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엄마가 질풍노도 사춘기 아이와 함께 잘 사는 법

중년의 엄마가 질풍노도 사춘기 아이와 함께 잘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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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사춘기를 두고 ‘엄마의 마음 그릇을 시험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아이의 성장과 엄마의 성숙을 위한 시간, 싸우더라도 즐겁게, 상처 입더라도 값지게, 스트레스 덜 받으며 사춘기 아이와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적 사춘기’ 겪는 중년의 엄마들, 스스로를 사랑하자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대게 마흔 전후의 중년들이다. 사춘기 아이만큼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에 직면해 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아이들이 인생의 ‘황금기’라는 성인의 문턱에 있다면 엄마들은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보내고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질풍노도 10대와 중년 위기의 엄마의 공존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몸은 아이 곁에 있지만 마음은 아이 곁에 없는 엄마들, 아이에게 마음을 줄 수 없거나 주고 싶지 않은 엄마들도 있다.

중년의 엄마가 질풍노도 사춘기 아이와 함께 잘 사는 법

중년의 엄마가 질풍노도 사춘기 아이와 함께 잘 사는 법

엄마 자체가 지쳐 있다면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도, 아이의 혼란과 욕구를 이해할 인내심도 가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중년의 엄마들을 10대 사춘기와 비교해 ‘사추(秋)기’라고 할까. 중년의 엄마들이 모두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이전부터 삶의 스트레스가 해결되지 않아 쌓인 채로 지내왔다면 아이의 사춘기가 더욱 힘겨울 수 있다. 갈팡질팡하는 사춘기 아이들 못지않게 엄마로서 인생의 위기를 겪고 있다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번 바꾸어보자. 중년기는 정체성 혼란에 빠진 사춘기 아이들처럼 한 인간으로서 자기 정체감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해보기에 좋은 시기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이에게만 몰두해 전전긍긍하기보다는 그에 앞서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에너지를 찾고 내면의 풍경을 가꿀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질풍노도 사춘기 아이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

사춘기 아이와 평화로운 공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할 때 가능하다
“점점 제가 아이의 인생에서 밀려난 느낌이 들고 아이의 감정 변화에 따라 제 감정도 롤러코스터가 돼요.”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엄마들은 아이에 대한 기대와 욕망을 재정비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에게 가졌던 꿈과 기대가 무너지며 큰 실망과 좌절감을 겪기도 한다. 사춘기 이전 시기는 엄마가 원하는 대로 아이들의 행동이 조성되는 시기이지만 사춘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가 꿈꾸고 바라던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많은 엄마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특히 남편과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 아이에게 ‘올인’하는 엄마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우선 내 아이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자. 아이와 사사건건 부딪히다 보면 유독 우리 아이만 속을 썩인다고 생각하기 쉽다. 사춘기는 내 아이에게만 오는 희귀병이 아니고 어떤 아이에게나 올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이고 일회적이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보면 좀 더 침착하게 아이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성장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궤도를 이탈해 다시 돌아오기 힘든 경우도 있다. 차이는 주변 환경, 그중에서도 아이에 대한 부모의 믿음과 존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스트레스 덜 받으며 사춘기 아이와 함께 사는 법
예민한 엄마들에게 사춘기 아이의 생활습관은 스트레스 그 자체다. 방은 항상 난장판이고 생활은 올빼미처럼 불규칙하다. 밤에는 도대체 뭘 하는지 새벽 3, 4시까지 불이 꺼질 줄 모른다. 당장 해야 할 숙제는 잊어버리기 일쑤고 시험기간에도 침대에 누워서 음악만 듣고 있으니 하루에도 열두 번 울화통이 치민다. 사춘기 아이와 부대끼며 받는 스트레스,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첫째 기대 수준을 조정하라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많은 엄마들이 범하는 오류는 아이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대는 사춘기가 되면 여지없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내 아이도 다른 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에 실망하고 어느 한편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이 정한 모습에 아이를 맞추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실망이 쌓이면 불만이 되고 어느 순간 아이만 보면 짜증부터 내는 엄마가 되기 쉽다. 이러한 엄마와 사춘기 아이가 부딪힌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사춘기가 아이의 인생에 있어 커다란 변화인 만큼 아이에 대한 기대도 변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이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부모의 기대와 반응 역시 유연하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둘째 대신 해주지 마라
사춘기 아이들은 독립을 원한다. 그 방식이나 과정이 어떻게 됐든 당장 아이들에게 절실한 것은 부모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아직 그 이전 시기에 머물러 있는 엄마가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나에서 열까지 보살피고 대신 해주려 한다면 아이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아이가 자기 결정권을 갖는 성인이 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옵션을 주고 최종 결정은 아이가 하도록 하자. 스스로 결정하게 되면 그 결과에 대해서 예측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고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사춘기 시절 엄마가 모든 결정을 해준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이러한 아이들 중 대학생 때 찾아오는 사춘기인 ‘대춘기’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학창 시절 과도한 학업 경쟁으로 엄마 말을 잘 듣는 아이로 살다가 남보다 늦은 사춘기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엄마 때문에 자기 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자기 인생을 엄마가 망쳤다고 문제의 원인을 모두 엄마에게 떠넘기기도 한다. 아이의 자율성과 자기 결정권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면서 미숙한 부분을 보충해주고 뒷받침하는 것, 사춘기 아이를 위한 엄마의 역할이다.

