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랄 국제영어토론대회 우승 쾌거 이룬 고려대 영어토론동아리

오스트랄 국제영어토론대회 우승 쾌거 이룬 고려대 영어토론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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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강지수·김민영·윤준빈의 세계무대 제패 공부법
ㆍ“실제 토론 연습을 통해 팀워크를 다지고 다양한
ㆍ방면의 배경지식을 쌓는 데 주력했어요”

찾아보면 유창하게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많다.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토론을 잘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영어로 토론을 한다면 어떨까. 단순히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한다거나 토론 경험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철저한 준비와 꾸준한 연습이 필요했다.

오스트랄 국제영어토론대회 우승 쾌거 이룬 고려대 영어토론동아리

오스트랄 국제영어토론대회 우승 쾌거 이룬 고려대 영어토론동아리

우리나라대학생들이 세계적인 국제영어토론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지난 7월 12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오스트랄 국제영어토론대회’의 결승전. 세계 42개 대학 101개 팀의 열띤 경쟁 끝에 한국의 고려대 영어토론동아리(KUDC) 팀과 말레이시아의 멀티미디어 대학 팀이 결승전에 진출한 상황이었다. ‘이민을 가게 될 경우, 국가에 이민세를 내는 것이 옳은가’라는 주제로 첨예한 접전이 이어진 가운데 결국 ‘사회 취약층의 선택에 따른 권리’를 근거로 반대 입장을 밝힌 고려대 영어토론동아리 팀이 5:2의 심판 판정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강지수 물론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또 그러한 각오로 대회에 참가하긴 했지만 솔직히 예상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고 돌아올 수 있게 돼서 무척 기뻐요. 특히, 이번에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다른 나라 팀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높아지게 된 것 같아 더욱 기분이 좋았어요.”

김민영 대회 진행 일정에 맞추다 보니 하필이면 학교 기말고사 기간이 끝나자마자 출국하게 됐어요. 세 명이 팀으로 충분한 준비와 연습을 하기에는 좀 힘든 상황이었죠. 그래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국제영어토론대회인 ‘오스트랄 국제영어토론대회’는 올해로 35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회로, 대회 진행은 ‘오스트랄 형태 디베이트’라 하여 양 팀이 3:3 토론을 이어나가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 의회식 토론(Parliamentary Debate)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각 팀들은 주어진 주제를 놓고 찬반으로 나뉘어 토론에 임했다. 특히, 고려대 영어토론동아리 팀의 우승은 동북아시아 국가 출신 최초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지수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동남아시아나 오세아니아에 비해 영어토론을 접하게 된 기간 자체가 매우 짧아요. 그렇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선배들이나 지도해 줄 선생님들이 많지 않고, 또 아직 출전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인지도도 부족한 편이에요.

김민영 세계영어토론대회에 한국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어요. 또, 우리나라 교육방식이 토론을 중점으로 두는 편이 아니라 다른 국가의 참여 학생들에 비하면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요.

윤준빈 사실 동북아시아 국가 학생들은 이번 대회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제 의회식 영어토론대회에서 썩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편이에요. 모든 교육의 초점이 입시에 맞춰져 있는 터라 평등한 위치에서 상호 토론을 통해 사고력을 기르는 방식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대부분은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문제 풀이 요령이나 지식을 전달하는 편이잖아요.

영국이나 호주 학생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토론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인지 월등한 실력을 보여주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게다가 유교 영향권은 예의범절과 침묵을 미덕으로 삼아 중시하다 보니, 지금은 비록 많이 약화되었다고 해도 사회 전체적으로 권위적인 위계질서가 확립되어 있죠. 따라서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기가 쉽지 않아요.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적극적으로 피력하지도 않고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논리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능력 또한 뒤처질 수밖에 없겠죠.

이처럼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고려대 영어토론동아리 팀이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세 사람은 ‘실전 같은 꾸준한 연습’을 통해 ‘탄탄한 팀워크’를 다진 것이 가장 유효했다고 말한다. 물론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세 사람이 한 팀을 구성하고 토론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만큼, 실제 토론 현장과 같은 상황에서의 연습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윤준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우선 실제처럼 토론 연습을 하는 것이었어요. 개인의 영어·토론 실력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야 하겠지만 세 사람의 호흡이 무엇보다 잘 맞아야 하거든요. 발언 순서에 따라 발언인의 역할도 약간씩 달라져야 하고 세 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상호보완도 적절히 이뤄져야 해요. 그래서 실제처럼 상황을 설정해 연습하며 서로의 특성을 파악하고 장점은 극대화하면서도 단점은 보완해줄 수 있도록 했어요.

