전동 사다리차가 놓여져 있다. AP 연합뉴스
이들이 표적으로 삼은 아폴론 갤러리는 프랑스 왕실 보석류가 있는 화려한 전시실로 센강 쪽에 위치했다.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는 불과 250m 떨어져 있다. 아폴론 갤러리에서 가장 유명한 전시품으로 꼽히는 140캐럿짜리 레장 다이아몬드는 도난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범인들은 스쿠터를 타고 도주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단 7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져 박물관 보안 수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성명을 통해 “도난 경보가 올바르게 울렸으며 갤러리나 근처에 있던 박물관 직원 5명이 보안군에 연락하고 방문객을 보호하는 등 절차를 따랐다”고 밝혔다. 도둑들은 밖에서 차량에 불을 지르려고 시도했지만 박물관 직원이 이를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아폴론 갤러리에 전시된 마리 루이즈 황후의 보석 세트 목걸이와 귀걸이. AFP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는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수년간 보안 인력 감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최근 15년간 200명 규모의 정규직이 줄었다”고 밝혔다. 또 올해 6월에는 인력 부족 문제로 박물관 직원들이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몇 달 동안 박물관 도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9월 파리 자연사 박물관에서 60만 유로 상당의 금 샘플, 이달 초 리모주시의 한 박물관의 650만 유로 상당의 중국 도자기 등이 도난당했다.
BBC는 “도둑들이 값비싼 명화가 아닌, 보석을 표적으로 삼은 이유는 이들이 쉽게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품목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왕관은 해체해 조각 단위로 팔 수 있어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파리 자연사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60만 유로 상당의 금 원물은 암시장에서 손쉽게 팔았을 것”이라며 “도둑들은 루브르에서 훔친 보석도 분해해 판매할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도둑들을 잡지 않으면 보석을 원형 그대로 회수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루브르 박물관은 지난해에만 방문객 900만명이 찾은 관광 명소다. 도난 사건 중에는 1911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도난 사건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인 빈센조 페루자가 훔쳐낸 모나리자는 2년여 만에 루브르로 돌아왔고, 이 사건으로 모나리자의 유명세는 더 높아졌다. 1976년에는 가면을 쓴 절도범이 보석, 검 등을 훔쳤고 1983년에도 르네상스 시대 갑옷 등이 도난당했다. 유명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들도 도둑들의 표적이 돼왔고, 회수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