셋째 겉모습에 속지 마라
요즘 아이들은 신체 발육이 좋다. 중학교 2, 3학년 정도 되면 엄마보다 키가 큰 아이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성인과 같은 외형 때문에 엄마는 가끔 아이가 성인 같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엄마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겉모습에 걸맞은 어른스러운 생각과 의젓한 행동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사춘기 아이가 동생과 싸우면 무조건 언니나 형이 참아야 한다고 꾸중하고 지나치게 양보를 강요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형제자매 간의 사이가 더욱 악화될 수 있고 부모에 대한 불만과 반항심을 키울 수 있다. 몸은 성인이지만 생각은 아직 성숙되지 않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사춘기 아이와의 현명한 대화법
자신의 말은 듣지도 않고 무조건 잔소리만 하는 엄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짜증을 내며 말문을 막아버리는 아이. 사춘기 아이와 제대로 대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말투, 얼굴 표정, 타이밍 등 작은 것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현명한 엄마라면 아이와 대화할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언어 패턴 점검하기
대화할 때 아이가 엄마와의 눈 맞춤을 피한다든가 엄마만 보면 슬금슬금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린다면 무언가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음 질문들을 통해 아이와 대화할 때 자신의 언어 패턴을 점검해보자.

□ 아이가 말할 때마다 아이와 눈 맞춤을 하며 잘 들어주는 타입인가?
□ 아이에게 어떤 톤으로 말하는가? 크고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하는가, 아니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가?
□ 아이에게 어떤 일을 시킬 때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편인가, 아니면 아이의 입장을 고려하고 예의를 갖추어 말하는가?
□ 팔짱을 끼거나 손을 허리에 대고 말하는가?
□ 눈동자를 굴리거나 눈을 부릅뜨며 말하는가?
□ 아이가 말을 할 때 다른 할 일을 하면서 등을 보이며 듣는가?
□ 아이가 말을 할 때, “됐고”라고 말하며 말허리를 자르고 중간에 끼어드는가?
□ 아이가 제법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이없다는 듯 웃어넘기거나 무시하지는 않는가?
□ 아이에게 대답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가, 아니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른 화제로 건너뛰는가?
□ 아이보다 더 많이 말을 하는 편인가?
□ 아이가 말을 할 때 고개를 끄덕여주며 잘 듣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가?

더 많이 듣고 더 적게 말하기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대화 패턴은 단연 ‘잔소리’다. 아이에게 바른 행동을 요구하며 끊임없이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백번 옳은 소리일지언정 아이에게 엄마의 잔소리는 고장 난 녹음기처럼 계속 반복되는 듣기 싫은 소리일 뿐이다. 잔소리를 늘어놓고 싶을 때는 꾹 참고 아이의 말을 들어보자. 엄마가 주의 깊게 자신의 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은 서서히 엄마에게 말을 하고 싶어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질문하기
사춘기 아이들은 긴 대답을 요구하는 개방형 질문을 받는 것을 어려워한다. 특히 감정에 대한 개방형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워하고 자꾸 회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의 대답을 얻고 싶다면 구체적으로 질문하라. 예를 들어 “지금 기분 어떠니?”라고 묻는 대신 “화났어?”, “속상하니?”, “기분 나쁜 모양이구나”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건 너무 꼬치꼬치 질문하지 말 것. 취조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서로 기분이 상해 대화가 어려운 경우에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나 포스트잇, 메모지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말로 아이를 공격하는 것은 금물
사춘기 아이들과 대화할 때, 특히 부정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공격적이거나 비판적이지 않은, ‘호기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떻게 된 거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렇게 공격하면 아이는 더욱 입을 굳게 다물고 자물쇠를 채우게 된다. 공격은 아이들의 방어 본능만 자극할 뿐이다. 감정을 조절하면서 조금은 완곡하게 돌려 말해보자. 아이의 행동에 호기심과 관심을 보이는 것이 대화 기술의 핵심이다.

