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웠지만 정작 외국인 앞에서는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아픈 기억을 갖고 있어서일까. 남들보다 좀 더 일찍, 외국어 교육에 눈을 뜬 엄마들이 있다. 조기 교육으로 2~4개 국어까지 가르치고 있는 슈퍼맘들의 외국어 교육 노하우를 공개한다.
지난 2월 중순, 서울 목동에 위치한 한 키즈 카페를 찾았다. 그곳에는 첫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언뜻 보기에 5, 6세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들 입에서 영어, 중국어, 일어 등 외국어가 술술 나왔다. 알고 보니 이날은 영어 전도사로 잘 알려진 박현영씨가 운영하는 ‘슈퍼맘스토리’의 카페 회원들의 모임이 있는 날. ‘슈퍼맘스토리’는 아이의 외국어 조기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카페다. 이날 모임에서는 오랜만에 카페 회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참석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이는 날이다. 이들의 모임을 지켜봤다.
올해 여섯 살인 상현이는 영어 동화책을 국어책 읽듯이 술술 읽어 주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는데, 더욱 신기한 것은 상현이의 발음이 거의 원어민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상현이 엄마 최선아씨는 “영어는 어릴 때부터 해왔기 때문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중국어로 된 동요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역시 발음이 원어민 수준이어서 상현이가 언어 신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아씨는 “상현이가 어릴 때부터 영어를 해서인지 중국어도 금방 따라 했다”고 말해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상현이의 모습을 옆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다른 아이들도 “나도 할 수 있다”며 나섰다. 이번엔 올해 네 살인 로빈이다. 한국말도 배우고 있는 단계인 어린 나이의 아이가 외국어를 할 수 있을까 의아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영어를 배운 지 1년 6개월 정도밖에 안 됐다는 로빈의 입에서는 원어민 발음의 영어로 된 동요가 흘러 나왔고, 그 앙증맞고 깜찍함에 주변 사람들은 또다시 깜짝 놀랐다.
이번에는 아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올해 여덟 살 기나의 순서. 기나는 마이크를 들고 나섰다. 평소에 집에서 마이크 들고 영어로 된 노래 부르기를 즐긴다고 한다. 기나는 맏언니답게 영어로 자기소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박현영과 영어로 프리 토킹을 하는 탁월한 실력을 과시했다. 단 한 번도 학원수강이나 과외를 받지 않고, 엄마와 함께 집에서 공부한 게 전부라니 더욱 놀라웠다. 기나는 현재 영어 이외에 중국어와 일어도 배우고 있다고 한다.
기나의 엄마 조문정씨는 “처음에 조기 교육이 필요할까 고민했는데 아이가 어느 시점에 언어에 노출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박현영 선생님의 생각이 저와 똑같았기 때문에 조기 외국어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조문정씨는 “아이를 선생님에게 맡기는 것보다 엄마가 직접 가르치면서 아이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뿌듯하고 행복했다”고 엄마표 교육의 장점을 강조했다.
부모가 영어를 모르는 건 아무 상관이 없다!
엄마표 교육에 대해서는 박현영과 다른 엄마들의 생각이 일치했다. 집으로 오는 학습지 선생님들보다는 엄마가 직접 가르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 예은이의 엄마 박정애씨는 “학습지 선생님이 가고 나면 아이는 책을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엄마들이 생각하는 엄마표 교육의 장점은 많았다. 첫 번째는 ‘사랑’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이를 하루 종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엄마다. 때문에 아이가 언제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는지 빨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그렇다면 전문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엄마가 직접 아이를 교육하는 데 대한 불안감은 없을까. 이에 대해 지후의 엄마 윤정희씨는 “처음에는 집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게 맞는 건지 불안감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이다 보니 아이의 입에서 영어와 중국어가 술술 흘러 나왔다. 그때서야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상현이 엄마 최선아씨는 “엄마가 외국어를 할 줄 모르는데 아이한테 외국어를 시키는 게 가능할까 싶었다. 게다가 나는 영어 울렁증도 있었다”며 “물론, 지금도 아이가 책을 읽는 발음이나 속도가 한참 앞서지만, 엄마가 몰라도 아이를 가르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국어 교육 방식은 박현영이 딸 현진이에게 가르쳤던 외국어 조기 교육 노하우와 똑같은 방식이다. 아이의 언어 능력이 가장 뛰어난 7, 8세 이전에 외국어에 노출되면 한국어를 배우듯이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습득하게 된다는 게 박현영의 주장이다.
