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물, 육아 일기 365일

하나맘의 도쿄 육아 일기

최고의 선물, 육아 일기 36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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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자식을 향한 엄마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은 매한가지다. 어떻게 하면 내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국경을 초월한다. 하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도쿄에 사는 김민정 주부가 전하는 일본의 육아 문화, 이달에는 사랑하는 아이를 위한 최고의 선물인 육아 일기를 살짝 엿보려 한다.

[하나맘의 도쿄 육아 일기]최고의 선물, 육아 일기 365일

[하나맘의 도쿄 육아 일기]최고의 선물, 육아 일기 365일

1 독자 여러분은 육아 일기를 쓰시나요? 하나가 태어나자마자 일본 병원에선 얇은 다이어리를 하나 선물해줬습니다. 매 시간이 표기된 다이어리에 아이가 모유 혹은 분유를 먹은 시간과 양, 그리고 배변 시간을 적으라면서요. 그게 제 육아 일기의 시작이었어요. 출산 후 호르몬 분비로 왠지 우울하고 서럽고 눈물도 났는데, 그런 감상들과는 별도로 병원에서 준 육아 일기장은 오로지 아이의 생활 패턴에만 맞춰져 있었어요. 시시각각 변하는 기분도 기분이었지만, 언제 먹고 언제 배변했는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벅차던지. 더불어 먹고 배변하는 게 인간 최초의 욕구이자, 평생의 과제란 사실을 엄마가 되고 처음 알았답니다.

2 본격적인 육아 일기는 하나가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 시작됐어요. ‘어린이집 연락장’에 하나가 몇 시에 뭘 먹고, 언제 배변을 했는지, 언제 잠을 자고 언제 일어났는지를 상세히 기록하고 건강 상태며 성장 과정, 그날그날 했던 놀이 등도 적어서 제출해야 했어요. 교사들도 하나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상세히 적어줬고요. ‘어린이집 연락장’은 말하자면 교사와 엄마 간의 교환 일기인 셈이죠. 혼자 쓰는 일기가 아니다 보니 더 애착이 가고 질리지도 않고요. 교사에게 하나 얘기를 조금이라도 더 해주고 싶고, 또 연락장을 통해 하나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자세한 것들을 알게 됩니다.

3 2011년 8월 19일(금) 옥수수 껍질 벗기기를 했습니다. 처음엔 옥수수수염을 만지지 않더니 주변 친구들이 껍질을 벗기기 시작하자, 하나도 같이 벗겼습니다. 노란 알갱이가 나오자 하나가 “앗!” 하며 귀여운 목소리를 냈습니다. (교사 엔조지) 2011년 10월 24일(월) 일요일엔 성당 미사가 끝나고 하라주쿠를 산책했습니다. 어린이 용품을 보고는 유모차에서 내려서 이것저것 만지고 즐거워했습니다. 저녁엔 콩나물을 같이 무치고, 부침가루에 건더기를 넣어 함께 젓기도 했습니다. 콧물이 또 나오기 시작했지만 열은 없고 건강합니다. (하나 엄마)
이런 식으로 매일 쓴 일기가 벌써 365장째를 넘었습니다. 그 365일의 하나가 모두 사랑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시시콜콜한 일상이 왠지 아름답게 빛나는 느낌도 들고요.

4 작년 365일분의 연락장을 하나로 모으니 높이가 15cm는 되나 봐요. 1년 동안 엄마와 어린이집 교사가 함께 써온 연락장. 한 장 한 장 넘겨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네요. 작년 4월 11일 어린이집에 첫 등원하던 날, 교사는 “부모님이 가시고 울었는데, 안 보이자 눈물을 멈추고 정원에서 흙을 만지고 놀았습니다”라고 적었고,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인 19일에 저는 “어린이집에 익숙해졌는지 요즘은 집에 갈 때 유모차에서 울지 않아요”라고 썼네요. 하나가 스무 살이 됐을 때, 지금까지 써온 육아 일기와 앞으로 써갈 육아 일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하나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때쯤 이 육아 일기를 선물할 계획입니다. 두근두근…. 벌써부터 그날이 기대됩니다. 저 볼품없는 종이 뭉텅이가 하나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기를!

5 선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실은 얼마 전에 결혼기념일이자 제 생일을 맞이했어요. 결혼 6주년과 생일을 기념해 결혼 피로연을 했던 추억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하나를 데리고 장장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프랑스 요리를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샴페인도 마시고 칼로리가 높은 프랑스 요리를 즐겼죠. 남편과 교제를 했던 4년, 그리고 결혼 5주년까지 남편은 매년 주얼리나 가방을 선물해줬어요. 그런데 올해 선물은 블루레이 디스크였답니다. ‘무슨 선물이 그래?’ 온 가족이 쓰는 가전제품을 결혼기념일에 선물하다니, 처음엔 좀 섭섭했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그럴듯하더라고요. 어차피 집에 없어서 필요했던 물건이거든요. 결혼하고 6년이 지나니, 남편이 주는 선물은 그저 실생활에 유용한 게 최고다 싶어요. “생활에 필요한 것을 챙겨준 우리 남편, 고맙고 사랑해요! 여보, 더 많이 절약해서 하나 예쁘게 키우자고요!”

[하나맘의 도쿄 육아 일기]최고의 선물, 육아 일기 365일

[하나맘의 도쿄 육아 일기]최고의 선물, 육아 일기 365일

일본 통신원 김민정(35)
www.twitter.com/slowlifetokyo

일본인 남편과 결혼한 6년 차 주부로 딸 ‘하나(일본어로 꽃이란 뜻)’를 둔 초보 엄마다. 1992년 창창한 고교 시절 일본에서 생활해 게이오대학교 종합정책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에서 잡지사 기자, TV 방송의 한국어 통역을 거쳐 현재는 도쿄 외국어대학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 박사 과정을 이수 중이다. 초보 엄마가 실제로 체험한 일본 육아, 아직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일본 문화가 궁금하다면 그녀의 트위터에 접속해보자.

■기획&정리 / 이연우 기자(www.twitter.com/chaconnegm) ■글&사진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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