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누가 우리 아이 좀 말려줘요~”
착하고 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바람. 하지만 아이가 삐뚤거나 그르게 행동할 때면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긴 해야겠는데 방법을 몰라 속만 끓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레이디경향」의 문을 두드리자. ‘육아 박사’ 손석한 선생님이 엄마들의 육아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줄 것이다.
Q 열세 살짜리 딸아이에게 도벽이 있습니다
제 지갑에서 몰래 돈을 꺼내 세 번 정도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따끔하게 혼을 내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받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또 집에 있던 저금통에서 돈을 조금씩 빼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한때 그러다가 말겠지’ 하고 넘어가기에는 걱정이 돼서 이렇게 문의를 드립니다. 집에서 어떻게 아이를 타일러야 하나요? 아니면 전문 상담 기관에 데리고 가야 하나요? 또 이런 상담을 받고 싶으면 어떤 기관을 찾아가야 하나요? 홍미란(서울 은평구)
A 도벽 행동이 지속되는 아이는 정서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 혹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불만족스럽게 여기는 아이는 도벽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심리적 동기를 갖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음으로써 만족감을 느끼려고 하지요. 그 밖에 충동과 욕구 조절이 어려운 아이, 부모가 지나치게 아이의 돈 사용을 금지시키는 경우, 단순한 호기심이나 영웅심 등도 도벽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대개 부모들은 도둑질한 아이의 행동을 확인하는 순간 또는 의심하는 순간부터 호되게 야단을 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원인을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게 가족과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깊은 대화를 나누세요. 그리고 아이가 다시 도벽의 충동에 빠지지 않도록 지갑을 눈에 띄지 않게 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아이에게도 매일 혹은 매주 단위로 용돈을 주어가면서 스스로 용돈 사용 내역을 쓰게 해보세요.
야단을 칠 때 감정적으로 심하게 꾸짖지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비디오 시청 금지 등 불이익을 준다든지 그러한 행동은 부모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타이르며 잘못을 교정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가(소아정신과 혹은 아동상담소)를 찾아가서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습니다. 만일 도벽 외에 동반되는 문제(학습 부진, 거짓말, 공격적 행동, 과잉 행동 등)가 있을 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및 치료가 필요합니다.
Q 아들이 겁이 많아요
지금 아들이 일곱 살입니다. 아들이 겁이 많은 건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어릴 때부터 소리에 민감하고, 특히 무서운 남자를 보면 자주 울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을 보면 기겁을 하고 울면서 얼굴도 하얗게 질립니다. 길거리에 있는 동물들 때문에 놀이터에 혼자 나가서 노는 것도 싫어할 정도입니다. 또 몇 달 전에는 또래 남자아이가 뭐라고 험한 말을 했는지, 그 남자아이를 보고는 또 기겁을 하며 집으로 들어가자고 합니다. 이럴 경우 부모가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나중에 왕따라도 당할까 걱정이 됩니다. 정수진(전북 전주시)
A 어릴 때부터의 모습으로 미루어볼 때 아이는 기질적으로 ‘불안 성향이 높고, 겁이 많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질적 성향을 바꾸는 데는 부모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아이를 ‘안심시키는 것’입니다. 즉 아이가 겁을 내거나 불안감을 느낄 때면 엄마가 언제나 한결같이 아이를 안심시켜주세요. 예컨대 “저 개(혹은 고양이)는 위험하지 않아”라는 말로 동물에 대한 공포심을 줄여주고, “저 아이가 네게 나쁘게 했지? 또 그러면 엄마가 야단쳐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는 말로 친구에 대한 두려움도 없애주세요.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를 강하게 키운다는 목적으로 일부러 두려워하는 대상에 억지로 노출시키거나 ‘네가 친구를 이겨보라’라는 요구를 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은 아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뿐더러 부모님의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면 자기 실망까지 더해집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아이를 안심시키면서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과제에 서서히 도전해보도록 하십시오. “엄마와 함께 저 개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해볼까?”라는 말로 도망치지 않고 지켜보게 하세요.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 스스로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엄마의 응원과 격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아이를 바보나 겁쟁이 취급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반응입니다.
