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설 연휴 개봉 영화 올 가이드

설 연휴 기간은 극장가 최대 성수기. 오는 2월 15일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충무로에서는 벌써부터 대목맞이에 한창이다. 명절이면 유독 강세를 보이는 코미디 영화가 올해도 역시 줄줄이 관객을 찾는다. ‘두사부일체’ ‘조폭마누라’ 등의 뒤를 잇는 흥행작의 탄생을 눈여겨볼 일이다.

설 극장가를 선점해볼 요량으로 연휴 1주일 전인 2월 8일 개봉하는 영화는 ‘바람피기 좋은 날’과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타짜’의 정마담 역으로 섹시 여배우 지존에 등극한 김혜수의 티켓 파워에 파격적인 영상이 담긴 예고편으로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한 ‘바람피기 좋은 날’은 제목 그대로 두 유부녀의 유쾌한 외도를 그렸다. 열 살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연하남 이민기와 대담한 연애 행각을 벌이는 김혜수와 귀엽고 순수한 외모와는 달리 내숭 백 단으로 이종혁의 애간장을 녹이는 윤진서의 도발적인 연기가 볼 만하다.

다음은 ‘웃기는’ 세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집 무림각 주변에 도장을 세운 세 명의 김관장. 파마머리 택견 김관장(신현준), 칼잡이 검도 김관장(최성국), 로맨티스트 쿵푸 김관장(권오중)이 엮어낼 웃음보따리는 상상만으로도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한다. 만만치 않은 코믹 내공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세 명의 배우가 만난 영화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은 역시나 만만치 않은 무술 연기로 영화 보는 재미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설 연휴 첫날인 15일에는 ‘1번가의 기적’과 ‘복면달호’가 맞붙는다. ‘1번가의 기적’은 재개발 추진이라는 임무를 띠고 1번가 마을에 들어온 날건달 필제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여자 복서 명란을 만나면서 인생이 꼬이게 된다는 휴먼 코미디 영화다. ‘색즉시공’으로 관객을 울고 웃긴 하지원, 임창정과 윤제균 감독이 다시 만나 코미디의 얼개를 견고히 짜고 여기에 정두홍 무술감독이 가세해 전문가의 손길이 담긴 액션을 선보인다.

하지원은 인기 여자 복서 김주희를 모델로 한 복서 명란을 연기하기위해 전 세계 챔피언 변정일로부터 3개월간 특훈을 받았다. ‘1번가의 기적’ 이후 KBS-2TV 드라마 ‘황진이’ 촬영을 위해 힘들게 만든 근육을 없앴다는 후문은 노력파로 소문난 하지원답다.

이경규가 제작자로 나서 흥행 여부에 관심을 모으는 ‘복면달호’는 어느 날 혜성처럼 나타나 전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트로트 황태자 복면 가수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그의 노래를 한 번만 들으면 마음을 빼앗긴다는 복면 가수를 둘러싼 갖가지 비밀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인공 차태현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두 장의 앨범을 낸 차태현이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 못지않은 O.S.T 대박 행진을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최근 MBC-TV ‘황금어장’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중년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임채무도 믿음직한 조연이다.

매해 반복되는 안방극장 설날 특선 영화에 질렸다면, 일찌감치 볼 만한 영화표를 예매해두는 ‘센스’를 발휘해보면 어떨까.


8월의 크리스마스
맞다. 그 영화다. 허진호 감독의 1997년작 ‘8월의 크리스마스’가 리메이크됐다. 변두리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며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정리하는 정원과 사진관 근처 도로에서 주차 단속을 하는 아가씨 다림은 역시나 사진관을 경영하는 스즈키 히사토시와 초등학교 교사 유키코로 부활했다. 한석규와 심은하가 그려낸 풋풋하고 담담한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그려질지 자못 궁금하다. 1월 26일 개봉.





천년여우 여우비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요요들과 함께 산 지 1백 년째. 외계인들이 자기 별로 돌아갈 채비를 하자 인간 나이로 열 살인 여우비는 슬슬 인간 세상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간 세상에 내려간 여우비는 그녀를 인간이 되게 해주겠다고 나서는 그림자 탐정과 만난다. 손예진, 공형진, 류덕환이 목소리 연기를 펼쳐 화제를 모은 ‘마리이야기’ 이성강 감독의 애니메이션. 1월 25일 개봉.





