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꽃피우는 씨앗, 경제교육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

행복을 꽃피우는 씨앗, 경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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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신행·수행 아빠 이영재씨

대한민국 아빠는 바쁘다. 그리고 외롭다. 마음은 있어도 막상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최근 아빠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적극적으로 육아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이미 경험을 해본 선배 아빠의 조언을 바탕으로 매달 한 가지씩의 활동을 제안한다. 어렵고 부담스럽지 않은 ‘보통’의 아빠 이야기들을 골랐다.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행복을 꽃피우는 씨앗, 경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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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경제교육에 관한 강의를 펼치고 있는 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이영재씨(46)는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닌 자녀의 습관과 태도 형성에 초점을 둔 경제교육을 통해 가정의 행복을 증진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필요성과 가치를 깨닫고 계획과 실행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자립심이 길러지는 것은 물론, 자기주도학습 능력이나 욕망을 절제하는 법도 체득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가 생활을 공유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가족 간의 대화도 늘어나고 서로의 거리도 좁힐 수 있다. 실제로 이영재씨가 본격적으로 신행(17), 수행(14)의 경제교육에 나선 이후 가족의 모습은 여러모로 달라졌다. 각자 바쁜 생활로 얼굴 한 번 마주하기 힘들었던 아빠와 딸이 함께 용돈기입장을 넘겨보며 며칠간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인 아빠와 사춘기 아들은 같이 벼룩시장에 참여해보며 올바른 소비의 경험과 추억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어른들도 막연히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에 ‘경제’라는 단어 앞에서는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자녀에게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더라도 책이나 전문가가 담당해야 할 영역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영재씨는 경제교육의 핵심은 용어나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닌 ‘습관 바로잡기’라고 말한다. 한정된 대상을 자신의 범위 내에서 현명하게 계획하고 다루는 힘을 기르고, 올바른 태도와 합리적 소비습관을 익히는 것이다. 용돈을 어떻게 배분해 쓸지,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어떻게 살 수 있을지, 목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눠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실생활 속에서 경제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부모가, 특히 아빠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적어도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부터 말이다.

경제 관련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아이들의 경제교육을 담당하게 되지 않았나 싶은데, 본격적으로 자녀들의 경제교육을 담당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재무설계사로 일하면서 많은 분들의 개인 재무 상담을 하다 보니 상당수가 돈 관리에 서툴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그 원인이 뭘까 연구를 해봤는데, 어려서부터 연습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란 결론을 내렸죠. 유대인들처럼 어릴 때부터 경제적 관념을 길러야겠더라고요. 그런데 현재 각종 단체나 기관에서 실시하는 어린이 경제교육은 재미있는 구성이긴 해도 지식 전달로 끝나버리는 점이 아쉬웠어요. 혹은 아이들의 생활과 동떨어진 부분도 있었고요. 서점에 가서 어린이 경제 서적을 살펴봐도 만화나 그림으로 돼 있을 뿐, 어른들의 경제 용어와 관념을 그냥 갖다 쓴 게 많아요. 저는 정말 중요한 건 습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이가 스스로 합리적인 소비습관의 필요성과 실천을 깨닫는 것. 그래야만 어떤 상황에서든 책임 있는 경제생활을 할 수 있어요.

아빠가 경제교육을 담당한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우선 아이들에게 합리적인 소비습관을 심어주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먼저 아이들이 갖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해요. 어린아이들은 욕망을 통제하는 데 익숙하지 않잖아요. 왜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없는지,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생각해봐야 하죠. 그러고는 용돈교육을 실시해요. 용돈은 아이들이 경제적 관념을 기르는 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에요. 저희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용돈을 받아 자신들이 직접 관리를 했는데, 6년쯤 전부터 체계적으로 용돈기입장을 쓰게 했어요. 그걸 보면서 함께 대화도 나누고, 다시 용돈 협상을 하거나 목표를 정해 돈을 모으게도 하고요.

단순히 돈과 관련된 부분만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연계교육도 병행할 수 있다면서요?
경제교육이 결국에는 자신의 상황을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천해나가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학습적인 부분과도 관련돼 있어요. 요즘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같은 문제도 심각한데, 절제하는 연습을 한다는 점에서도 도움이 되고요. 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해요. 저는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 경제 관련 주제로 리포트를 쓰게 했어요. 저축, 절약, 기부 등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3분 스피치로 발표도 하게 해요. 논술력이나 발표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죠.

