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SOS "누가 우리 아이 좀 말려줘요~"
아이를 착하고 바르게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바람. 하지만 아이가 삐뚤거나 그르게 행동할 때면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긴 해야겠는데 방법을 몰라 속만 끓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레이디경향」의 문을 두드리자. ‘육아 박사’ 손석한 선생님이 엄마들의 육아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줄 것이다.
Q 단 음식만 먹어요
직장 다니느라 바쁜 딸을 대신해 다섯 살짜리 외손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집안의 첫 손자이다 보니 마냥 예쁘기만 하고, 아이가 원하는 건 대부분 들어주려고 하는 편이지요. 그런데 요즘 들어 걱정이 생겼습니다. 손자가 단 음식만 너무 좋아해서 큰일이에요. 사탕, 설탕, 초콜릿 등 단것이라면 무조건 닥치는 대로 먹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못 먹게 혼낼 수도 없고,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김현숙(서울 성북구)
A 아이들이 단 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입니다. 입에서 살살 녹기 때문에 씹어야 하는 노력 없이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맛에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가 단맛에 중독되면 계속적으로 단 음식만 찾을뿐더러 못 먹게 되면 불안, 짜증, 공격성, 주의 산만 등의 금단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단 음식의 섭취량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일단 배가 고플 때는 단것을 주지 마세요. 밥이나 고기, 채소 등의 음식을 제공해서 포만감을 느끼게 한 다음에 후식 형태로 단 음식을 주세요. 단맛의 음식은 포만감보다는 쾌감을 준다는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단 음식으로 포만감을 느끼려면 엄청난 양의 설탕을 섭취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리고 아이들 눈앞에서 단 음식을 치우는 것이 좋습니다. 단 음식이 보이는 상태에서 먹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단 음식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합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집 안에서 단것을 치우세요. 처음 며칠간은 저항이 심하겠지만 아이를 위해서 내려야 할 조치입니다. 만약 단것 먹기를 계속 고집한다면, 집에서 외출한 뒤 가급적 집 밖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 사탕을 하나 사주는 식으로 제공해주세요. 단것을 먹으려면 상당한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셈이지요.
Q 결벽증이 걱정돼요
이제 겨우 네 살밖에 안 된 딸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깔끔을 떨어요. 손에 과자 부스러기, 크레파스, 종잇조각 등 뭐든지 닿기만 하면 손 냄새를 맡으며 킁킁거리다가 곧바로 화장실에 가서 씻어요. 짜증을 내면서 휴지로 열심히 닦기도 하고요. 물론 일상 속에서 청결을 유지하는 자세는 칭찬해줘야 할 일이지만 제 딸은 너무 민감한 것 같아 걱정이에요. 살짝 결벽증 증상도 보이는 것 같고요. 이러한 행동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조수인(서울 동대문구)
A 아이가 가벼운 더러움을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내거나 불안을 느끼는 것이 문제입니다. 위생적으로 청결하게 생활하는 것 자체를 나무라거나 교정시켜줄 필요는 없지요. 결국 아이의 불안감이나 심리적 불편에 대해서 엄마가 안심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럴 때는 “손에 뭐가 묻어도 돼. 나중에 씻어도 괜찮아”라고 먼저 말해주세요. 혹시 아주 어릴 적부터 부모가 지나치게 청결을 강조한 교육을 시키지는 않았는지도 살펴보시고요. 더러움에 대한 혐오감을 크게 표현한 것이 아이의 뇌리에 박혔을 수도 있으니까요. 기질적인 예민함도 한몫합니다. 이는 주로 감각의 문제입니다. 즉 더러움보다는 이물질이 주는 느낌이 이상하거나 싫어서 아이가 자지러지는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아이의 깔끔하게 구는 행동에 대해서 나무라거나 비난하는 대신에 안심을 시키거나 혐오감을 덜 느끼게끔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이야 상관없지만 좀 더 자라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친구들에게 이상하고 독특하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중고생이 되어서는 비난이나 놀림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어떠한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자신의 깔끔함을 숨기고, 집에 와서 대대적인 소독이나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을 하고는 합니다. 친구들의 다소 불결한 행동에 대해서 아이가 견디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청결에 신경 쓰는 행동은 친구들과의 관계라는 사회성 영역의 발달에 방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다른 사람이 사용했던 컵을 그대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손에 뭐가 묻어도 그대로 놓아두는 등 아이에게 본보기 학습을 시키세요.
