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스캔들에 대응하는 독일의 자세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 문화 기행

정치인의 스캔들에 대응하는 독일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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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치인들의 스캔들을 자주 접하는 까닭에 관련 뉴스를 들어도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쉽게 용서를 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독일은 정치인의 스캔들에 어떻게 대응할까?

1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2 독일 집권 여당의 정치인 구텐베르크. 3 독일 제1야당 자유민주당의 유럽 대표의원 코흐메린. 4 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아네테 샤반. 5 교육부장관 차치마르카키스. 6 구텐베르크의 복귀를 원하는 사람들의 페이스북.

1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2 독일 집권 여당의 정치인 구텐베르크. 3 독일 제1야당 자유민주당의 유럽 대표의원 코흐메린. 4 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아네테 샤반. 5 교육부장관 차치마르카키스. 6 구텐베르크의 복귀를 원하는 사람들의 페이스북.

1 매번 교수님께 리포트를 내거나 석사 논문을 제출하고 난 뒤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혹시 어디서 문장을 그대로 도용하진 않았을까’, ‘주석을 제대로 밝혔는가’라며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겨울이었습니다. 총선이 열리기 전, 정치인들의 비리가 여러 건 터졌습니다. 뇌물, 성 상납, 성추행과 같은 스캔들이었죠. 사실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큰 사건들이지만, 정치인들에게는 항상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2 그런데 단 하나,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표절된 논문을 다시 표절한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후보가 교수직을 사퇴했지만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논문을 쓰는 것이 제 일이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도 있습니다. 또 제 어머니 세대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신 분들이 많지 않고, 논문에 대한 지식이 적거나 관심이 전혀 없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조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를 관대하게 바라보는 친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3 독일 집권 여당의 정치인 칼 테오도르 주 구텐베르크(Karl-Theodor zu Guttenberg) 박사의 논문 표절은 독일 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2009년 경제기술부 장관을 지냈으며 2011년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40대의 법학자 출신의 전도 유명한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 2월 중순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고, 4월에는 논문 표절이 확정되면서 바이로이스 대학의 박사 학위가 취소된 것과 동시에 “큰 실수였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정치 관련 모든 임무를 사퇴했습니다.

4 독일 정치인들의 논문 표절 의혹은 현 교육부 장관 차치마르카키스(Chatzimarkakis)의 박사 논문까지 이어졌습니다. 2011년 5월, 독일 제1야당 자유민주당의 유럽 대표의원 질바나 코흐메린(Silvana Koch-Mehrin) 역시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여 유럽의회 의장직과 국회 부의장직을 사퇴했습니다. 한 달 이후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그녀의 박사 학위를 취소했고, 그해 12월 대학의 결정을 받아들였습니다. 구텐베르크와 코흐메린의 경우 모두 인터넷상에서 표절 논란에 휩싸였고, 약 한 달 반 안에 표절 심사와 정치 사퇴로 사건이 마무리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유민주당 차치마르카키스의 경우 특이한 것은 자신의 박사 학위를 폐지한 본 대학교에 법적 소송을 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2011년 7월 13일 표절 판정된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었지만요.

5 로버트 슈미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익명의 누군가가 지난 5월,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기독교민주동맹 아네테 샤반(Annette Schavan)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시했는데요. 구텐베르크와 코흐메린의 논문이 복사와 붙여넣기의 확실한 논문 표절이었다면, 이것은 내용을 교묘하게 짜깁기하면서 주석을 정확히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32년 된 이 오래된 논문을 대학에서 여전히 심사하고 있답니다. 이 건이 표절 시비로 결론 난다면 더욱 충격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의 직책이 현 교육학과 대학교수이자 독일 교육부 장관이기 때문입니다.

6 정치인들이 스캔들 이후 종적을 감춘 뒤 시간이 지나 다시 나타나는 것은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이맘때, 한 젊은 강사가 “왜 독일 사람들이 구텐베르크의 복귀를 그렇게 원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푸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사람의 생각을 훔치고 자신의 공으로 돌리며 그 타이틀을 도용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이에게 우리의 권리를 위임하는 것이 과연 그들의 실제 정치와 무관할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 문제는 우리들의 인식에서 출발해 사회적으로 다뤄지고 판단되는 문제이니까요.

독일 통신원 오혜림(28)
www.twitter.com/LeipzigBegabung

600년의 역사를 지닌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영재교육 석사 과정 졸업 후 현재 에어랑엔 뉘른베르크 대학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독일의 교육과 심리학 저변뿐만 아니라 문화·정치·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그녀와 트위터 친구가 되어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그녀가 경험한 생생한 독일의 삶과 풍경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기획&정리 / 김민주 기자(www.twitter.com/min7765) ■글&사진 / 오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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