자녀들의 경제관념과 실천 능력이 발달한다는 것 외에도 아빠가 경제교육을 담당함으로써 가정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등의 변화도 있을 것 같아요.
가정이 행복해졌어요. 뭐 그리 거창하게 이야기하나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정말로 그래요. 일단 다른 건 몰라도 저와 아이들의 사이가 가까워졌어요. 같이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죠. 사실 하루를 돌아보면 경제생활의 연속이잖아요. 그것들을 공유하게 되니까 서로를 잘 알게 되고, 자연스레 함께하는 시간도 생기고요. 제가 만약 경제교육을 하지 않았다면 정말 빵점 아빠였을 거예요. 성격이 원래 좀 무뚝뚝한 편이라 집에 들어가서 하는 말도 정해져 있었거든요. 이제는 충분한 만큼은 아니지만 평균적 아빠 수준 정도, 50점쯤 받게 된 것 같아요. 아내도 좋아해요. 부부간에 서로 이해하는 범위도 넓어졌고요.

자녀들도 그 변화를 실감하는 편인가요?
수행이는 처음에는 용돈기입장을 쓰는 것이 어렵고 귀찮을 때도 많았다는데, 언젠가부터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일상이 됐다고 해요. 신행이는 무엇보다 아빠와 대화의 장이 열린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대요. 제가 어릴 때는 돈은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 껄끄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컸어요. 올바르게 돈을 쓰고 모으는 법에 대해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전혀 배운 적도 없고요. 그러다 보니 성인이 된 뒤 오히려 제대로 경제 운용을 하지 못해 곤란을 겪게 되는 거죠.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바른 습관을 기른다면 여러 부작용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를 비롯한 많은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건강한 습관을 심어주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아빠의 경제교육 노하우
#간섭하거나 잔소리하지 마세요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행복을 꽃피우는 씨앗, 경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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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용돈을 주기보다는 먼저 용돈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세요.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등에 대한 생각을 나눈 뒤 적정 금액을 결정하고 그 다음엔 스스로 쪼개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세요. 용돈은 자녀의 인생의 수업료라는 말이 있어요. 시행착오가 있다 하더라도 간섭하지 말고 본인이 반성하고 깨달은 점을 반영해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꼼꼼하게 쓰지 않는다고 해서 다그치지 마세요. 저희 아이들도 습관이 될 때까지 1년 정도 걸렸어요.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꾸준히 칭찬해주고 기다려줘야 해요.

#용돈기입장은 감시의 용도가 아니에요
아이들이 용돈기입장을 쓰게 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주기적으로 시간을 마련해 함께 검토하면서 대화를 나누세요. 단, 아빠가 일방적으로 검사하는 형식은 좋지 않아요. 왜 쓸데없는 데 돈을 썼냐, 왜 이렇게 비싼 걸 샀냐 등의 지적을 하면서 아이를 혼내고 캐묻기보다는 생활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동안 몰랐던 아이의 실제 생활과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친구와 뭔가 사서 먹은 내용이 있다면 어떤 친구인지, 얼마나 친한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등에 대해 물어보세요.

#스스로 생각하고 일해서 얻도록 해요
아이가 원한다고 해서 혹은 떼를 쓴다고 해서 다 받아줘서는 안 돼요. 노동의 가치를 이해하고, 또 얻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여러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저는 아이가 휴대전화를 갖고 싶다고 했을 때 직접 상품들을 알아보고 어떤 것을 선택할지, 필요한 금액은 얼마이며 어떻게 마련할지 등에 대한 보고서를 쓰게 했어요. 주체적인 소비활동을 하게 하는 거죠. 또 용돈은 지나치게 풍족하게 주는 것도, 너무 모자라게 주는 것도 좋지 않아요. 약간 빠듯한 정도가 적당해요. 부족한 부분은 ‘홈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벌게 하고, 계획적으로 쓸 수 있게 유도해야 해요.

#부모부터 솔선수범하고 나눔을 함께해요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제습관 또한 부모를 닮아가요. 아빠부터 계획적인 경제활동을 해야 아이들도 따라 하는 거예요. 저희는 용돈의 10% 정도를 모아서 1년에 한 번 원하는 데 기부해요. 돈은 내 힘으로만 버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이므로, 그런 점을 잊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해요.

■글 이연우 기자 ■사진 이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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