박현영은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데 외국어를 배우는 게 가능할까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안다. 하지만 언어를 배우는 방식은 모두 똑같기 때문에 동시에 다양한 언어를 가르쳐도 상관이 없다. 내가 바로 그 경험자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물론 읽기와 쓰기보다, 말하기와 듣기를 더 먼저 가르치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와는 사뭇 다른 면이 있을 것이다. 때문에 말은 잘해도 학교에서 성적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오은주씨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며 “읽고 쓰기에 대한 공부만 하던 기성세대들은 결국 외국인과 만나서 대화 한마디 못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모두 아이가 말하기, 듣기에 익숙해지면 읽고 쓰기는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박현영이 이미 딸 현진이를 그런 방법으로 키워서 4개 국어가 유창한 아이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다른 엄마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
나린이 엄마 나윤주씨는 다개 국어를 가르치는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다고 모든 게 보장되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며 “앞으로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아이들도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할 줄 알아야 자신의 꿈과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외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엄마들은 그럼 모두 외국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들일까. 정답은 ‘No!’다. 엄마들의 직업은 정말 다양하다. 일단 구성상으로 보면, 평범한 가정주부가 가장 많았다. 물론 카페 회원들 중에는 외국어에 관심이 많은 토익 강사와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경우도 있고 증권회사, 공무원, 선생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주부들이 아이의 외국어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외국어를 가르칠 때 부모가 외국어를 모르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만 있으면 충분히 좋은 외국어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똑똑한 엄마들의 조기 외국어 교육 노하우~!
언어 교육 중국어 3개월 차, 영어
태어날 태부터 틈틈이 익혀왔음.
사용 교재1 영어 노래로 부르는 영어동요, 터치펜 등 2 중국어 중국어 회화공부책 등
교육 노하우 ① 아이가 즐겁게 영어와 중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상현이는 엄마와 함께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기를 즐겼고, 그림을 보면서 어릴 때부터 연상력 키우는 연습을 많이 했다. ②입으로 말하기를 자꾸 유도했다. 엄마가 그림을 보면서 먼저 말하고 상현이가 따라 할 수 있도록 했고, 이런 과정을 자주 반복했다. ③엄마표 교육을 학습지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④노래로 부르는 영어 동요는 모두 1, 2권씩 다 가지고 있다.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으로 골라서 샀고, 단행본으로 사려고 하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전집으로 사는 게 더 바람직하다. 상현이가 입으로 흥얼거릴 정도로 열심히 하면 그 책들을 팔고 새 책을 구입했다.
정나린(6세), 정나율(4세)
언어 교육 영어7개월차, 중국어&일본어 5개월차(두 아이 공통)
사용 교재 1 영어 키즈싱글리시, 벤앤벨라(토키펜, DVD), 잉글리시타임(세이펜, DVD), 토키잉글리쉬 1, 2단계(토키펜), 노래하며 부르는 영어 등 2 중국어 테디펜, 세이펜, 중국어 플래쉬 카드, 슈퍼맘스토리 카페의 자료 활용 등 3 일본어 호빵맨 캐릭터의 히라가나, 가타카나 패드, 단어 수록된 터치펜 플래시 카드, 호빵맨 DVD, 키티 터치 동요북, 슈퍼맘스토리 카페에 올려진 자료 활용, 단행본 몇 권 등
교육 노하우 ①영어, 중국어, 일본어 모두 동요 즐겁게 부르기다. 동요에 나와 있는 어휘를 사용해 일상회화를 시도해보기도 하고 어휘도 확장해 나갔다. ②다개 국어 책을 읽거나 DVD를 보고 우리말로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다. ③마이크를 이용해 노래를 부른다. 목청을 키우고 자신감을 높여준다. ④아침식사 시간엔 영어, 저녁식사 시간엔 중국어와 일본어, 유치원 등 하원 시간엔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사용한 뒤 점차 질문의 수를 늘려갔다. ⑤노래를 부르거나 영어로 이야기를 할 땐 항상 격려하며 동영상을 찍었다. 블로그에 동영상을 올려놓으면 동기부여에 좋다. ⑥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인형놀이, 점토놀이, 그리기 등)를 할 때 슬쩍 외국어로 대화를 시도한다.
언어 교육 영어 1년 6개월 차, 중국어 2개월 차
사용 교재1 영어 각종 동화책, 동요책 2 중국어 중국어 동요책, 동시책 등
교육 노하우 ①등장인물의 대사에 감정을 이입해 책을 최대한 리얼하게 읽어주려고 노력했다. CD 청취보다는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 언어를 들려주려고 했다. ②실생활에서 책과 비슷한 상황에 접하면 상황극처럼 엄마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했다. ? 집 안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어줬다. 거실, 침대, 주방, 화장실까지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곳 어디에든 책을 구비해놓고 언제든지 쉽게 손에 닿을 수 있게 노력했다. ③동요로 관심을 끌기 시작해 서서히 그림책 읽어주기로 단계를 높여갔다. 외국어와 모국어가 다르다는 것을 이미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최대한 부담을 줄이려 동요부터 시작했고, 동요를 부르는 것이 끝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다양한 율동을 하며 신나게 놀았다.
