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골수’ 아닌 ‘멀티 영재’ 육성하는 장크트 아프라 학교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문화기행

‘외골수’ 아닌 ‘멀티 영재’ 육성하는 장크트 아프라 학교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느 한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을 갖춘 아이를 영재로 분류해 교육한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 방식은 자신이 잘하는 한 가지에만 집중한 나머지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조직 내에서의 사회성이나 인성적·도덕적 소양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독일의 장크트 아프라 학교는 조금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문화기행]‘외골수’ 아닌 ‘멀티 영재’ 육성하는 장크트 아프라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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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크트 아프라 학교는 약 300명의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기숙사형 중·고등학교예요. 해마다 50여 명의 신입생이 입학을 하는데 높은 지적 능력, 적극적인 참여 동기, 창의력을 지닌 영재들이 모이는 특수학교이지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재의 기준은 어느 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라 생각하지만 장크트 아프라 학교가 육성하는 영재는 개인의 뛰어난 역량을 자신이 맞닥뜨린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도 지속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조직적·사회적 능력까지 두루 갖춘 학생 들 이에요.

2 장크트 아프라 학교에서는 각 학년에 맞춰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기본적으로 실시하되 음악, 언어, 사회, 수학, 과학, 미술 과목과 제4 외국어의 심화수업이 추가돼요. 모든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최소한 세 가지 언어를 배워야 하고요. 합창, 실내악 오케스트라, 연극활동 등은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수강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요. 국립학교이지만 기숙사 비용은 개인이 지불해야 해요. 학교가 위치한 작센주 출신의 학생은 35만원, 그 밖에 독일의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은 60만원 정도를 낸다고 하네요. 하지만 부모의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장학금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고, 학교와 연계된 정부 산하기관과 여러 재단에서도 보조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학생이 상당수예요.

3 장크트 아프라 학교의 가장 좋은 점은 학습 과정에 필요한 협동과 능력 개발을 위한 자유공간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제공한다는 거예요. 기숙사형 학교는 학생들이 서로의 재능과 관심에 따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척 많거든요. 인간적인 상호 연대를 통한 인성교육 역시 이 학교의 자랑이죠. 학생들의 개별적인 재능을 지원하는 동시에 학습 공동체와 생활 공동체를 만들어 조직 내에서 그들이 얼마나 잘 해내는지를 높이 평가하지요. 학습 공동체는 과목 연계 및 통합을 실시한 다음 학생들이 직접 돌아가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생활 공동체는 기숙사에서 다 같이 숙식하는 데 서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없도록 각자의 역할을 나눠서 수행하도록 하는 거예요.

4 대학 수업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얼리 스터디(Early Study)’ 과정도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얼리 스터디’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독일 전역의 대학 수업을 한 학기 동안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학교마다 개설 과목과 허가 조건이 다르지만 이미 10년 넘게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대학을 선택해 수업을 듣는 일이 그리 까다롭지는 않아요. 학교 측의 추천서와 성적표를 제출한 뒤 입학 담당자 및 교수와 상담을 해서 허락을 받으면 되거든요. 대학 수업을 듣는 동안 학생이 원할 경우 일반 대학생들과 똑같이 시험에도 응시할 수 있어요. 그 점수는 훗날 해당 대학에 입학지원서를 냈을 때 가산점으로 적용받을 수 있고요.

5 장크트 아프라 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학생들이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심화·발전시킬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도한다는 점이에요. 대학생들이 전공 과목에 몰두하는 것처럼 이곳의 학생들은 8학년, 즉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자신의 연구 과제를 스스로 정한 뒤 그에 대한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해요. 자신의 재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다면 어느 분야를 선택하든 상관없어요.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인문계, 자연계, 예술, 그 밖의 특정 분야에 따라 애초부터 학교를 분류하고 비슷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한 학교에서 가르치는 데 반해 장크트 아프라 학교는 일단 영재들을 선발한 다음 각자의 재능에 따라 수업을 보충·심화하는 식이죠. 어느 방법이 더 옳다고 볼 수는 없을 테고요. 아이들이 훗날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중·고등학교 시절의 가르침을 토대로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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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신원 오혜림(28)
www.twitter.com/LeipzigBegabung
600년 역사를 지닌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4년째 영재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유학생이다. 괴테, 바흐를 비롯해 총리 앙겔라 메르켈까지 독일 출신의 여러 유명 인사들이 그녀의 대학 선배다. 1년 내내 오케스트라, 오페라, 연극 공연과 미술 전시회, 책 박람회가 열린다는 독일 최고의 예술 도시 라이프치히. 그곳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그녀와 트위터 친구가 되어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독일 문화 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획&정리 / 윤현진 기자(www.twitter.com/kkulbong) ■글&사진 / 오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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