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 문화 기행]대학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독일 시민들의 적극적인 자세
2 독일에도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학과 폐지 문제 때문에 저희 학교 학생들이 옆 도시인 드레스덴에 모여 데모를 했습니다. 라이프치히 대학 역시 학과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두 개의 학과 과정과 총 여섯 개 단과대학에서 정원을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학과 폐지의 대상은 ‘약학과’입니다. 그 대신 석사 과정으로 ‘비교문학’과 ‘민족학’이 독립적으로 개설됩니다. 약학과의 폐지는 20년 전부터 서서히 그 수순을 밟아왔습니다. 서독과 동독 통일 후 유럽 내 약사의 위치는 예전에 비해 많이 위축됐습니다. 거기에 라이프치히 근처에 있는 할레마틴루터 대학 내 약학과의 신입생 유치 경쟁 때문에 약학과 정원이 삭감됐었는데 결국 올 가을 학기부터는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3 라이프치히 대학 측은 2020년까지 총 170명의 정원을 축소하는 것이 정부의 대학 발전 정책 계획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과는 철학 단과대학으로 총 여섯 명의 정원이 삭감된다고 합니다. 이전에 비해 사회학과, 철학과, 경제학과, 수학과와 컴퓨터정보학과 그리고 역사, 예술, 동양학 등의 단과대학에서 본래 정원의 절반가량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비단 저희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재정 부족으로 인해 마르부르크(Marburg) 대학에서 이미 지난해 가을 학기부터 물리치료 석사 과정이 폐지됐으며 2016년까지 의과대 폐지가 결정된 상태입니다.
4 저는 ‘대학의 폐지 및 학과 통폐합’이 잘못됐다거나 무조건 반대해 광장으로 나가자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뤼벡(Lubeck) 대학 내 의과대 폐지를 둘러싼 ‘독일 시민들의 참여’를 전하고 싶습니다. 뤼벡 대학은 2012년 가을 학기부터 의과대학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진 속의 노란 물결을 이룬 사람들은 의과대 폐지 결정으로 직접적 피해를 보는 의대생들만이 아닙니다. 2010년 7월 8천여 명의 뤼벡시 시민들이 일제히 노란색의 드레스 코드에 맞춰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어린아이들부터 중·고등학생들, 평범한 직장인, 은퇴한 노인들, 또 시내 상점과 건물, 일반 집에도 노란 옷가지를 내걸어 반대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5 결론을 말하자면 뤼벡 시민들의 반대의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뤼벡시가 속한 주가 250억 유로의 부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매년 15억 유로가량의 지출이 필요한 의과대학을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이 같은 적극적 참여는 정치가와 여러 경제학자들이 교육을 정치적·경제적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의대생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강구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 문화 기행]대학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독일 시민들의 적극적인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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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역사를 지닌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4년째 영재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유학생이다. 괴테, 바흐를 비롯해 총리 앙겔라 메르켈까지 독일 출신의 여러 유명 인사들이 그녀의 대학 선배다. 1년 내내 오케스트라, 오페라, 연극 공연과 미술 전시회, 책 박람회가 열린다는 독일 최고의 예술 도시 라이프치히. 그곳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그녀와 트위터 친구가 되어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독일 문화 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획&정리 / 김민주 기자(www.twitter.com/min7765) ■글&사진 / 오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