언어 교육 중국어 3개월 차, 영어 6개월 차, 일본어 5개월 차
사용 교재 1 영어 키즈 싱글리시(박현영의 영어노래책), 터치펜, 플래시 카드 등 2 일어 일본어 동요 터치패드, 테디펜, DVD, 일본어 터치북 등 3 중국어 중국어 동요집 등
교육 노하우 ①영어는 집에서 생활영어로 시작했다. 아이가 매일 반복하는 행동과 말에 영어를 덧붙였다. 영어를 들려주기 시작한 지 2주 만에 아이가 스스로 영어를 따라 했다. ②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이가 펜을 눌러서 소리가 나는 걸 즐거워하고, 재밌어 했다. 그걸 이용해 영어를 놀이처럼 할 수 있게 상황을 만들어줬다. 플래시 카드를 아이에게 보여줄 때마다 항상 실물을 같이 보여줬다.
언어 교육 영어 1년 차, 중국어 6개월 차
사용 교재 1 영어 동요, 그림책(공룡, 국기책 등), 아이폰 어플,엄마가 직접 만든 단어 플래시 카드 등 2 중국어 중국어교재 CD, 그림 책, 아이폰 어플 등
교육 노하우 ①아이가 평소에 관심 있어 하는 ‘국기’, ‘공룡’ 등이 나오는 책과 동요를 선택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책을 읽혔더니, 거부감도 없이 금방 책과 친해졌다. ②평소 핸드폰 만지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엄마의 스마트폰에 ‘영어’로 된 간단한 어플리케이션을 깔아줬다. 조금 지나자 혼자서 어플(영어, 중국어)을 찾아서 아주 재밌게 즐겨했다. ③영어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파닉스도 스스로 익히게 되었고 파닉스를 알게 되자 중국어 발음 기호를 보고 혼자서도 읽게 되면서 중국어에 더욱 재미를 붙였다
언어 교육 영어 태어날 때부터, 중국어 2년 차, 일어 6개월 차
사용 교재 1 영어 빙뱅붐(어린이 영어교재), 키즈싱글리시(박현영의 영어노래책), 토키펜, 영어교육용 DVD와 CD 등 2 중국어 테디펜, 세이펜, 중국어 플래시 카드 등 3 일본어 히라가나 패드, 가타카나 패드, 일어교육용 DVD 등
교육 노하우 ①책 읽기는 한 번에 30분 이상 하지 않았다. 스스로 알아서 책을 읽도록 유도했고 손닿는 대로 읽을 수 있게 책을 놓아두었다. 팝업북, 플랩북, 토이북, 촉감책 등과 여러 모양의 책들로 평면적이고 획일적인 것보다는 책 자체, 일러스트레이션 자체가 다양한 책을 접하게 해줬다. ②동네의 작은 서점이나 도서관보다는 광화문이나 강남의 교보문고에 일부러 데리고 갔다. ③ CD를 듣고, 영어와 중국어 등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냥 혼자 서서 하는 것보다 마이크를 손에 쥐어주면 더 열심히 잘 따라불렀다. 토키펜, 테디펜, 세이펜 등 소리 나는 펜의 소리를 따라 하게 했다. ④엄마 아빠 모두 틈만 나면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⑤ 영어 키즈 카페에 가서 외국인 선생님들과 함께할 수 있게 했고, 파주 영어마을에도 갔다. ⑥가만히 앉아 책만 읽거나 보여주는 것보다는 일상생활에 적용시키거나 연령대에 맞는 연극과 뮤지컬을 이용해 오감을 자극했다.
언어 교육 영어 15개월 차, 중국어 3개월 차, 일어와 스페인어는 노래 부르는 정도
사용 교재 1 영어 플래시 카드, 그림 책 등 2 일어&스페인어 외국어 동요 등
교육 노하우 ①무조건 반복했다. 집에서 쓸 수 있는 기본적인 생활영어를 아이가 알아들을 때까지 반복했다. ②절대 강요하지 않았다. 예은이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엄마가 강요하지 않아도 혼자 독서 삼매경에 빠지곤 했다. 엄마는 옆에서 그냥 가만히 지켜봐주기만 하면 됐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부분만 알려줬다. 본인이 알려고 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③싫어하는 일어나 스페인 노래도 좋아하게 만들었다. 아이가 새로운 언어와 친해지려면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려야 한다. 아이가 시끄럽다고 노래를 끄라고 말하면 엄마가 듣는 노래라며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던 예은이가 어느 날 길거리를 걸으며 그 노래들을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는 거부감 없이 오히려 아이가 더 좋아하게 됐다.
*토키펜, 세이펜, 터치펜, 테디펜 펜으로 책에 갖다대면 원어민 목소리로 ‘노래’, ‘동요’, ‘책’ 등을 읽어준다. *터치패드, 터치북 아이들이 누르면 원어민 목소리가 나오는 패드와 책.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강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