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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와의 약속, 직장 모임, 가족 행사… 우리는 일상에서 크고 작은 약속을 수시로 잡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정이 생겨 취소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순간에 어떻게 말해야 서로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면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정작 취소에 대해 말하는 시간보다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져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예절 전문가들은 단순한 사과 한마디보다 “배려가 담긴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의 에티켓컨설팅전문가 얀 고스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전한 전문가의 노하우를 살펴본다.
먼저, 약속 취소는 빠를수록 가장 좋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촉박할수록 상대방의 계획에도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취소를 미루면 오히려 상대에게 부담과 혼란을 준다. 이를테면 결혼식, 베이비샤워 등 주최 측에서 참석 인원을 미리 파악해 계획을 세워야 하는 행사라면 최소 행사 2주 전에는 취소 통보를 해야 한다. 영화나 연극 등 티켓이 필요한 약속과 직장의 행사라면 일주일 전까지, 레스토랑이나 박물관 등 사전 예약을 해둔 약속은 3일 전까지 취소할 것을 권한다. ‘퇴근 후 한 잔’ 같은 친목을 위한 편안한 모임이라도 24시간 전 취소하는 것이 예의다. 혹 자신이 호스트인 행사라면, 적어도 행사 일주일 전에는 취소 통보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연락 방식도 중요하다. 가까운 친구라 할지라도 문자가 아닌 직접 통화를 권한다. 통화는 목소리 톤과 진심이 더욱 잘 전달되기 때문에 상대가 상처를 덜 받는다. 부득이하게 문자·메신저를 쓸 경우에도 정중하고 구체적인 이유를 담아야 한다. “오늘 몸이 안 좋아서…”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처럼 상황을 설명하면 상대가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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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의 표현은 단순히 “못 가요”에서 끝내지 않는다. 예절 전문가는 “죄송합니다”라는 말 + 사과의 이유 + 재조정의 의사를 함께 전할 것을 권한다. 예를 들면 “오늘 오후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회사 일정이 갑자기 변경되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처럼 정중한 이유와 후속 제안을 덧붙이면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런 원칙은 유효하다. 단순히 “못 가게 됐어요”라고만 전달하면 상대는 그 사유를 알기 어렵고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직장상사나 나이 차이가 있는 지인과의 약속일수록 상대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는 표현이 도움이 된다.
약속을 취소할 때 대체 날짜나 시간 제안을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지 약속을 취소했을 뿐이라기보다 “다음 기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응답할 수 있도록 2~3개의 대안을 제시하면 더욱 신중하게 보인다.
물론 상대방이 실망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때는 공감 표현을 덧붙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정말 기대했는데 미안해요.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와 같은 표현은 상대의 감정도 존중한다는 신호를 준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사과와 변명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사과하면서 불필요한 변명이나 자기 정당화를 덧붙이면 상대가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대신 사실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되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약속 취소 후에도 관계를 유지하는 실용 팁으로는 작은 배려를 남기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모임에 가져가려던 작은 선물을 전하거나, 취소 메시지에 행사의 성공을 기원하는 작은 응원의 메시지를 더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의 조언 중 인상적인 것은 “‘아니오’라고 말하고 싶을 때 ‘예’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약속을 정중하게 취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취소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참석하고 싶지 않은 약속을 잡거나 참석하겠다고 동의했다가 막판에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는 “정중하게 초대를 거절하는 법을 익혀서 정말 중요한 초대에만 응하도록 하라”고 강조한다.
“아마 못 갈 것 같지만 노력해볼게요.”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를 맡길 곳이 있으면 갈게요”처럼 모호한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대답은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이 계획을 세우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변덕쟁이로 보이고 싶지 않다면, 확신이 서지 않는 약속에는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