침묵에 편안해져라
아이를 나무라다 보면 아이가 대답을 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때 지나치게 몰아세우거나 다그치면서 말을 하도록 종용하지 말고 조용히 기다려주자. 억지로 입을 열려고 해봤자 아이의 버티기는 더욱 세지고 그런 아이의 고집을 꺾으려고 하다 보면 별일 아닌 것으로 시작된 대화가 악화 일로에 빠지게 된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사춘기가 되면 과묵해지게 마련인데 이때 억지로 말을 하도록 강요하면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 사춘기 아들의 침묵을 편안하게 받아주는 것도 아이와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 중 하나다.

Mini Interview

서울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이우경 교수의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들을 위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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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겪는 사춘기인데 왜 우리 아이만 유독 힘든 건지 모르겠어요.” 다양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이우경 교수가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모범생 엄마일수록 사춘기 아이의 반항을 못 견뎌요. 자기가 그래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할 수 없는 거죠. 엄마도 사춘기를 겪었는데 당연히 아이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특히 엄마 자신의 콤플렉스를 아이에게 투영시키거나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보상심리로 아이를 내모는 경우도 많죠. 사춘기 아이 때문에 유난히 힘든 엄마라면 자신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사춘기 아이와 부모의 문제는 아이의 행동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보다 엄마의 내면 깊이 자리 잡은 결핍과 불안, 삶에 대한 회한 등이 아이의 혼란을 틈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엄마들의 강박은 아이들에게서 사춘기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너무 일찍부터 학업에만 초점을 맞춘 채 공부하는 기계가 되어가다 보니 한창 다양한 경험과 자극이 필요한 사춘기를 잃어버리는 거예요. 사춘기는 아이들이 자신의 색깔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기인데 공부에만 매달려 스스로를 관찰하고 집중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거죠. 요즘 우울증을 겪는 대학 초년생들이나 성인이 되어 뒤늦게 사춘기를 겪는 경우도 많아요.”

사춘기 아이를 위한 부모의 올바른 역할은 아이가 충분히 고민하고 혼란을 겪으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들이 가장 당황스러워하는 것이 아이의 공격성이에요. 사춘기가 되면 아이의 말과 행동이 거칠어져요. 목소리도 커지고 말투도 퉁명스러워지죠. 아이의 거친 행동에 일일이 대응해서는 안 돼요. 어느 정도의 반항은 받아들이세요. 물론 울컥하죠. 당장 쫓아 들어가 혼을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내버려두는 게 약이에요. 시간을 두고 감정을 가라앉힌 다음에 조용히 대화를 시도하는 게 좋아요.”

집에 오면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엄마와 대화조차 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겐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우선 아이와 나누는 대화 패턴을 살펴보자.

“아이들이 엄마와 대화를 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엄마의 잔소리 때문이에요. 엄마가 잔소리를 시작하는 순간 아이는 귀를 닫아버려요. 엄마가 부드러워질 필요가 있어요.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건 비바람이 아니라 태양이라는 걸 명심하세요.”

부드럽게, 느리게, 스마트하게. 이 교수가 엄마들에게 강조하는 세 가지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데는 정해진 규칙이나 방법이 없다. 아이의 기질과 성격에 맞게 이해하고 지켜봐주는 엄마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대부분 아이들의 사춘기는 별 탈 없이 지나가요. 궤도를 이탈하는 경우가 있고, 궤도를 이탈하고도 부모 노력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어요. 사춘기 때 부모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가 관건이에요. 열쇠는 엄마가 쥐고 있어요. 아이를 믿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도 아이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주석
■참고 서적 「마음을 챙기면 엄마 노릇이 편해진다」(이우경 저, 팜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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