Q 딸이 친구를 자꾸 할퀴네요
네 살 된 딸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보다 몸은 큰 편인데, 말이 좀 늦은 편입니다. 지난해에 대사 질환이 있어 2, 3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도 간질 억제 약을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력 등 인지 저하는 보이지 않아요. 그동안 할머니가 돌보다가 최근에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다른 아이들 얼굴을 자주 할퀴네요. 집에 돌아와서는 “그러면 안 된다”라고 주의를 주는데, 당시에만 “네”라고 대답할 뿐 좀처럼 나아지지가 않아요. 친구들 얼굴을 할퀴고 까칠하게 구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박미현(인천 동구)
A 아이의 체격이 또래보다 크다는 것은 신체적 발달이 빠르지만, 반면에 말이 좀 늦는다는 점으로 볼 때 언어를 포함한 정신적 발달은 다소 늦어지는 셈이지요. 이와 같이 신체적 발달과 언어적 발달 간의 불균형 상태에 놓인 아이는 행동이 크거나 과격해지기 쉽습니다.
아이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고, 아이 자신의 이미지도 부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으므로 반복적인 주의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아이가 친구들의 얼굴을 할퀴지 않고 돌아오는 날에는 반드시 ‘칭찬과 보상’을 제공하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직후에 매번 점검을 하셔야 하겠지요.
친구 몇 명을 집에 초대해 아이가 친구들과 노는 모습, 어울리는 과정, 의사소통하는 방식 등을 관찰해보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 아이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가령 아이가 친구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의 여부, 친구들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지의 여부, 장난으로 친구들에게 신체적인 접촉을 시도하는지의 여부 등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훈련도 시켜보세요. 집에서 친구들과의 우정을 담은 그림책을 보여주며 수시로 아이에게 느낀 점을 말로 표현하게끔 해보세요. 언어적인 발달이 보다 더 잘 이루어지면 자연스레 아이의 문제 행동은 사라질 것입니다.
Q 몸으로 뛰어놀기를 심하게 해요
열한 살짜리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는 너무 겁이 없어요. 원래 그 또래 남자아이들이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활발한 경우가 많다고는 하지만, 저희 아이는 특히 심한 것 같아요. 자신의 키보다 높은 곳에서 겁 없이 뛰어내리는 것은 물론, 경사가 급한 계단도 뛰어서 내려가요. 한번은 한쪽 면이 낭떠러지인 계단을 난간으로 기어서 올라가는데,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혼내도 전혀 소용이 없더라고요. 아직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아이의 이런 행동 때문에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합니다. 몸으로 뛰어놀기 좋아하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혜영(경기 포천시)
A 11세의 나이인데도 아직 뛰어놀기를 좋아하고 겁이 없다는 점은 우려되는 사항입니다. 우선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큽니다. 특히 아이가 신체적으로 활발한데다가 몸 움직임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면 사고 가능성은 더욱 커집니다. 아이는 자신의 특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엄마가 아무리 제지해도 자신의 뜻대로 위험한 계단 난간을 무사히 올라갔다는 데 대해 아이는 마치 자신이 불사조나 초능력자가 된 것 같은 우쭐함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함께 나서서 평소 아이의 위험한 행동에 대한 주의와 제지에 힘써야 합니다. 몸으로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아이의 특성을 반영해 체육 활동을 많이 시키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넘치는 신체적 에너지를 체육을 통해 발산시키고, 실질적으로 근력과 균형 감각을 키울 수 있으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신체적 활동이 부모의 제지나 상황적 요구에도 잘 멈춰지지 않는다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몸을 지나치게 많이 움직이는 ‘과잉행동 증상’ 외에 호기심이나 모험심에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충동성 증상’이 의심되지요.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서 선생님에게 여쭤보시고, 선생님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계시다면 ADHD가 더욱 의심됩니다. 이 경우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 병의원을 찾아서 상담 및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 육아 고민, 「레이디경향」에 맡겨주세요
「레이디경향」은 이 세상 모든 엄마와 함께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육아고민을 애독자 엽서 혹은 이메일(min7765@hanmail.net)로 보내주세요. 정성스럽고 속 시원한 답변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손석한 선생님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긴급출동 SOS’, EBS ‘육아일기’, 육아방송 ‘손석한 박사의 1mm 육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 솔루션’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에서 자문을 맡거나 고정 출연하며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빛나는 아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 혁명」 등이 있다.
■기획&진행 / 김민주 기자 ■도움말 / 손석한(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사진 제공 / 케이엠스타&탑차일드 ■모델 / 김민서, 김현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