강지수 대회 준비 일정이 촉박했기 때문에 셋이 함께 모이기조차 쉽지는 않았어요. 대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른 팀들과 연습 토론을 했어요. 모이지 못하는 날에는 각자 신문기사나 책을 읽어가며 공부를 했고요. 의회식 토론대회는 정치, 사회, 국제, 경제, 문화, 과학, 예술 등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주제가 제시되므로 어느 한 분야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해요.

김민영 결승전에서 말레이시아 팀을 꺾을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세 명이 통일된 의견으로 상대방 정책의 실효성과 정당성을 공격해 나갔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다른 나라에 비해 학교나 관련 기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경험자들도 적어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는데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폭발적인 집중력으로 좋은 성과를 일궈낸 강지수·김민영·윤준빈씨. 그들은 이번 대회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윤준빈 이번 대회를 통해서 다른 사람과 의견을 조율해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서로 다른 세 사람이지만 결국 한 팀이 된 거잖아요. 따라서 한 쟁점을 바라보는 팀의 전체적인 관점을 올바로 잡고 일관성 있게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본 대회 전 예비 대회 예선전 마지막 라운드 때는 주제를 받은 뒤 주어진 시간 30분 동안 전체 틀을 논의하는 데만 20분가량을 쏟아 부어 관점 도출을 해냈어요. 덕분에 일본 팀을 이기고 예비 대회 우승도 할 수 있었어요.

강지수 세계 대회에서 잘하는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경험을 쌓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대회 참여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관점, 새로운 생각들을 많이 접하게 되고, 혼자서는 결코 알 수 없었을 많은 것을 배우게 돼요.
김민영 이러한 국제대회에 참여할 때마다 느끼는 건, 세상이 참 넓고 제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는 거예요. 요즘 대학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는데 결국 ‘어떻게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강지수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연습해서 꾸준히 대회에 도전할 거예요.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배워와야죠.

윤준빈 저도 국내든 국제든 좋은 대회에 계속 참가해보고 싶어요. 이 경험들이 녹아서 실력이 되는 것 같거든요. 요즘 제가 중학생들에게 영어 토론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번에 얻은 노하우도 최대한 많이 전달해주고 싶어요.

Know-how
윤준빈 토론대회 참가로 동기 부여
저는 외국에서 공부해본 경험이 없어요. 원래 영어 공부를 많이 하진 않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영어토론대회에 참가하며 점점 열심히 하게 됐어요. 사실 정규 교육과정으로 10년씩 영어 공부를 해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이 많잖아요. 저는 영어 토론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대입 시험이나 토익에서 점수를 잘 받아도 제대로 영어로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것은 평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환경을 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의회식 영어토론대회에서는 한 번 발언 때마다 발언자에게 7~8분 정도의 스피치를 요구해요. 이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의견을 논리적으로 개진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이 키워지고 영어 실력 자체도 눈에 띄게 향상됐어요. 또 뛰어난 참가자들의 논리 전개력, 어휘 구사력 등을 직접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고요.

김민영 에세이 작성으로 논리력 향상
고등학교 진학 전에 외고를 희망했기 때문에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꾸준히 영어 공부를 했어요. 에세이를 자주 써보니까 논리력, 구성력 등이 향상되고 어휘의 폭이나 문장력도 무척 좋아졌어요. 에세이의 글감이 될 만한 것들을 찾다 보니 책도 많이 읽게 되었고 그런 부분이 풍부한 배경지식으로 남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입시 공부를 하느라 한동안은 수능 대비 영어 공부만 한 적도 있어요. 그러던 중 고등학교 2학년 즈음에 영자신문을 접해 읽는 습관을 들였어요. 그때 국제관계에 기초적 관심이 생겼고 국제학부 진학을 꿈꾸며 더욱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강지수 수준에 맞는 영어책 읽기
다섯 살 때부터 3년 동안 외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그 뒤로 계속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하지 않았다면 거의 잊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집에 외국 뉴스나 영어로 된 비디오 등을 자주 틀어 놓으셨어요. 꼭 집중해서 보지 않더라도 귀로 내용을 꾸준히 접하면서 편하게 영어를 익힐 수 있었어요. 연령대에 맞는 영어책을 구해 읽은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제공 / KU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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