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거리에는 하트 장식이 넘치고, ‘운명 같은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메시지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 시기가 되면 많은 사람이 어딘가에 나와 완벽하게 맞는 단 한 사람, 이른바 ‘영혼의 짝’이 존재할지 궁금해한다. 이런 믿음은 오래된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고대 철학부터 중세 기사 문학, 현대 로맨스 영화까지 사랑을 운명처럼 그려 왔다. 하지만 심리학과 생물학, 수학 연구까지 살펴보면 과학이 내놓는 답은 우리가 기대하는 로맨틱한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영국 비렌 스와미 앵글리아 러스킨대 사회심리학 교수는 현대인의 ‘소울메이트’ 개념이 역사적 환경에서 만들어졌다고 BBC에 설명했다. 그는 “산업화로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사람들은 삶의 불안에서 자신을 구해 줄 단 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소울메이트는 인간의 본능이라기보다 사회 변화 속에서 강화된 믿음에 가깝다는 것이다.
픽사베이
관계 연구에서는 더 분명한 결론이 나온다. 미국 제이슨 캐럴 브리검영대 가족학 교수는 “운명적 사랑”을 믿는 태도가 오히려 관계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소울메이트는 그냥 발견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오래가는 사랑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심리학 연구에서는 관계가 ‘운명’이라고 믿는 사람일수록 갈등이 생겼을 때 쉽게 관계를 의심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대로 노력으로 관계가 성장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더 오래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한 끌림이 꼭 건강한 관계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영국 연애 코치 비키 파빗은 강렬한 ‘운명적 느낌’이 과거 상처에서 비롯된 불안 반응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파빗은 “강한 케미라고 느끼는 감정이 사실은 익숙한 불안 패턴일 때도 많다”고 말했다.
수학과 생물학도 비슷한 결론을 내놓는다. 알고리즘 연구에서는 한 사람에게 맞는 잠재적 파트너가 여러 명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호르몬 변화만으로도 ‘끌림’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결국 과학이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완벽하게 정해진 ‘단 한 사람’이 있다기보다, 서로 노력하며 관계를 만들어 갈 때 비로소 “운명 같은 사랑”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소울메이트는 발견되는 존재라기보다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