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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는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이런 질문은 음악 애호가도, 역사 마니아도, 여기에 인문학 독서광도 끌어당긴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등을 통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전해온 정은주 작가의 신간 <세상 인문학적인 음악사>는 호기롭게 천지창조의 순간에도 음악이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고대 그리스인의 무덤에서 발굴된 작은 동물 뼈 나팔에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스토리를 서양 음악사의 굵직한 시간표에 담은 이 책은 작가 특유의 다정한 필체로 리듬감 있게 흘러간다. 바빌로니아와 이집트, 고대 그리스를 지나 중세와 유럽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를 넘어 오늘날의 클래식 음악에까지 당도한다. 그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사와 더불어 악보 인쇄 방식과 맞물린 활판 인쇄술의 발전사도, 인간의 감성과 이성을 소중히 여기는 르네상스 인본주의,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 등 굵직한 서양사도 함께 접할 수 있다.
베토벤이 생전 미완성으로 남겨두었던 스케치를 기반으로 AI가 참여해 완성한 ‘베토벤 교향곡 10번’이 2021년 초연된 스토리는 음악의 과거와 현재가 결코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클래식 음악이 여전히 현대인의 삶 속에서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가 이 두툼한 책 한 권에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