Q 공격적인 그림만 그려요
여섯 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평소 부모 말도 잘 듣고 매우 온순한 아들이지요. 그런데 요즘 아이의 그림을 볼 때면 가끔 섬뜩한 기분이 들 정도로 놀라기 일쑤랍니다. 그림 속에는 항상 칼, 총 등의 무기가 등장하고 심지어 사람이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모습을 너무 생생하게 묘사해놓거든요. TV나 만화에서 봤던 장면이 떠올라 그대로 그렸다고 하는데, 엄마인 저는 아이가 자칫 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될까봐 괜스레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유정미(대전 동구)
A 아이가 최근에 TV나 만화에서 봤던 내용을 그대로 옮겨 그린 것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장면 중에서 공격적인 장면을 더 많이 기억하거나 인상 깊게 작용했다는 점이 염려되지요. 아이는 그러한 장면에 겁을 먹었거나 불안해서 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안을 나름 방어하기 위해서 오히려 과격한 그림을 그릴 수 있고요. 이와 같은 현상을 ‘역(逆)공포적 방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아이에게 공격적인 장면의 TV나 만화를 못 보게 해야 합니다. 반대로 TV 장면과 상관없이 자신의 공격성을 그림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소 걱정되는 부분이지요. 하지만 그림으로 공격성을 표현해서 오히려 다행인 측면도 있습니다. 직접적인 폭력적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그림이나 놀이의 형태로 드러내는 것이 보다 더 건강하니까요. 부모는 아이의 그림 내용이 덜 공격적이거나 보다 건설적으로 바뀌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그림의 내용을 부모가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평소 자신의 분노나 화를 적절하게 말로 표현하게 해보세요. 그러면 점차 그림의 내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분노나 화가 마음속에 쌓이지 않을 테니까요. 또 엄마가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점진적으로 다른 내용을 그려볼 것을 제안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아이의 그림 내용 자체를 나무라거나 비난하지는 마세요.
Q 친구들한테 맞고 와요
다섯 살 아들이 또래보다 덩치가 좀 작은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가끔은 여기저기 맞고 와서는 펑펑 울기까지 해요. 친구들에게 “싫다”, “때리지 말라”라는 의사 표현도 못하고요. 엄마인 저로서는 정말 마음이 찢어지는 일이지요.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여러 차례 부탁을 해보기도 하고, 아들을 때린 아이의 부모에게 전화해 화를 내기도 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는 듯해요. 제 아들 스스로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아들이 좀 더 용기를 갖고 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언 부탁드립니다. 최수진(경기 안산)
A 친구들에게 맞을 때 보통의 아이 같으면 대항적인 행동을 하지요. 함께 때리거나 크게 화를 내곤 합니다. 그러나 어떤 아이들은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이 큰 나머지 대항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제부터 엄마가 아이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도 친구들을 때릴 수 있어. 먼저 때리는 것은 안 되지만, 맞은 다음에는 너도 친구들을 때려도 돼. 그러면 그 친구가 다시 너를 때리지 않을 거야”라고 설명해주세요. 집에서 역할 연기를 하면서 엄마가 친구처럼 연기도 해보시고, 아이에게 직접 대응하는 연습도 시켜보세요. 다만, 친구들에게 맞고만 왔다고 아이를 바보처럼 여긴다거나 비난하는 태도는 아이를 더욱 위축시켜서 자신감마저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삼가세요. 또 한 가지 가능성은 아이 스스로 착한 아이처럼 비쳐지기를 바라는 성향 때문입니다. 즉 어떠한 경우에도 남을 때리는 행동은 나쁘기 때문에 자신은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제부터 엄마는 아이를 덜 착하게 키우려는 노력을 하세요. 착한 것은 좋지만 때로는 손해를 볼 수 있음도 가르쳐주시고요. 그리고 가만히 맞고만 있는 것은 결코 착한 행동이 아니라고 설명해주세요. 오히려 가만히 있지 않고 때리는 친구의 못된 행동을 고쳐주는 것이야말로 더 착하고 좋은 행동임을 가르쳐주세요. 물론 아이 스스로의 변화와 더불어 더 이상 아이가 학교에서 친 구들로부터 맞지 않도록 부모와 교사의 개입도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 육아 고민, 「레이디경향」에 맡겨주세요
「레이디경향」은 이 세상 모든 엄마와 함께합니다.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산만한 아이, 자기 마음에 차지 않으면 폭력부터 휘두르는 아이, 장난감을 사달라며 가게 한복판에서 발버둥을 치며 우는 아이 등 그간 말 못했던 엄마들의 육아 고민을 애독자 엽서 혹은 메일(kkulbong@kyunghyang.com)로 보내주세요. 정성스럽고 속 시원한 답변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손석한 선생님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긴급출동 SOS’, EBS ‘육아일기’, 육아방송 ‘손석한 박사의 1mm 육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 솔루션’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에서 자문을 맡거나 고정 출연하며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빛나는 아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 혁명」 등이 있다.
■기획&진행 / 윤현진 기자 ■도움말 / 손석한(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사진 제공 / 케이엠스타&탑차일드 ■모델 / 김가영,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