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동물 대량 사육 현황과 문제점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문화기행

독일의 동물 대량 사육 현황과 문제점

댓글 공유하기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음식으로 먹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동물들이 대량 사육되면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런 사육이 어떠한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지 말이다. 독일의 대량 사육 실태를 보면서 우리의 육류 소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1 철제 우리 속에서 키워지는 닭들. 2 움직일 공간이 없는 돼지우리. 3 협소한 공간의 젖소 사육장.

1 철제 우리 속에서 키워지는 닭들. 2 움직일 공간이 없는 돼지우리. 3 협소한 공간의 젖소 사육장.

1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는 법정 스님의 ‘먹어서 죽는다’라는 글이 실려 있습니다. 당시 저는 교사로서 큰 위기의식 없이 글 한 편을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그 기억 때문에 독일에 와서 돼지, 소, 닭 사육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실제로 고기 소비량도 줄이게 됐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 연예인들이 동물 보호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독일에서는 학교 교육을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동물 사육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2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익히 잘 아시겠지만, 동물 사육의 끔찍함은 이미 잘 알려진 바입니다. 독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돼지를 우리에서 살이 찌도록 사육하는 과정에서 몸집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꼬리를 자르고 송곳니를 둥글게 갈아냅니다. 수컷의 경우 고기 냄새를 없애기 위해 마취 없이 거세를 하는 끔찍한 일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하나에서 보통 1천 마리가량의 칠면조와 닭이 사육되는데, 칠면조 역시 상처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리를 잘라버립니다.

3 젖소의 경우 평균 20년간 사람들에게 신선한 우유를 공급합니다. 하지만 현재 기술을 통해 젖을 짜내는 소의 경우는 신선한 우유를 공급하는 기간이 5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합니다. 닭의 사육은 더합니다. 철제 우리 속에 다섯 마리의 수탉이 10층 이상의 층으로 쌓인 상태로 사육됩니다. 닭장 내에서 모이, 물, 그리고 오물 처리가 완벽하게 자동화 처리되기에 경제적으로 사육할 수 있는 시설입니다. 하지만 식품의 질과 동물 보호 차원에서 독일에서는 2009년부터 금지된 사육 형태입니다.

4 이러한 동물 대량 사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환경 파괴’입니다. 농축된 사료, 질산염, 강철, 살균, 가축에게 사용된 약품 침전물이 수질과 공기를 오염시키는 문제는 이미 예상되는 바죠. 8만 마리 돼지의 배설량이 인간의 18만 명 분량과 맞먹는다니, 이 때문에 생기는 물과 토지의 오염이 상당합니다. 또 대량 사육되는 가축에게 유전자 조작 콩을 사료로 공급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5 현재 독일에서는 5%의 소, 3%의 닭, 그리고 1%의 돼지만이 친환경적으로 사육되고 있습니다. 친환경 사육에 대한 여러 까다로운 조건이 있지만 대략 화학 살충제, 화학 비료, 유전자 조작 기술 사용을 금하며 사육하는 방식입니다. 독일인들은 섭취하는 칼로리의 약 40%를 육류에서 보충하는데, 24% 수준을 유지하는 이탈리아인에 비하면 그 양이 많은 편입니다. 일주일 평균 600g에서 1.2kg의 육류를 섭취한다고 보면 됩니다. 현지 학자들은 이러한 독일인의 고기 소비량을 4분의 1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6 대량 사육의 폐해 가운데 식생활과 가장 밀접한 위험은 과다 투여라도하는 아스피린과 항생 물질입니다. 3만 마리의 병아리 가운데 한 마리가 병에 걸리면 곧바로 전체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며, 정해진 법률에 구색을 맞추기 위한 수의사들의 항생제 처방에 독일의 비판적 여론이 높습니다. 2005년 한 해에만 가축에게 투여된 항생제 양이 8백 톤가량이며, 정확한 통계 수치가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현재 그 수치는 훨씬 높을 것이라 일반적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항생제 투여의 목적은 비단 치료와 예방 목적뿐만 아니라 가축의 성장 속도를 촉진하는 데 있습니다. 항생제 투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다양한 정책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지금 동물 대량 사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은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문화기행]독일의 동물 대량 사육 현황과 문제점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문화기행]독일의 동물 대량 사육 현황과 문제점

독일 통신원 오혜림(28)
www.twitter.com/LeipzigBegabung

600년의 역사를 지닌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영재교육 석사 과정 졸업 후 현재 에어랑엔 뉘른베르크 대학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독일의 교육과 심리학 저변뿐만 아니라 문화·정치·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그녀와 트위터 친구가 되어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그녀가 경험한 생생한 독일의 삶과 풍경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기획&정리 / 김민주 기자(www.twitter.com/min7765) ■글&사진 / 오혜림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