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윤대녕이 3년만에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를 내놨다. 소설집으로는 다섯번째다. 3년간의 노작 8편을 묶어냈다. 늘 내밀한 개인 세계를 향해 있던 그의 시선이 이번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로 방향을 살짝 틀었다.
물론 ‘낙타 주머니’처럼 너무나 일찍 찾아온 친구의 죽음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몸과 마음을 함께 앓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의 책 속 대부분의 죽음은 오히려 삶 쪽으로 열려 있으며 어떤 긍정의 순간을 품고 있다. 헤어짐과 죽음과 눈물 앞에서 윤대녕 소설만큼 쓸쓸하면서 따뜻하기도 힘들다.
낯선 남자와 여자의 우연한 만남을 그만큼 감쪽같이 소설 속에 안착시킬 수 있는 작가도 흔치 않다. ‘못구멍’의 기훈과 명해, ‘마루 밑 이야기’의 병희와 윤정, ‘낙타 주머니’에서 1년만에 조우하는 주인공 화가 이진호가 그러하다.
우연을 강조한 다분히 ‘윤대녕스러운’ 만남은 이번에도 계속됐다. 강원도 화천의 군대에서 전역하던 날 ‘나’는 서울행 버스에서 웬 여대생과 말문을 트고(‘제비를 기르다’), 6년 6개월 전 산장에서 어색한 밤을 보냈던 여자를 북한산 언저리에서 마주치기도 한다(‘연기’). 얼핏 개연성이 약해 뵈는 것도 사실이지만, 윤대녕 소설 속 여느 만남과 비교하자면 보다 더 단단히 땅에 발을 붙인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 신경숙은 윤대녕의 소설을 일컬어 ‘내밀하고 매혹적이다’라고 평한 뒤 “윤대녕스러운 것에 이미 얼마간 중독이 되어 있는 이들에게 중독자가 되길 잘했다는 은근한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윤대녕의 신작 ‘제비를 기르다’를 평한 바 있다.
제비가 떠나간 겨울엔 고독에 침잠해 홀연히 떠도는 어머니를 둔, 모성애에 대한 부재감을 어머니를 닮은 여자들에게서 헛되이 갈구하는 ‘나’를 그린 표제작 ‘제비를 기르다’, 고래등에 어울리는 ‘고래 등(燈) 같은’ 집을 마련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헌신한 노인이 말년에 맞닥뜨린 소통부재와 고립을 그린 ‘고래등’ 등. 윤대녕의 신작 소설집에는 기다린 독자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작품들로 가득하다.
죽음에 직면해서도 삶을 이야기하고, 슬픔 앞에서도 긍정의 순간을 품는 ‘윤대녕스러운 소설’의 컴백이 반갑다. 소설가 신경숙의 말마따나 ‘관계들이 이렇게 시시할 수가 있나 좌절감이 들 때 일부러 찾아 읽고 싶은 소설’이다.
제비를 기르다 / 윤대녕 지음 / 9천8백원 / 창비
엄상익 지음 / 1만원 / 조갑제닷컴
대도 조세형과 탈주범 신창원의 변론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중견변호사 엄상익의 첫 번째 소설집. 판사에게 딸을 시집 보낸 어머니가 사위에게 결혼 전에 사귀던 여자가 있다는 것을 의심하고 결국 그 여자를 청부살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변론을 맡은 사건을 소설화한 이 책은 엄상익 변호사의 만만치 않은 문학적 역량을 확인시킨다. 독자를 희대의 청부살인 사건 속으로 몰고 들어가는 수법이 남다르다.
정희재 지음 / 1만2천원 / 샘터
저자가 수개월 간 라다크와 남인도, 네팔의 티베트 정착촌에 살면서 만난 아이들의 사연을 글과 사진으로 엮었다. 가난과 위험 속에서도 평화와 용서의 마음을 잃지 않는 티베트인들의 모습을 통해 참다운 삶과 행복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2003년 출간된 ‘티베트의 아이들’을 바탕으로 책에 실린 아이들의 뒷 이야기와 이후 여행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추가한 개정판이다. ‘나보다 당신이 먼저 행복하기를 기도하는’ 티베트 사람들과의 감동적인 만남의 기록.
