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타국에서 유학생으로 사는 어려움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문화기행

머나먼 타국에서 유학생으로 사는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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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학교육은 6학기 학사 과정과 4학기 석사 과정으로 이뤄져 있어서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공부를 마칠 수 있다. 그럼에도 통계적으로 봤을 때 독일 유학생들 중에는 공부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무려 절반이나 된다고 한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힘들게 했던 걸까? 독일 내 유학생들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문화기행]머나먼 타국에서 유학생으로 사는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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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 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자신이 정한 연구 주제와 관련된 리포트 작성을 무척 잘해요. 그래서 리포트 작성을 한 번도 해보지 않고 대학을 졸업한 후 독일에 온 외국 유학생들이 그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려면 애를 많이 먹기 때문에 졸업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것도 모르고 저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시험을 치르는 것보다 오히려 리포트를 쓰는 것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1학기 중간고사에서 시험 대신 리포트 제출을 선택했지 뭐예요(웃음). 중·고등학생 시절 암기 위주의 객관식 문제 풀이에만 익숙했는데, 여기 와서는 처음부터 스스로 주제를 정해서 그것과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발표한 내용들을 정리해 하나의 결론을 내려 리포트를 완성하려니까 여러모로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익숙하지 않은 독일어로 그 모든 과정을 처리해야 하니 산 넘어 산이었죠.

2 그렇다고 해서 리포트에 비해 시험이 그리 쉬운 것도 아니에요. 주어진 시간 내에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답을 서술해야 하니 유학생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죠. 교수님의 강연 수업을 듣고 유학생 혼자서 시험 준비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에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들을 독일어로 그대로 받아 적으면서 수업을 듣는 게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래서 유학생들은 독일 친구들이 필기해놓은 노트를 빌려 복사를 하고는 해요. 그럼에도 필기체로 작성된 부분은 좀처럼 알아보기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일일이 해석까지 해야 하는 고된 작업을 거쳐야만 한답니다. 독일어를 모르고 독일에 산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유학생들을 위해서 일부 대학교의 외국인 유학생 협력처에서는 학습 자료를 얻는 방법부터 복사하는 장소, 도서관 이용법 등의 기초 독일어 수업이나 프로그램을 개설해두었다고 해요.

3 물론 모든 유학생들이 반드시 독일어로만 수업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독일 내 대학교들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과정이 꽤 개설되어 있어요. 특히 MBA나 경영, 국제 관계, 국제법 관련 분야에는 영어로 수강할 수 있는 특별 과정이 많고요. 이 과정에는 독일 학생들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장학금을 받고 오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비율이 비교적 높아요. 그렇지만 이러한 과정의 학비는 꽤 비싼 편이에요. 예를 들어 함부르크 대학의 석사 과정인 ‘법과 경제’의 한 학기 학비는 유럽인들에게는 4,500유로(약 662만원), 유럽 외의 학생들에게는 8,500유로(약 1,250만원)를 받고 있다고 하네요.

4 학업 자금을 마련하고 용돈을 충당하는 것도 유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에요. 통계적으로 독일 내 유학생들은 한 달 생활비로 800유로(약 120만원) 정도를 지출해요. 제게 개인적으로 유학 비용을 물어보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그건 독일 내에서도 지역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뭐라고 딱 정해서 답해드리기가 어려워요. 제가 살고 있는 라이프치히는 주로 학생들이 많은 도시이기 때문에 집세를 비롯한 물가가 무척 싸고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학비가 안 들어요. 이 때문에 유학생들이 라이프치히를 많이 선택하죠. 하지만 부모님의 도움 없이 홀로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이 정도도 꽤 부담이 돼요.

5 그래서 저도 예전에 아르바이트로 대학교 행정 일을 돕고 식당에서 일을 했어요. 유학생 비자를 가지고 1년에 90일 혹은 하루 반나절의 시간으로 180일의 노동을 할 수 있거든요.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게 결코 만만치 않지만 지금의 땀과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 믿기 때문에 저는 오늘도 이곳 라이프치히에서 학업에 매진하며 꿈을 키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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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신원 오혜림(28)
www.twitter.com/LeipzigBegabung

600년 역사를 지닌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4년째 영재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유학생이다. 괴테, 바흐를 비롯해 총리 앙겔라 메르켈까지 독일 출신의 여러 유명 인사들이 그녀의 대학 선배다. 1년 내내 오케스트라, 오페라, 연극 공연과 미술 전시회, 책 박람회가 열린다는 독일 최고의 예술 도시 라이프치히. 그곳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그녀와 트위터 친구가 되어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독일 문화 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획&정리 / 윤현진 기자(www.twitter.com/kkulbong) ■글 / 오혜림 ■사진 / 오혜림,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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