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의 산실, 라이프치히 자유학교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 문화 기행

대안교육의 산실, 라이프치히 자유학교

댓글 공유하기
라이프치히 자유학교는 1학년에서 10학년까지 초·중·고 학력이 모두 인정되는 대안학교이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학교다.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주변 공립학교에서 일부 과목을 따로 수강해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다행히 학교에서 그러한 부분까지 모두 지원해주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완전한 자유 속에서 무한한 꿈을 실현시키는 셈이다.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 문화 기행]대안교육의 산실, 라이프치히 자유학교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 문화 기행]대안교육의 산실, 라이프치히 자유학교

1 제가 독일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교 학부 시절에 교육철학 수업을 받으며 처음 알게 된 대안학교 때문이었어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학교처럼 기존 공교육의 대안을 제안하며 세워진 학교 중 하나가 라이프치히 자유학교인데 정부가 재정적으로 절반 정도를 지원해주고 있어요. 나머지 절반은 학생들이 내는 학비와 여러 장학재단으로부터 받는 지원금으로 운영되고요. 우리나라의 자율형 사립학교와 비교했을 때 이곳의 수업료는 그야말로 간식비 정도예요. 그만큼 저렴하다는 뜻이지요. 마침 지난주에 교육 관련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라이프치히 자유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책으로만 접했던 대안교육의 이론을 현실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답니다.

2 학교 이름에서 풍기듯이 라이프치히 자유학교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최상위 가치로 여기고 그러한 이념을 교육으로 실천하고 있어요. 학교를 둘러보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교실 환경이었는데 빽빽한 책상과 의자, 교탁, 칠판, 그 옆의 작은 복도 등은 과거 제가 한국에서 다녔던 학교 구조와 거의 비슷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교실에 소파가 있다는 거였어요. 이는 라이프치히 자유학교의 교육철학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죠. 교실에 소파를 놓은 이유는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 싫을 때 언제든지 거기에 앉아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라고요. 독특하죠?

3 그뿐만이 아니에요. 라이프치히 자유학교에는 수업 시간표, 성적표, 시험 등이 존재하지 않아요. 그에 대해서 선생님, 학생, 학부모 간에 일절 언급이 이뤄지지도 않고요. 하지만 아예 시험 자체가 없는 건 아니에요. 시험을 보더라도 점수를 매기지 않을 뿐이지요. 라이프치히 자유학교의 교과과정은 일반 국립학교에서 진행하는 것의 절반만을 따르고 있다고 해요. 그조차도 오로지 학생의 선택에 의해 개설되고, 수업 역시 교사의 재량에 따라 자유롭게 조절이 가능하고요. 학교를 탐방하면서 만난 14세 소녀 다니엘라에게 어떤 수업을 받는지 물었더니 자신이 선택한 프로젝트 위주로 구성했다고 하더라고요. 대부분의 교과목에 관심이 있지만 리포트 작성만큼은 피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고 해요. 참 자유롭지요?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한 저로서는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에요(웃음).

4 라이프치히 자유학교는 어떤 규율로도 아이들을 규제하지 않아요. 다만 ‘우리는 예의 바르고 공손한 학생이다’라는 원칙을 통해 그들이 자발적으로 바른 생활을 실천하도록 하지요. 예를 들어 수업 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학생 스스로 교실 밖으로 나가 통화함으로써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 서로에 대한 암묵적인 규칙을 준수한다고 해요. 게다가 라이프치히 자유학교 학생들은 선생님을 친구처럼 여긴대요. 함께 요리를 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관계, 공경의 대상이 아닌 공동체 집단 내에서의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고요.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이 선생님을 무시한다거나 비행을 일삼는 등의 일은 거의 없대요.

5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처럼 아이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자율적으로 교육하는 환경은 일반 학교에 비해 학교와 학부모의 관계를 더 끈끈하게 이어준다고 해요. 과연 무엇이 우리 아이를 더 올바르고 현명하게 성장하도록 만드는 길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안교육도 지금보다 더 발전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 문화 기행]대안교육의 산실, 라이프치히 자유학교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 문화 기행]대안교육의 산실, 라이프치히 자유학교

독일 통신원 오혜림(28)
www.twitter.com/LeipzigBegabung

600년 역사를 지닌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4년째 영재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유학생이다. 괴테, 바흐를 비롯해 총리 앙겔라 메르켈까지 독일 출신의 여러 유명 인사들이 그녀의 대학 선배다. 1년 내내 오케스트라, 오페라, 연극 공연과 미술 전시회, 책 박람회가 열린다는 독일 최고의 예술 도시 라이프치히. 그곳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그녀와 트위터 친구가 되어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독일 문화 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획&정리 / 윤현진 기자(www.twitter.com/kkulbong) ■글&사진 / 오혜림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