전세영 지음 / 1만원 / 랜덤하우스
악착같이 모아도 내집 마련은 어렵기만 한 세상. 하지만 그렇다고 구질구질하게 살다간 혼수 자금은 모아도 정작 결혼 상대는 못 찾을 판이다. 젊은 여성들이 고민하는 재테크 딜레마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이 책에서는 인생에서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끔 해주는 경제 관리 능력을 키우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제시하고 있다. 갖고 싶은 것을 맘껏 사면서 돈도 모으는 방법은 없냐고 묻는 젊은 여성들을 위한 현실적인 재테크 지침서.
이정우 지음 / 1만3천원 / 태인문화사
와인은 다른 술처럼 그저 마시고 취하면 되는 술이 아니다. 알코올의 매력 외에도 와인을 마시는 매너의 낭만성에 취해 사람들은 와인을 찾는다. 그러기 위해선 또 와인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친절한 와인책’은 와인 초보자를 위한 와인 가이드북. 와인의 역사에서부터 와인의 종류, 제조법, 포도 품종, 와인 생산자, 용어, 와인 즐기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설명했다.
권미란 지음 / 1만원 / 한솜미디어
구성작가로 시작하여 화장품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던 저자가 2001년 8월 CJ홈쇼핑에 입사하며 바로 이미용 전문 쇼호스트로 발탁, 두곽을 나타낸 경험이 이 책의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피부관리에 대한 노하우, 이미용 쇼호스트 되는 방법, 피부에 대한 궁금증 등이 총 8파트 208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현직 쇼호스트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제안하는 20대 후반 이후 여성들을 위한 피부관리법.
송진구 지음 / 1만2천원 / 크레듀
초일류로 평가받는 국내외 35개 기업들이 명운을 건 승부처에서 어떤 전략을 활용해 살아남았는지 보여주는 기업 경영서.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통하는 싸움의 기술이 크게 6가지 경영전략으로 나뉘어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의 백미는 진부하게 응용되었던 ‘36계’를 새롭게 해석하고 친숙한 기업사례로 설명했다는 점이다. 또한 ‘36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고 도입부마다 ‘36계’에 얽힌 고사를 짤막하게 정리해둔 점도 눈에 띈다.
이선영 지음 / 1만원 / 노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식품첨가물, 트랜스 지방 등 유해식품의 정보를 보통 엄마들이 쉽게 읽어볼 수 있도록 쉬운 용어로 정리했다. MBC TV 방학특집 프로그램 ‘위험한 밥상’의 작가로서 저자가 직접 해외의 전문가들을 취재하며 알게 된 생생한 정보들을 담았다. 문제아를 만들고 폭력을 부른 ‘위험한 밥상’에 대한 경고. 직접 부엌에서 만들 수 있는 안전한 먹을거리도 담겨 있으니 초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라면 더욱이 눈여겨볼만 하다.
빌 버포드 지음 / 강수정 옮김 / 1만5천원 / 해냄출판사
‘뉴요커’의 문학담당기자 빌 버포드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식당 요리사의 보조가 된다. 주방 보조가 된 기자는 어둡고 뜨거운 그릴 스테이션의 지옥 같은 추억, 파스타 반죽을 치며 만난 이탈리아 사람들과의 추억을 지루하지 않게 써내려갔다. 주방에서 일어나는 다채로운 사건들, 그 안에서 배우는 인생, 맛있는 이탈리아 요리로 책 한 권이 꼭꼭 채워져 있다. 뉴요커 괴짜 기자의 이탈리아 요리 정복기.
‘겨울새’
김수현 지음 / 1만2천원 / 열매출판사
날마다 나타나는 비상식적인 인물들의 출현이 빈번한 요즘의 세상에서, 이 작품은 우리네 가정과 그 가정 구성원들간의 사랑과 이해, 그리고 갈등해소의 모범답안은 아닐지 모르나 한번쯤 자신의 얼굴을 살피는 ‘반성 거울’임에는 틀림없는 작품이다. ‘언어의 마술사’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별칭에 걸맞게 김수현 특유의 감수성 있는 문체가 빛나는 작품으로, 한번 잡으면 단숨에 읽히는 김수현 소설의 마력의 실체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될 것이다.
한편, 이번 소설 ‘겨울새’는 2007년 9월 MBC-TV 50부작 주말특별기획 드라마로 방송 예정인 ‘겨울새’의 원작이기도 하다.
■담당 / 최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