황후 花
당나라 말기 중양절 축제를 앞두고 황제는 북쪽 국경을 수비하기 위해 떠난 둘째 아들 원걸 왕자를 데리고 돌아온다. 세 명의 왕자까지 온 가족이 함께했지만 그들 사이에는 심상찮은 기운이 감돈다. ‘영웅’ ‘연인’의 장이모우 감독 특유의 섬세함과 중국 액션의 스케일이 녹아든 대작. 주윤발, 공리, 주걸륜 등 중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려함을 더한다. 1월 25일 개봉.




최강 로맨스
주인공의 친구, 소개팅녀 등 영화 속 감초 조연으로 김정은을 잇는 충무로 코믹 헤로인 현영이 드디어 주연을 꿰찼다. 운동권 출신 강성 사회부 기자로 분한 현영은 정의감 투철한 형사 이동욱과 ‘최강 로맨스’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티격태격하던 남녀 주인공이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로맨틱물의 공식을 따르지만, 노메이컵, 일명 ‘쌩얼’도 마다하지 않는 현영이 있기에 기대되는 구석이 있다. 1월 25일 개봉.





클릭
누구나 한번은 꿈꿨을 만능 리모컨에 대한 환상이 아담 샌들러표 영화로 등장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일 때문에 눈 코 뜰 새 없는 건축가 마이클은 괴짜 모티를 만나 클릭하면 뭐든지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만능 리모컨’을 얻는다. 멍멍 짖는 강아지에게는 ‘소리 제거’ 버튼을 누르면 되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아내에게는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르면 만사 오케이다. 단,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 말이다. 2월 1일 개봉.




보랏 :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카자흐스탄 방송국의 엉뚱한 리포터 보랏에게 미국의 선진문화를 배워오라는 정보부의 특명이 떨어진다. 현지에서는 전도유망한 청년이던 그가 미국에서는 좌충우돌 사고뭉치로 전락했다. 게다가 특명은 까맣게 잊고 파멜라 앤더슨과 결혼하겠다는 일념으로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요절 복통 웃음 뒤에 미국 문화 비판이라는 날카로운 시각을 담은 기대작. 1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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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계보
전라도 조직세계에서 전설의 칼잡이라 불리는 치성. 조직의 명령으로 칼을 든 치성은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에 들어간다. 그러던 중 보스의 배신을 알게 된 치성은 탈옥을 모색하고 급기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교도소 담장을 넘는다. 장진 감독 특유의 재기 발랄한 발상이 곳곳에 묻어나고 마치 종합선물세트라 할만큼 코미디, 액션, 누아르를 오가는 전개에 호흡이 가쁘다.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
G걸로 통하는 슈퍼우먼 제니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늘 ‘출동’하다 보니 변변한 연애 한번 못해봤다. 어느 날 마음에 쏙 드는 킹카 매트를 만났으나 그는 직장 동료에게 반해 제니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분노한 제니는 매트의 집 지붕을 뚫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한다. ‘킬빌’의 여전사 우마 서먼이 모처럼 사랑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그놈 목소리
범죄와의 전쟁이 뉴스 메인을 장식하던 1990년의 어느 날 방송국 뉴스 앵커 한경배의 아홉 살 아들 상우가 사라지고 1억원을 요구하는 유괴범의 전화가 걸려온다. 곧바로 비밀수사본부가 꾸려지지만 범인은 수사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유일한 단서라고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범인의 목소리뿐이다. ‘그놈 목소리’는 자식의 생사조차 모른 채 범인의 전화에 매달리는 부모의 애타는 심정이 생생하게 그린 영화다. 영화의 모티프가 된 1991년 이형호 유괴사건은 2006년 1월 29일로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주인공 설경구의 아내 오지선 역은 김남주가 맡았다. 결혼과 출산 이후 모처럼 복귀한 그녀는 촬영하느라 딸과 함께 있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픈데,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경은 어떨까, 싶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담당 / 장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