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진 몸매에 우직한 눈빛. KBS-2TV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김성경(30)은 ‘폭주족 출신 서울대생’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판과 숙박업, 대학 내 벼룩시장 기획 등 다양한 인생 경험을 통해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춘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거친 사춘기를 보내고 한 사람의 성인으로 바로 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어요. 학교가 너무 멀어서 오토바이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어머니가 반대를 하셨어요. 그 나이에는 쉽게 포기가 안 되잖아요. 중국집 배달원을 시작했죠. 자연스럽게 동네에 오토바이 타는 형들과 친해지고 점점 오토바이에 빠지게 됐어요. 소위 말하는 ‘폭주족’이 된 거죠.”

폭주족 출신 서울대생 김성경이 들려주는 사춘기
“중고등학교 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토바이만 생각하고 살았어요. 지금 그렇게 타라고 하면 못 탈 거예요. 사춘기가 꽤 빨리 찾아온 편이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한 3년 동안 아버지와 말을 안 하고 지냈어요.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이유 없이 답답하고 부모님께 반항하고 싶고, 호기심을 푸는 데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갈비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파열되는 등 크고 작은 사고에 병원 신세를 지고 오토바이 특수절도로 학교까지 그만둘 뻔했으니 또래 친구들에 비해 혹독한 사춘기를 보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모님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대응은 여느 부모님들과 달랐다.
“한창 사고를 치고 다닐 무렵에 부모님께서 독립적으로 살아보라며 옥탑방을 꾸며주셨어요. 처음엔 부모님께서 나를 포기하셨나 보다 했는데 어느 한편으로는 믿어주셨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마침 어머니가 과외를 권유했고 그는 미안한 마음에 어머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때가 고3, 7월이었다. 전공은 체육교육과. 운동을 좋아한 그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 한번 목표가 생기자 그는 무섭게 몰두했다. 50명 중 40등 하던 성적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고 그해 서울 중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는 ‘예상외’의 결과를 얻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오기였어요. 마음만 먹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기대도 안 했던 시험에서 뜻밖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되니 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목표를 서울대로 정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결국 4수 만에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 그의 말 그대로 ‘천신만고’ 끝에 목표에 다다를 수 있었다. 3년 동안의 마음고생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는 목표를 향해 미친 듯이 몰두했던 그 시간들을 값진 경험으로 간직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던 학창 시절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내 심장을 뛰게 하는지 알았다면, 거듭되는 실패로 좌절해야 했던 입시생 시절에는 나 자신을 다잡고 채찍질하는 겸손함을 배웠던 것 같아요. 지금, 그리고 앞으로 제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밑거름이 된 시간들이었어요.”
대학생이 된 후 그는 마음먹은 일에 거침없이 도전했다. 가판에서 직접 만든 가방이나 액세서리를 팔아보기도 하고 영국에서 유학 중인 누나를 도와 숙박업을 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내 학생 벼룩시장을 기획해 학생들이 각자 쓰지 않는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순탄치 않은 사춘기를 보냈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솔직하게 제 자신을 드러냈던 시기였어요. 힘든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경험해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그게 공부가 됐든, 운동이 됐든, 혹은 다른 것이든. 정말 좋으면 해보세요. 이왕 하는 거 자신감을 가지고요. 생각만 하면 소용없어요. 불안과 혼란 속에 숨겨진 가능성들을 직접 부딪쳐 체득했다면 누구보다 값진 사춘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내년에 직업전문학교인 한국폴리텍대학 봉제과 12학번이 된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다. 학교 공부에만 매어 있는 아이들에게 보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교육 콘텐츠 사업도 구상 중이다. “방황하는 아이 때문에 고민하시는 엄마들이 많으실 거예요. 한발짝 물러서서 아이를 한번만 믿어달라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거든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